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사고 발생하지 않는 작업장 구축하겠다”…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도 논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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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이앤씨 “사고 발생하지 않는 작업장 구축하겠다”…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도 논의 필요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3.11.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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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직접 찾아 사과한 DL이앤씨…“재발 방지 약속은 처음”
재해 보고서 청문회 쟁점 예상…건설 산재 구조적 원인 빠져 한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DL이앤씨와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이 서울시 서대문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만난 이후, 본사 출입구 앞에 유족 측이 새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 정승현
DL이앤씨와 산업재해 사망자 유족이 서울시 서대문구 DL이앤씨 본사 앞에서 만난 이후, 본사 출입구 앞에 유족 측이 새 현수막을 게시한 모습.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DL이앤씨가 자사 건설현장 사망자의 유족들을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을 두고 건설현장 산업재해 문제에서 의미있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사 대표가 직접 유족을 찾고 문제 원인과 재발방지책을 포함한 보고서를 전달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하도급과 최저가입찰제 등 향후 건설재해의 구조적 원인을 개선하는데까지 나가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는 DL이앤씨뿐 아니라 건설업계가 함께 논의하고 해결해야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유족 직접 찾아 사과…“재발 방지 약속 처음”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이사와 정재훈 KCC 대표이사는 지난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지금까지 약 23개월간 자사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7건에 대해 서울 서대문구 본사 앞에서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DL그룹측은 유족에게 “디엘그룹 작업장에서 유명을 달리하신 고 강보경님과 근로자분들의 명복을 빌며 산재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분들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또 사과문을 통해 “다시는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과는 건설사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해 유족에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보고서를 제출한 첫 사례라 특히 주목을 받았다. 하청업체 소속 강 씨를 비롯한 사망자 8명의 유족측이 DL이앤씨 본사앞에서 지난 10월18일부터 11월21일까지 분향소를 차리고 농성을 벌이면서 요구한 내용을 반영한 것이다.

오는 12월1일 이해욱 DL그룹 회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할 예정이라는 점도 이번 사과에 주목을 끌었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0월말 국회 환노위 국정감사때 출석을 통보받았지만, 불출석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청문회를 앞두고 사과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면피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말뿐인 사과를 넘어 재발방지책이 담긴 보고서까지 유족에 전달된 부분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권영국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변호사)는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권 변호사는 “단순히 청문회 면피용으로만 보는 건 단견(短見)”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절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작업장을 구축하겠다’는 사과문속 표현은 유족이 요구하지 않았다”며 “사측도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는 점을 안 것 같다”고 봤다.

 

재해보고서 “분석팀 꾸릴 예정” “환노위 청문회 질의”


사측이 유족에게 전달한 보고서에는 사고의 개요와 원인, 재발방지 대책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보고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DL이앤씨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7건에 대해서 유형별로 원인을 분석하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예방책을 고민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도 “분량이 많아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 중이지만, 사망사고 7건에 대해 재해 발생 현황과 원인, 재발방지책 순으로 보고서 내용이 짜였다”고 말했다. 내용의 중심 축은 ‘사고의 기술적인 원인’과 ‘재발 방지를 위한 관리적인 대책’이라고도 부연했다.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조만간 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권 변호사는 “보고서에 담긴 내용의 실효성과 한계점에 관해서는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며 “현재 건설노조에 산업안전에 대해 조언해온 기술사와 안전관리 전문가, 전공 교수 등에게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는 팀을 꾸리자고 제안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 사업장 노동자 사망 사고 문제를 다뤄온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보고서를 DL측에서 직접 받기 위해 22일 자료 요청을 해놨다”며 “보고서를 받으면 검토해서 다음달 1일 이해욱 회장이 출석하는 청문회 때 질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산재 구조적 원인 빠진 점 지적될 듯…제3자 시각 진단 필요


자세한 설명을 담아 보고서를 낸 점은 사측의 성의 있는 대응으로 평가받지만, 하도급 관행과 최저가 입찰제 등 근로자 안전에 비용을 투입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빠진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권 변호사는 “보고서를 큰 틀에서 보니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법으로 금지된 다단계 하도급이 음성적으로 지속되고 최저가 낙찰제로 ‘형편 없이’ 낮은 공사비로 입찰해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다”고 진단하며 “이러한 구조적 측면은 건설사들끼리 수주를 위해 가격을 낮춰 경쟁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건설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현장 산재의 구조적 원인을 논의하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다시는 강씨 사례 같은 죽음이 일어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다음 달 1일 청문회를 계기로 건설업계 중대재해의 원인을 조사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건설안전 관련 특위 등 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할 생각”이라고 했다.

DL이앤씨도 내부뿐만 아니라 외부 시각에서 산업재해의 원인과 대책을 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내부뿐만 아니라 제3자 입장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객관화해서 볼 수 있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며 “사고 예방 대책과 대안, 원인 분석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은 지난 9월부터 2개월여 동안 고용부가 지정한 안전관리 컨설팅 기관 ‘산업안전진단협회’와 함께 안전보건체계를 점검하고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여부를 평가했다. 산업안전진단협회는 DL이앤씨 본사 및 현장의 안전시스템은 관련 법규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충실히 반영했다고 진단했지만, 미승인 작업 같은 건설업종의 특성에 따른 리스크를 보완하는 추가대책을 마련하라고 사측에 주문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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