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군비 증강이 안보 보장하는 것 아냐…대화 끈 놓지 말아야”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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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 “군비 증강이 안보 보장하는 것 아냐…대화 끈 놓지 말아야” [북악포럼]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11.16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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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42)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 고착화…대화로 긴장감 낮춰야”
“대한민국, 계곡 속 소와 같아…중국·러시아와도 친선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11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11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시사오늘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국방통’이다. 제18대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 줄곧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제20대 국회 전반기에 국토교통위원회로 잠깐 자리를 옮겼지만, 후반기에는 국방위원장으로 선출돼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제21대 국회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맹활약 중이다.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안 의원이 생각하는 국가의 제1덕목은 안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부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대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기까지 격동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에 <시사오늘>은 11월 14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안 의원의 구체적 방안을 들어 봤다.

1. 군비 증강이 안보를 담보하진 않는다

“보통 군사력이 강해지면 안보도 강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편입하려고 하니까 위협을 느낀 러시아가 극렬하게 반대하면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한 나라의 군사력 증강은 옆 나라에 위협을 줄 수 있고, 그로 인해 안보 불안이 야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군비 증강은 결코 안보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2. 한반도의 평화는 대화에서 시작된다

“그동안 세계의 중심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 단극 체제였죠. 그런데 최근에는 미국이 중국의 팽창주의를 강하게 견제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미국 군사기지 같은 데를 방문해보면, 미국이 중국을 엄청나게 견제한다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 아래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완전히 고착화됐습니다.

이렇게 긴장감이 높아지면 한반도가 위험해집니다. 저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국 이 문제는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1년 반 이상 대화가 없습니다. 이건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안보 정책에서 기인한 건데요. 거친 용어로 인해 서로 간에 갈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 수준을 낮추지 못한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만 강화해주고 우리는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6·25 당시 아이젠하워가 중공군과 휴전을 하기 위해 뭘 했습니까. 대화를 했습니다. 닉슨이 중국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기 위해 뭘 했습니까. 모택동과 만나 대화를 했습니다. 동유럽을 개혁 개방의 길로 이끈 것도 대화였습니다. 북한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대화고, 그것이 한반도가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3. 미군의 주둔 자체가 핵우산과 마찬가지다

“요즘 전술핵 전략무기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 평택에는 2만8500명의 미군, 약 10만 명의 군속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스라엘에 살던 우리 교포 250명 정도를 전투기로 태워 오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미군 2만8500명, 10만여 명의 군속이 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도 이스라엘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수송기를 보내서 250명, 300명을 태우고 왔는데 미국은 어떨까요. 저는 평택에 사는 10만 명의 미국인 자체가 핵우산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4. 핵무기 개발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두가 핵을 갖고 싶어 합니다. 우리도 핵 갖고 싶죠. 하지만 우리는 수출과 무역으로 먹고 사는 나라입니다. 만약 우리가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면 외로운 섬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가 됩니다. 일본·대만이 돈이 없어서 핵을 못 가질까요. 아니죠. 우리가 NPT를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면 유엔이 제재를 가해서 북한처럼 외로운 섬에 갇히게 됩니다.

핵무기 개발은 세계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우리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고도의 기술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가 보기에는 아마 6개월 정도면 핵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NPT 탈퇴 문제라든가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개발할 수 없는 거죠. 우리가 만약 핵을 가지면 일본도 대만도 가지려고 할 거예요. 동북아시아가 핵 도미노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겁니다. 대한민국의 위신과 국제사회에서의 역할 같은 것들도 전반적으로 고려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안 의원은 중국·러시아와도 친선을 유지하며 균형 외교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시사오늘
안 의원은 중국·러시아와도 친선을 유지하며 균형 외교를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시사오늘

5. 중국·러시아와도 친선관계 유지해야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4강 외교가 흔들린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의 전통적 4강 외교는 1동맹 3친선입니다. 보수와 진보를 넘어서, 미국과는 동맹이고 중국, 러시아, 일본은 우호 관계라는 게 유지돼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계속 미국에만 집중하다 보니까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굉장히 얼어붙어 있습니다. 저는 뭐니뭐니해도 외교는 국익의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 이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야죠.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힘이 있을 때는 대륙과 해양으로 뻗어나가고 힘이 없을 때는 침략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입니다. 그래서 저는 1동맹 3친선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는 계곡 속에 들어가 있는 소와 똑같습니다. 양쪽 언덕을 오가면서 풀을 뜯어먹어야지 한쪽 언덕의 풀에만 의존하면 굶어죽기 십상입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도 똑같이 보호를 해야 해요.

실제로 지금 러시아에서 LG 같은 대기업들이 다 쫓겨나고 있습니다. 원자재나 부자재를 수입하는 중소업체들 같은 경우에도 직수입을 못하니까 제3국을 통해서 수입을 해야 하고, 돈이 1.5배로 더 든다고 해요. 수입에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6. 9·19 군사합의, 충돌 방지 효과 커

“현 정부에서 9·19 군사합의를 폐기하자고 하는데요. 소형 무인기를 문제 삼지만, 사실 북한은 감시 정찰 능력이 전혀 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북한을 24시간 감시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김정은은 대동강 밑 지하로 들어가서 출퇴근을 합니다. 지상으로 출퇴근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지상으로 다니면 차량 서너 대를 바꿔 타고 다닙니다. 이게 뭘 뜻하겠습니까. 우리 감시 정찰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나다는 거예요. 시력으로 따지면 우리는 2.0인데 북한은 마이너스입니다. 전쟁을 나지 않게 하는 것이 잘 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제1과제가 돼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해상과 육상에 완충 지대를 만들어놓고 충돌을 방지한 9·19 군사합의의 가치가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9·19 군사합의의 존재 가치는 또 있습니다. 제가 7~8년 전에 북한에서 미사일 쏘고 핵 실험하고 할 때 즈음에 의원연맹 총회를 갔는데요. 저한테 ‘나쁜 사람’이라고 그러더군요.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대한민국에 전쟁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여기 왔냐’고 그러는 거예요. ‘CNN 봐라, 미사일 쏘고 난리가 났는데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무책임하게 여기 왔냐’는 겁니다. 외국 사람들은 북한이 저렇게 하면 전쟁이 일어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게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이 예쁘고 밉고를 떠나 해상과 육상, 공중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지대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7. 어떤 경우에도 대화의 끈을 놓지 말자

“한미일과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우리가 끌려감으로써 한반도 안보와 평화가 위중한 상태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각자 위치에서 강대국의 패권 다툼에 대한민국이 도구로 쓰이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주시고, 대한민국 외교 안보 역량이 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달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동의보감에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통하면 아프지 아니하며, 통하지 않으면 아픔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이건 신체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국제사회나 인간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죠. 대화가 없으면 그만큼 고통스러운 겁니다. 어떤 경우가 오더라도 대화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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