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 “개천절=건국일…영화 ‘건국전쟁’ 제목부터 잘못”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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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찬 “개천절=건국일…영화 ‘건국전쟁’ 제목부터 잘못” [북악포럼]
  • 정승현 기자
  • 승인 2024.03.2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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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47) 이종찬 광복회장
“‘단군이 우리 조상’ 역사로 일제 ‘악담’ 극복…역사 지우기 위험”
“이승만 ‘반만년 역사’ 이으라 말해…개천절 정부행사 축소 안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정승현 기자]

“이승만 전 대통령은 자신이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1948년 8월 15일이 기미년(己未年, 1919년)에 세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부활일이며 1948년은 ‘대한민국 30년’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임시정부를 계승하며 결정됐습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건국 대통령 이승만’ 시각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일제가 침탈한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반만여년 역사를 기억해야 앞으로 생존할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뜻을 제대로 이해해야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19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이 개최한 <북악정치포럼>에서 ‘대한민국 정체성 바로세우기’를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종찬 회장은 우당 이회영의 손자로, 11~14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뒤 1998~1999년 국가정보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6월부터 4년 임기의 광복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 역사 기억한 덕에 ‘100년 노예’ 악담 극복” 


이종찬 광복회장이 19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이 개최한 ‘북악정치포럼’에서 ‘대한민국 정체성 바로세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정승현 기
이종찬 광복회장이 19일 국민대 정치대학원이 개최한 ‘북악정치포럼’에서 ‘대한민국 정체성 바로세우기’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이 회장은 유대인과 쿠르드족의 사례를 비교하며 한 나라의 기원과 역사를 지켜야 국가가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분쟁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제외한 팔레스타인의 원래 영토를 차지한 배경은 구약성경을 자기네 역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대 로마때 유대인이 쫓겨나며 영토를 잃었지만 1947년 오스트리아 언론인 헤르츠라는 사람이 전세계 유대인 지도자들을 모아 ‘고토(古土)’로 가자는 ‘시온이즘’을 내세우고 아브라함을 자신들의 조상으로 내세웠다”며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격언을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때 일본도 역사가 생존을 좌우하는 점을 알고 있었다며 이 회장은 조선총독부의 마지막 총독인 아베 노부스키의 말을 소개했다. 아베 노부스키는 ‘일본은 조선민에게 총과 대포보다 무서운 식민 교육을 심어놨기 때문에 서로 이간질하며 노예적 삶을 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회장은 한국이 현재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해 아베 노부스키의 ‘악담’을 극복한 배경으로 역사를 이어온 점을 꼽았다. 이 회장은 “우리 선열들이 만주로 망명가 제일 먼저 신흥무관학교를 세우고 ‘역사를 잃어버리지 않아야 땅을 찾는다’고 가르쳤다”고 했다. 이어 “신흥무관학교 교가에 ‘만주의 그 넓은 땅이 우리 민족의 땅이었다’는 의미가 담겨있을 정도로 옛 땅으로 돌아가자는 점에서 독립운동이 출발했다”며 “이들은 총과 칼이 아닌 역사책 한 권을 가지고 망명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은 독립운동 원훈들도 공통적으로 드러내며 역사를 정체성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이 회장은 말했다. 이 회장은 “따로 학문을 닦은 이상룡·박은식·신채호·이시영 선생 모두 ‘단군의 조선이 우리의 조상’이라고 강조했다”며 “대표적으로 이상룡 선생은 안동의 거유지만 북경에 가서 (독립운동을 위해) 고생하는 이유를 제자들이 물으니 ‘이 만주 땅이 내 땅이니 얼마나 편안하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독립선언문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은 “1918년 11월 대한독립선언, 1919년 동경 2.8 독립선언, 3.1 기미년독립선언문 모두 4300년 또는 반만년 역사로 시작한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며 ‘반만년 역사를 가진 민족’이라는 인식이 독립운동에 깔려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20년 임시 입법부인 ‘의정원’에서 10월 3일 개천절이 건국기념일이라고 결정하고 독립신문에 결정문을 실었다”고 말했다.

