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그 후, 어느 젊은 노동자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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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당선 그 후, 어느 젊은 노동자의 죽음
  • 김신애 기자
  • 승인 2012.12.24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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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절반의 승리…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의 한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김신애 기자)

대선 승리의 축배의 잔이 가시기 전에, 다른 한쪽에서는 삶의 마지막 눈물을 삼키고 있다.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 죽어라고 밀어내는 한진 악질자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고 5년을 또… 못하겠다.”

대선 다음날인 지난 20일 한진중공업의 한 노동자가 남긴 유서의 일부다. 민주노조 소속인 그는 회사 측의 158억 손해배상 소송에 괴로워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정부가 예고되자 35세 젊은 나이에 희망을 놔버렸다.

이어 22일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 노동자가 울산의 임대아파트 19층에서 투신했다.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으로 근무하다 노조결성에 참여해 해고된 인물이다.

같은 날 서울 민권연대의 한 청년활동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 노동자들은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터. 박 당선인이 ‘국민대통합’의 희망을 말하는 사이 이들의 몸은 절망 속에 싸늘하게 식어갔다.

▲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 조합원인 최강서 씨가 158억 손배가압류를 비관하며 사망한데 이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이 모씨가 투신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진보정의당 노회찬, 조준호 공동대표 및 최고위원, 의원단이 잇따른 노동자들의 사망과 관련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진보정의당은 노동현안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통합차원에서 직접 해결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뉴시스

박 당선인은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대통합’을 거듭 강조했다. 그를 지지하지 않은 48% 국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것.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여전히 박 당선인의 이 같은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대선이 끝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3명의 노동자들이 그렇듯 일부 가진 자들의 ‘독재’를 우려한다. 이 같은 두려움은 실제 일 수도, 혹은 ‘정권교체’를 내세우기 위한 상대 진영의 전술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박 당선인이 들어야 할 국민의 소리다.

잇따른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해 문재인 전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는 참담한 심경을 밝혔다. 문 전 후보는 23일 트위터를 통해 “한진중공업 최강서님에 이어 현대중공업 이운남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죄스런 마음을 어찌할 수 없습니다”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낙담하더라도 절망하지 마시고 희망의 끈을 놓지 마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것이 ‘48%’가 문 전 후보를 선택한 이유다. 문 전 후보가 내세운 친 서민 행보다. 이 시각 박 당선자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침묵했다. 그의 자택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등 작업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심지어 사고가 있고 며칠이 지나도록 노동자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새누리당의 논평 하나 나오지 않고 있다. 

48%를 끌어안겠다면 이들 노동자에 대한 박 당선인의 심경부터 밝혀야 한다. 박 당선인과 고락을 함께했던 보좌관과 홍보팀장의 죽음처럼, 이들 노동자에 대한 죽음 또한 진정으로 아파할 수 있는 것. 그것이 박 후보가 말하는 대통합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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