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드리운 태양광…2024년 ‘햇빛’ 볼 수 있을까? [권현정의 이런E저런E]
스크롤 이동 상태바
‘먹구름’ 드리운 태양광…2024년 ‘햇빛’ 볼 수 있을까? [권현정의 이런E저런E]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11.25 10: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FIT 일몰되고 영농형 태양광은 제도 부재
검찰, 감사원 등 1년 여 사정 기관 조사도 계속
내년 현상유지 그칠 듯…“긍정 신호 필요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 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9월 영남대 소재 영농형 태양광 실증 농지 내 2구역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 아래에서 벼가 자라고 있다.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2021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한다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발표했습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위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전체 에너지 대비 30.2%까지 상향한다고 밝혔죠.

지난 2018년에는 한국형 FIT 제도가 신설됐습니다. 대형·전문 발전사업자가 아니더라도 태양광 발전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 상황은 크게 바뀌었습니다.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비중은 21.6%로 줄어들었고, 한국형 FIT 제도는 일몰됐습니다. 대형 발전 사업자 대상 RPS(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 의무이행비율 25% 달성 목표 시한은 당초 2026년에서 2030년으로 연기됐습니다. 태양광을 포함해 신재생에너지 지원 예산도 전년 대비 줄었습니다.

동시에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각종 조사·감사 기관의 태양광 업계 대상 조사는 최근 들어 더 속도가 붙는 모습입니다.

태양광 업계 관계자의 목소리를 통해 올해 국내 태양광 산업계의 1년을 돌아봤습니다.

 

#장면1. 사정당국, 태양광 산업 비위 조사에 나서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재정 지원 사업 중 2267건에서 위법·부당성이 드러났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중 1256건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수사를 의뢰했고요.

수사 의뢰 사업 중 일부는 지난해 9월 대검이 출범시킨 국가재정범죄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으로 이관됐습니다. 합수단은 검찰, 국세청, 관세청, 금융감독원 등 30명 구성의 협업 기관입니다.

감사원도 태양광 지원 사업에 대한 조사에 본격 돌입했습니다.

이달 14일 감사원이 발표한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에 따르면, 감사원 조사에서 태양광 사업 부당 영위 공직자 240명, 당국의 관리 소홀 등으로 부당하게 지원을 받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 815명 등이 적발됐습니다.

사정당국의 조사는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감사원이 적발한 비위 공직자 240명은 ‘의심사례’ 포함 인원입니다. 조사가 더 진행될 수 있는 셈입니다. 합수단도 수사에 계속 나서고 있고요.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말입니다.

“수사든 조사든 태양광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흐름 속에서 진행됐다면 그건 괜찮아요. 그런데 계속 (지원책은) 축소하고 약화하는 중에서 1년 넘게 6대 기관이 나서서 이렇게까지 조사하고 수사하고 하는 거잖아요. 어떤 기업이 이런 상황에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장면2. 한국형 FIT 제도 시행 5년 만에 일몰되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지원 정책이 직격탄을 맞은 사례도 발생했습니다. 한국형 FIT 제도가 그 대상입니다.

‘소형 태양광 고정가격계약 매입 제도’로도 알려진 한국형 FIT 제도는 30kW(킬로와트) 이하 소형 태양광 발전사업자에 수익우대를 주는 정책입니다.

경쟁입찰 시장만 남을 시, 국내 태양광 사업이 일부 대형 사업자 독과점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죠.

농·축·어업인 혹은 관련 협동조합이라면 100kW 이하까지 용량 기준을 완화, 주민 직접 참여를 통해 주민 수용성 문제도 해소하고요.

다만, 조사 결과 한국형 FIT 제도는 약 10%가 그 취지를 거슬러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감사원이 농업인 등 자격으로 한국형 FIT에 참여한 2만4000여 명을 점검한 결과, 총 815명(992개 발전소)이 브로커 등을 통해 위법한 등록서류를 제출하는 등 부당하게 제도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형 FIT 참여 발전소 중 2734개는 가족관계의 인물들이 운영하고 있었고요. 이중 2240개소에서는 인위적으로 용량을 분할하는 등의 ‘쪼개기’ 정황도 발견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7월 한국형 FIT 제도를 일몰시켰습니다. 지난 2018년 제도 시행 당시 정부가 5년 한시 운영을 밝힌 만큼, 당초 시한대로 일몰하겠다고 발표한 거였죠.