 

‘반만년 역사’ 왜곡 시도 우려…“이승만은 임시정부 계승”


이 회장은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면서 이러한 반만년 역사를 지우려 노력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조선총독부가 조선반도사를 편찬할때 편찬 요지에 고조선과 단군조선을 부정하고 이러한 뿌리를 자르려고 한 점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일본의 역사왜곡을 잇는 역사학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 회장은 “한국 고대사를 연구하는 유명한 학자가 단군조선이 기원전 2333년에 건국됐다는 학설을 허위라고 따지거나 고조선의 영토가 광활했다는 점을 부정하는 주장을 내놓는다”며 “이런 학자들이 역사학계를 주름 잡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만년 역사에 대한 중국의 왜곡 시도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우려했다. 이 회장은 “김일성이 모택동을 만나러 갔을때 모택동은 한국의 반만년 역사를 인정했고 김일성에게 관련 내용을 충고했다고 했을 정도”라며 “현재 중국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은 조선이 중국의 일부(part of China)라고 말하며 이 말을 중국몽과 일대일로 정책의 기반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북한을 돕는 듯한 모습이지만 북조선이 중국의 일부라는 잠재의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다시 떠오르는 이승만 ‘건국 대통령론'을 겨냥해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도 반만년 역사를 강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은 처음부터 ‘우리는 해방이후 반만년 역사를 가진 문화민족이니 문화민족답게 행동하라’고 말했다”며 “독립이후 제헌헌법이 제정될 때도 ‘유구한 역사’ 표현은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건국 대통령론의 일환으로 1948년 8월15일을 건국절로 보자는 주장에 대해 긴시간을 할애해 반박했다. 이 회장은 “국민주권을 토대로 하는 공화정을 채택한 대한민국은 1919년이고 공화정 이전의 왕정인 대한제국은 4900여년전에 건국했다”며 “1948년 8월15일은 임시정부를 끝내고 대한민국의 정식 정부가 출발한 날이지 건국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백범 선생은 글씨를 쓰면서 1948년 8월15일까지 자신을 주석이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는 주석이라고 자신을 쓰지 않았다”며 “당시 정부가 플래카드와 우표 등에 정부수립 기념일이라고 표현했으며 이승만 대통령 자신이 건국이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천절이 건국일…‘건국전쟁’은 제목부터 틀려”


이종찬 광복회장이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건립된 임시정부기념관에 설치된 작품 ‘역사의 파도’를 소개하며 “작품의 파도 사이 홈에 3.1 독립선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오늘날 헌법 전문을 새겨 독립선언이 임시정부 헌장과 한국 헌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담았다”고 설명하는 모습.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이종찬 광복회장이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건립된 임시정부기념관에 설치된 작품 ‘역사의 파도’를 소개하며 “작품의 파도 사이 홈에 3.1 독립선언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 오늘날 헌법 전문을 새겨 독립선언이 임시정부 헌장과 한국 헌법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담았다”고 설명하는 모습. ⓒ시사오늘 정승현 기자

이 회장은 “1948년 8월15일을 건국일로 보면 1948년 이전에는 나라가 없었다는 말”이라며 “한일기본조약에 ‘대한제국은 무효’라는 표현이 나오기 때문에 일본의 논리를 따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은 김일성이 북한의 창건자이자 사회주의 조선의 시조라는 말을 정당화하기 위해 건국연도를 1948년이라고 하고 임시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대한민국이 북한의 행태를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이승만의 업적을 다룬 영화 ‘건국전쟁’에 대해 이 회장은 “제목부터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건국전쟁이 아닌 ‘대한민국의 주권을 되찾은 전쟁’이 맞다”며 “이승만이 1919년 일본 천황에게 대통령 자격으로 영문 편지를 보내며 자신이 ‘통치한다(govern)’고 표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 양자인 이인수 박사를 직접 찾아 해당 편지를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이승만과 김구의 대립 구도를 부각한 점에 대해서도 이 회장은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과 김구는 같은 황해도 출신이며 30년간 동지로서 (독립을 위해) 같이 싸웠다”며 “해방 이후 김구는 김일성과 논의해보고 접점을 못 찾으면 남한 단독으로 정부를 수립하자고 주장했고 이승만은 논의 없이 가도 된다고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더해 이승만기념관 건립운동으로 1948년을 건국원년으로 보는 주장을 강화하면 안된다고 이 회장은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승만 건국기념관’은 이승만을 오해하는 것”이라며 “3.1 기미독립운동선언이 임시정부 헌장과 1948년 제헌헌법으로 이어져왔다는 점과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점을 원칙으로 두고 이승만기념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회장은 개천절을 대한민국의 건국기념일로 지정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개천절 정부 행사는 축소되면 안된다”며 “광복회는 금년부터 주도해서 8.15부터 학술회 해서 많은 분들의 중진을 모아서 캠페인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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