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상생금융≠관치금융? [주간필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포용금융=상생금융≠관치금융? [주간필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2.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민·취약차주 위한 금융서비스 제공 목표
포용금융, 2016년 G20 中 주요의제 제창
케이뱅크 출범·금융취약계층 보호에 영향
상생금융, 소상공인 이자부담 경감에 기여
포용·상생금융, 관치금융 논란 확대되기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해 11월 20일 은행연합회 14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지주회장 간담회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금융지주 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포용금융, 상생금융.

부르는 명칭은 제각각이지만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금융서비스’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속뜻을 보면 사실상 큰 차이가 없습니다. 때론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진다는 점마저 똑같습니다. 이들 용어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영향을 한번 되짚어보겠습니다.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등장한 건 포용금융입니다. 특히나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된 시기는 2016년때입니다. 당시 중국이 G20회의에서 ‘포용성금융’을 주요의제로 제창했는데 핵심은 저소득층 금융지원으로 세계적 성장문제 해결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국내에서도 포용적금융(포용성금융, 포용금융)이 대두됐습니다.

실제로 당시 정부는 국제적으로 금융의 포용성을 확대해 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논의가 활발해지자 햇살론·미소금융·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 등 4대 서민금융상품의 문턱을 낮추고 저소득 청년에게 전·월세 보증금을 저리로 대출해주는 상품도 신설했습니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출범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2017년 4월3일 케이뱅크 개소식에서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現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인터넷 전문은행은 정교한 신용평가를 토대로 은행 대출 문턱에서 어려움을 겪던 사회초년생 청년, 소상공인, 서민계층을 새롭게 포용할 수 있다”면서 포용금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죠.

금융권이 추진하는 디지털전환(DT)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고령층 등 디지털 이용에 어려운 디지털취약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이 DT 과정에서도 대두되면서 바이오 인증 도입 등이 논의되기도 했습니다. 이같은 디지털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확보는 지금까지도 주요한 화두입니다.

상생(相生)은 노무현 전 대통령때 강조된 개념이지만 당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의미했죠. 윤석열 정부에서의 상생금융은 금융권과 서민간 상생을 주로 의미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에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상생이 언급되기는 했지만 포용금융의 하위개념으로 ‘포용적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상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었습니다.

현재의 상생금융은 오히려 포용금융을 포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상생금융의 정의가 명확하게 내려진 건 아니지만 금융취약계층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상생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일각에서는 서민 고통분담으로 그 의미를 축소해 해석하기도 하죠. 이는 최근 은행권의 민생금융지원 정책을 겨냥한 것이기도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상생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에 고금리로 힘들어하는 서민취약차주들의 지원을 압박했고, 그 결과 2조원+α의 민생금융지원책이 나오게 됐습니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문재인 정부때 강조된 ESG경영에 윤석열 정부의 상생금융을 합쳐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조직개편을 통해 ESG추진부서에 상생금융 관련 업무를 결합하는 시도가 나오기도 했죠. 일례로 KB금융의 경우 기존 ESG본부를 그룹 상생금융까지 총괄하는 ESG상생본부로 확대 개편했고, 하나금융은 상생금융전담팀을 신설하면서 해당 부서를 ESG부문 아래로 배치했습니다.

다만 포용금융과 상생금융 모두 관치금융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고통분담 차원에서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반복됐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선거를 전후로 이같은 요구가 거세지는 상황도 있었습니다. 2021년 민주당이 4.7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뒤 금리인하 요구가 일부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된 바 있죠. 윤석열 정부 역시 총선을 앞두고 은행권은 물론 비은행권을 통한 민생금융지원(소상공인 이자 캐시백)을 내놓게 했죠.

결국 포용이든 상생이든 관치금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을 배제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포용과 상생의 정신은 누군가의 강제로 이뤄지는 게 아니니까요.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