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심 물폭탄 올해도 무방비?…건설사, 비현실적 공사비에 사업참여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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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심 물폭탄 올해도 무방비?…건설사, 비현실적 공사비에 사업참여 '주저'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1.19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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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광화문·도림천 빗물배수터널 입찰 無
건설업계 "공사비 지나치게 낮게 산정" 외면
서울시 "지침따라 물가 반영…정부와 논의중"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시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공사 당시 모습. ⓒ뉴시스
서울시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의 공사 당시 모습. ⓒ뉴시스

서울시가 지난 2022년 강남역 일대 물폭탄 사태를 계기로 강남, 광화문 등지에 대심도 빗물배수터널을 짓기로 했지만 턱없이 낮은 공사비 산정에 건설사들이 한 곳도 입찰에 응하지 않아 필수 SOC사업이 난망에 빠지게 됐다. 현재 빗물배수터널사업은 재입찰이 진행중인데 최근 기후환경변화에 따른 수해대책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어 공사비 재산정 등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5일 서울 강남·광화문·도림천 빗물배수터널사업이 유찰된 뒤 16일부터 재입찰 공고를 진행중이다. 첫 입찰에서는 본입찰 마감전 사전자격심사(PQ)를 기한내 받아야 하는데 사전심사단계부터 건설사 아무 곳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입찰 공고문에 따르면 서울시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추산한 사업비용은 강남 3934억원, 광화문 2433억원, 도림천 3570억원 등이다. 이는 2012~2013년 3개사가 입찰경쟁을 벌인 서울시 양천구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과 비교된다. 당시 낙찰은 현대건설이 받았는데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가 제시한 공사 추정금액은 약 1270억원으로 현대건설은 가장 적은 954억여원을 써냈다.

건설업계가 이번 입찰에 시큰둥한 이유는 서울시에서 제시한 공사비로는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공공이 발주하는 SOC사업은 자금조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선별 수주에 유리한 사업으로 꼽혀 왔다. 하지만 이번 입찰 단가는 시장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계의 볼멘소리다.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사업성과 사업비용을 고려해 입찰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번 사업은 사업성이 좋지 않다고 판단했거나 인력을 투입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며 “공공발주는 절차가 복잡하고 규제가 많아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굳이 입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이번 사업 발주는 비용 규모가 커 건설사들이 입찰전 많이 알아봤을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공사비가 너무 저렴해 인건비, 자재비, 장비, 공기 등을 고려했을 때 이익이 전혀 날 수 없는 구조라고 건설사들이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발주처인 서울시도 적은 사업비가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공사원가 산정은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따라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바로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며 “국비도 투입되기에 기재부와 예산 협의를 하는데 일부 감액이 됐다”고 설명했다.

공사 난이도가 높다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건물밀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도심지의 지하 60~70m에서 굴착부터 터널시공, 펌프시설과 통신장비 설치까지 아우르는 작업을 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사업의 시급성을 고려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 진행하는 점이 입찰조건에 포함돼 부담으로 작용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에 안 들어오면 중견건설사들이 더 낮은 입찰금액을 써서 들어오는데 이번에는 중견사들도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빗물배수터널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여름 장마철 집중호우에 대비가 어렵다는 점이다.

서울곳곳에 빗물배수터널을 짓기로 이유는 2022년 강남일대 침수가 계기가 됐다. 강남은 지형 특성상 내린 비가 모여드는 지점이다. 당시 집중호우로 강남으로 빗물이 모이면서 일대가 잠겼다. 당시 서울시의 배수체계가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은 시간당 강우량 95㎜였는데 시간당 강우량이 최대 140㎜를 넘겼다.

특히 양천구가 2020년 완공한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덕분에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사업 필요성이 대두됐다. 신월 빗물배수시설은 시간당 100㎜의 강우량을 감당하고 빗물이 모이는 저류지가 가득차면 안양천으로 흘러가도록 설계됐다. 이에따라 도시의 깊은 곳에 대규모 빗물배수시설을 설치하면 갑작스런 집중호우에 대비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서울시 대심도TF측은 정부와 빗물터널사업 추진을 위해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턴키공사가 유찰되면 설계와 시공을 분리해서 발주한뒤 기재부와 별도 협의하지만 공사기간이 많이 지연될 우려가 있다”며 “기재부, 환경부와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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