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에 따라붙는 ‘책임준공’…건설사·신탁사→금융권 불똥튈까 우려
스크롤 이동 상태바
PF에 따라붙는 ‘책임준공’…건설사·신탁사→금융권 불똥튈까 우려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2.23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동산 불경기로 준공기한 못 맞춰…계획 대비 공정률 낮아지는 경향
채무부담 분산하기 위한 책임준공확약…이마저 부담돼 위험전이 우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태영건설의 성수동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성수동에 있는 개발사업 부지 모습. ⓒ연합뉴스

책임준공이 부동산 경기 침체 국면에서 부실채무 확대의 뿌리가 될까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대신 부동산PF에 따라붙는 책임준공은 공사가 쉽지 않은 시장상황으로 시공사와 부동산신탁사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책임준공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금융권이 분주한 모습이다.

 

공사 못 끝내 전전긍긍하는 시공사·신탁사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사를 진행하기 까다로운 경제 여건으로 건설사와 신탁사가 책임준공 채무 부담을 안고 있다. 부동산PF로 자금을 조달할 때 작은 자본금으로 대출을 허용해주는 대신 건설사와 시행사가 책임준공 확약으로 ‘신용을 공급’하는 구조 때문이다. 반드시 건축물을 완공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PF 채무를 온전히 지는 것이다.

책임준공 확약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는 대표적인 분야는 신탁사다. 지난해 한국의 주요 신탁사는 중소 건설사들이 부동산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도산하며 책임준공 채무를 떠안는 모습이 나타났다. 중소 건설사는 자본력이 탄탄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권에서 시공사의 책임준공으로는 자금 대출이 어렵다고 판단한다. 이때 신탁사가 준공에 대한 책임을 같이 져준다.

삼성증권이 지난 19일 내놓은 리포트를 보면 교보자산신탁 등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2023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5% 감소하고 순이익은 60% 넘게 줄었다. 책임준공 수주는 2020년 말 8조4000억여원에서 2023년 3분기 17조1000억원 규모로 두배가량 커졌다. 특히 책임준공 관리형 신탁을 중점적으로 수주해온 KB자산신탁과 교보자산신탁이 지난해 순손실로 전환한 점을 지적했다.

향후 책임준공 방식으로 PF 자금조달을 한 사업이 채무부담을 안을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지난 2일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신평의 평가대상인 신탁사의 책임준공형 개발신탁 실제 공정률이 계획에 미치지 못하는 미달하는 사업장 수가 2022년 이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주요 건설사들 사이에서도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라 채무를 인수하는 사례가 나타났다. 실제로 금호건설은 경기도 수원의 한 오피스텔 신축 사업에서 지난 13일까지였던 책임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14일부터 612억원 규모의 채무를 인수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경기도 안성의 한 물류센터 개발사업에서 지난해 12월 14일까지인 책임준공 기한을 넘기는 바람에 PF 대출자금 중 상환되지 않은 만큼 채무 995억원을 인수했다. 

신세계건설도 대구의 한 주상복합 건설 사업에서 지난해 5월 26일까지 준공 단계에 이르지 못해 채무 521억원을 인수해야 했다.

 

건설사 부담 줄이려 도입…부동산 침체로 책임준공마저 ‘짐’


책임준공은 지난 2010년 저축은행 부실대출 사태 이후 건설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겼다. 한국은 건설사가 부동산PF에 대해 지급보증이나 책임분양으로 신용을 제공하는 등 보증을 대부분 지는 구조로 건설업계가 작동해왔다. 건설사의 재무부담이 그만큼 커지면서 위험 분산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증권사 등 다양한 주체로 채무부담을 분산하고 건설사는 준공까지 이행하면 책임이 줄어드는 구조로 갔다.

책임준공으로 시공사는 채무 부담이 줄어드는 대신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공사를 끝내야 한다. 공사대금을 못 받거나 건설자재 수급이 어렵다는 이유가 있더라도 공사를 멈추면 PF 채무부담을 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책임준공 미이행이 나타나면 금융권 등 다른 곳으로 불똥이 쉽게 튀는 흐름을 초래했다. 건설사가 준공을 못 마치면 신탁사 등 다른 시행 주체가 PF 채무를 같이 분담하게 되고, 건설사가 채무를 갚지 않으면 고스란히 금융권으로 전이된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기 전에는 착공과 준공이 크게 어렵지 않아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PF 채무를 떠안는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PF위기와 건자재 물가 상승으로 부동산 개발의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책임준공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준공기한을 넘겨 억대의 채무를 떠안으면 건설사와 신탁사의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이들 회사가 부실사업을 정리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금융권으로 위험이 옮겨온다.

금융권은 책임준공 리스크 전이를 막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일 부동산 신탁사 CEO와 간담회를 갖고 책임준공형 토지신탁에 대한 부실대책을 하라고 주문했다. 시공사가 부도를 맞으면 신탁사가 책임준공에 해당하는 PF채무를 떠안는 만큼 대손충당금을 비롯한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갖추라는 것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有備無患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