업계는 제도 개편이 필요했다는 데 수긍하면서도, 대안 없이 폐지를 선택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최재빈 기후솔루션 연구원의 말입니다.

“한국 FIT 제도 일몰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반대잖아요. (대형·전문 발전 사업자가 아니더라도) 소규모로 참여가 가능하고, 농업이나 축산업 종사자분들은 더 큰 규모로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니까요. 또, 한국형 FIT는 한국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하면 혜택을 줬었는데, 이런 데 대한 우려 점도 크죠.”

 

#장면3. 영농형 태양광 관련 제도, 국회 계류되다


이에 태양광 발전 업계는 영농형 태양광 등에서 방도를 찾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현행 농지법에는 영농형 태양광 관련 정의가 없습니다. 농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립할 순 있지만, 농지법상 일시 사용 허가를 받을 때 그칩니다. ‘일시’ 허가기 때문에 운영 가능 기간은 최대 8년입니다. 모듈 수명이 약 25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설비 수명이 끝나기 전에 철거가 진행되는 셈입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촌공간 재구조화 및 재생지원에 관한 법률’이 내년 3월 시행되지만, 허가 지역은 재생에너지 특화 지구에 한합니다.

이에 일시 허가 기간을 늘린 농지법 개정안 3건(△박정 의원△김정호 의원 △윤준병 의원 대표발의안) 등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아직 계류 중입니다.

영농형 태양광 업계 관계자 A씨의 말입니다.

“농촌공간계획법에 의한 재생에너지 지구에는 영농형 태양광 설비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아직 (방법이) 정리가 된 건 아니에요. 시행령 등 준비가 필요하겠죠. 이외에 일반 농민들이 자기 논밭에 태양광설비 100kW씩을 설치할 수 있게끔 하는 법안은 지금 소위원회에서 계류 중이고요. (영농형 태양광 활성화를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가장 먼저 필요한 상황이에요.”

 

“미국 IRA처럼 국내 시장에도 긍정적 신호 필요해”


태양광 수요가 줄면서 모듈 생산 기업으로 피해가 내려가는 모습입니다. 특히,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모듈의 비중이 늘면서 피해는 더 커지고 있고요.

실제로 한화큐셀은 최근 충북 진천, 음성 사업장의 근속 1년 이상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2012년 출범 이래 첫 희망퇴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화큐셀 관계자의 말입니다.

“한국에서의 모듈 수요가 많이 줄어들고 있어, 생산량을 감축하게 되면서 불가피하게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습니다. (추가적인 인원 감축이나 공장 통합 등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태양광을 살리겠다면, 정부 등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움직임은 미비합니다.

정부는 내년도 신재생에너지 예산안(산업통상자원부 예산안 내 전력산업기반기금 재생에너지자원 항목 예산)을 올해 대비 42.3% 적은 1조490억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일부 상향 조정된 신재생에너지 예산안이 국회 통과됐지만, 예산 증액 시 정부 동의가 필요한 만큼 최종 통과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내년도에도 국내 태양광 산업은 현상유지 정도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의 말입니다.

“내년도 국내 신규 태양광 발전 규모는 2~3GW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발전 규모가 올해와 비슷하더라도 국내 모듈 생산 기업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계속 중국산 모듈 수입량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섭니다.”

업계에서는 조사도, 지원 제도 개편도, 태양광 업계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태양광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는 유지돼야 한다고 요청합니다.

해외에서 자국의 태양광 산업을 지원하는 이유를 살펴보고 국내 산업 지원 여부를 다시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덧붙입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말입니다.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도 지원하는 핵심 산업 중 하나가 태양광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태양광 산업에서 축소지향적으로 가고 있잖아요.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예산을 늘리고, 정부가 산업 육성을 위해 미국 IRA처럼 한국판 IRA 제정을 하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보급정책도 펴야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가 올 텐데, 반대로만 하고 있어 답답한 마음입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