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수수료 장사 옛말…카드사, 변해야 산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스크롤 이동 상태바
가맹점 수수료 장사 옛말…카드사, 변해야 산다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4.08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카드업계, 가맹점 수수료 수익 제자리 걸음
카드론 수익은 2014년 2.5兆→2023 4.5兆
오토론 수익, 10년새 20배 성장…경쟁심화
여전법상 사업제한…法개정등 개선 목소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 세 번째), 백혜련 국회 정무위원장(오른쪽 네 번째)을 비롯한 카드사 CEO 등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6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협회 & VISA 공동 심포지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최근 자동차할부금융(오토론), 일부금액이월약정(리볼빙), 프리미엄 카드 라인 확대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수익다각화가 목적이라지만, 그 배경에는 절박함이 깔려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계 한축을 담당하는 신용카드사들은 과거 가맹점들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핵심 수익 기반이었습니다. 카드사마다 세부적인 비중은 다르지만 10년 전만해도 카드수익 절반 이상이 가맹점 수수료로만 발생했을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카드수익 총액 17.8조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가 9.6조원에 달했습니다. 이 당시에도 카드론수익은 주요 수익원이었지만 가맹점 수수료에 비할 바는 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제도로 인해 사실상 수수료 인상이 막혀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반면 비용만 늘어나는 상황이 이어지자 카드론을 비롯한 다른 수익창구의 비중이 올라갔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전업카드사 총액 기준으로 2014년말 가맹점수수료 9.6조원에서 2023년말 8.1조원으로 1.5조원 늘었지만 카드론은 같은 기간 2.5조원에서 4.5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여기에 할부카드수수료와 현금서비스수수료까지 더하면 8.5조원으로 가맹점 수수료보다 파이가 큽니다. 비중으로 계산하면 2023년말 카드사 카드수익 총액 21조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 비율은 38.5%로 대폭 축소됐고 카드론 등 비율은 40%로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부문은 연회비입니다. 알짜 혜택카드들이 중심이던 카드업계에서 연회비가 수익에서 차지하는 부문은 극히 미미했죠. 하지만 2014년말 기준 0.7조원에 불과했던 연회비 수익은 2023년말 1.3조원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줄어든 가맹점 수수료 수익을 프리미엄 라인군 카드의 연회비로 통해서 만회하고 수익개선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을 통해서 꾀하는 셈이죠.

카드부문 외 할부금융에서도 변화가 생겼습니다. 여신업계 내에서 신한카드가 사실상 독점했던 자동차할부금융(오토론) 시장에 카드사들이 진출해 카드업계간은 물론 캐피탈 업계와도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졌죠. 2023년말 기준 오토론 시장에 진출한 카드사는 신한카드를 비롯해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롯데카드, 삼성카드, 하나카드 등 6곳에 달합니다.

이에따라 사실상 신한카드만 진출했던 2014년말 기준 229억원에 불과하던 오토론 수익은 2023년말 4070억원으로 20배 가까이 늘었죠.

이처럼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에만 기댔던 과거와 달리 현재 다양한 창구를 통해 수익을 내고 있죠. 그리고 카드사들의 변화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으로 인해 사업구조 개선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카드사들은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제도 취지상 인상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동결보다 인하 압박이 더 강한 상황에서 또다른 수익원을 찾아야합니다.

카드사들의 신사업으로 각광봤던 오토론의 경우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등 신규 경쟁자의 시장 진출로 업계간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사실상 금리 경쟁이 예정된 상황에서 수신기능을 갖춘 인터넷은행의 공격적 영업전략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는 새로운 고민거리입니다.

카드론에 버금가는 수요 수익원인 리볼빙도 건전성 리스크와 맞물려 쉬이 늘리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실제로 카드업계가 보유한 리볼빙자산은 2014년말 9.9조원에서 2022년말 17.6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그렸지만 2023년말 17.5조원으로 오히려 줄었습니다. 해당 기간 리볼빙 자산이 줄어든 건 2019년까지 포함해 두 번 뿐입니다. 금융당국이 결제성리볼빙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면서 관련 자산을 늘리는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됩니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그동안 카드사의 리볼빙에 대해 불완전판매 우려 등을 거론하며 철저한 관리를 당부하는 발언을 해왔죠.

이같이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개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카드업계 내부에서는 올해 로드맵이 ‘성장전략’이 아니라 ‘생존전략’이라는 자조마저 나옵니다. 핀테크 업계의 간편결제 서비스 확대로 카드사의 입지가 더욱 좁아진 상황에서 신사업 진출만이 살 길이라는 외침은 카드업계의 절박함으로 다가오죠.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이호성 하나카드 사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체질 개선’과 ‘수익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여전법 개정 등 금융당국의 측면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9월 열린 여신금융협회-VISA 공동 심포지엄에서도 이같은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왔죠. 당시 여신금융연구소 박태준 실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관련법상 신용카드의 정의는 디지털 대전환 상황과 다소 동떨어진 상황이라고 지적하며 여전법상 신용카드 정의를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맞춰 개정할 필요할 있다고 밝혔죠. 국내 카드사들의 경우 현행법에 발목이 잡혀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업(업무)을 영위 중인 상황에서 신사업 모색이 더욱 어렵기 때문입니다. 

‘생존 전략’을 고민하는 카드업계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체질개선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꾀할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