[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순자 자유기고가]

양력으로 8월 25일은 큰딸의 생일이다. 

만으로 이제 딱 50살이 됐다. 음력으로는 칠월 스무이렛날이다. 큰딸을 임신하고 4개월부터 임신중독에 걸려서 고생을 많이 하다가 겨우겨우 출산한 소중한 딸이다. 

그러나 그러한 큰딸 나이가 네 살 때 나는 집안이 가난해 박물장수를 해야만 했다.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닐 수 없어서 이웃집 아기 없는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다녔었다. 

아주머니는 큰딸을 살뜰히 돌봐줬다. 심지어 큰딸은 그 아주머니를 진짜 엄마, 나를 가짜 엄마라고 불렀다. 

그만큼 아주머니를 잘 따랐다. 생각하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런데도 당시 나는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말도 한마디 못 했다. 그만큼 내가 바보였다고나 할까? 

나를 비롯해 옛날 사람들은 마음에 담아둘 줄만 알았지, 요즘처럼 고맙다면 고맙다, 미안하다면 미안하다 등의 살뜰한 표현엔 서툴렀다. 아무래도 고달픈 삶의 연속이 그만큼 여유롭지 못하게 만들었으리라.

그러나 이제 50년이 지난 오늘에서야 아주머니께 고마웠습니다, 입 밖에 내어본다. 진정으로 진정으로. 

지금은 아주머니와 만날 수조차 없지만, 그래도 뜨겁게 되뇐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었다고…!
 

※ 시민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이순자 씨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7세 할머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