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 DL그룹 이해욱 회장 “산재 발생 책임 느끼고 있다”…재발방지도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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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출석 DL그룹 이해욱 회장 “산재 발생 책임 느끼고 있다”…재발방지도 약속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2.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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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작업·작업중지권·안전관리비 등 문제 지적
與 대부분 불참…“회장 증인 출석 합의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함께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영인 SPC그룹 회장과 함께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계열사 DL이앤씨의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하 환노위) 청문회에 출석해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는 이날 청문회에서 불가피한 임의 작업과 하청 안전예산 지급 방식 같은 구조적 원인들이 지적되면서다.

환노위에 따르면 이번 청문회는 이해욱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불출석한 후 후속조치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0월 환노위 국정감사에 DL이앤씨 건설현장 산업재해와 관련해 출석을 요구받았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바 있다. 이에 대한 비판이 나오면서 환노위는 이 회장에 대한 청문회를 별도로 추진했고, 이 회장이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청문회가 개최됐다.

이날 이 회장은 잇따른 산재 사망사고 발생과 10월 국정감사 불출석에 대해 사과했다.

이 회장은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8명이 사망했다는 지적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산재 발생에 대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또 지난 국정감사 불출석이 산재 사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 아니냐는 질문에 “전혀 그렇지 않고, 국감에 참석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환노위 위원들은 건설현장 산업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중심으로 이 회장에게 질문했다. 특히 DL이앤씨가 구조적 문제를 살피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첫 질의에 나선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구조적 원인을 빠뜨리고 통제 밖의 임의 작업 관행을 산재 원인으로 보는 DL이앤씨의 시각을 지적했다.

이은주 의원은 “고(故) 강보경씨의 산재 사망은 유리를 치워달라는 요구를 원청이 창호 교체로 인식해 원청과 하청의 소통이 실패한 탓”이라며 “(DL이 만든) 안전관리 보고서 ‘사측의 승인 없이 실시한 임의 작업’을 원인으로 꼽은 점은 임의 작업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고 말했다.

산업재해 발생이 우려될 때 근로자가 일을 잠시 멈출 수 있는 작업중지권 행사 횟수가 DL이앤씨 현장에서 유독 적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올해 DL이앤씨 작업 현장에서 작업중지권이 61건 행사된 반면, 삼성물산은 16만3679건에 달한다”며 “삼성물산은 작업중지로 인한 하청의 손해를 원청이 보존하겠다고 계약서에 쓴다”고 비판했다.

원청이 하청에 안전보건관리비를 지급하는 시기를 개선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안전보건관리비를 하청업체에 먼저 지급하면 그만큼 사고 예방을 위한 투자가 가능하다. 반면 하청이 안전 비용을 지출한 뒤 원청에 청구하면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하청업체는 안전관리에 지출할 비용을 확보하지 못한다.

윤건영 의원은 “GS건설은 하청에 안전보건관리비를 선지급하는 반면 DL이앤씨는 후지급한다”며 “하청업체가 일을 안전하게 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안전·보건관리자 고용 형태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이수진 의원은 “DL이앤씨의 안전보건관리자와 보건관리자 가운데 정규직이 각각 62%와 21%로 이뤄졌다”며 이들의 정규직화 확대를 요구했다.

의원들은 현장 노사합의 실효성 향상과 건설업 산재 논의체 구성 등 건설현장 산업재해를 줄이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대형 참사 1건이 발생하기 전 작은 징후들이 여러 차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 법칙’이 DL이앤씨에서도 나타난다”며 “작은 사고들에 관한 문제의 답은 외부 전문가가 아닌 근로 현장에 있기 때문에 이 회장이 현장의 노사 협의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다단계 불법 하도급 같은 건설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노위와 국토위이 함께 공청회를 열고 소위원회를 만드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안전에 대한 인식 제고와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이 회장은 “공사 비용과 기간을 줄이면 반대급부로 공사기간이 더 지연되고 공사금액이 더 비싸진다는 점을 그간의 나쁜 경험을 겪으며 터득해 DL이앤씨는 어떤 건설사보다도 공사비용과 기간을 보수적으로 산출한다”며 “올해 안전 비용을 지난해보다 29% 늘렸고, 내년에도 25%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은 모두 나왔지만 국민의힘에선 임이자 의원만 참여했다. 여당은 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야당이 이를 거부하면서 합의가 불발됐다. 임 의원은 “국민의힘이 이번 청문회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해서 산업재해를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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