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 쓰지 마세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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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빙 쓰지 마세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2.27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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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채무자 450만명 시대…고금리에 대출문턱 높아져
카드론·리볼빙으로 몰리는 금융취약계층…리스크 확대
법정금리 육박 高금리…무계획적 이용땐 ‘폭탄 돌리기’
금융당국, 리볼빙=고금리 대출성 계약 정의…예의주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미국에 정착된 리볼빙 제도는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회 대출 창구로 이용되면서 가계부채 증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픽사베이

최근 가계부채 리스크 확대 주범으로 ‘리볼빙 서비스’가 부쩍 거론되고 있습니다. 총부채상환비율(DSR)을 우회하는 형태로 카드론 대용으로 악용돼 다중채무자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의원에 제출한 '다중채무자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다중채무자는 무려 450만명입니다. 이 가운데 리볼빙 이용고객도 상당수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중채무자 모임카페 등을 봐도 리볼빙 이용을 후회하는 차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달 두달 정도만 이용해 원금을 다 갚을 생각이었지만, 소액결제에만 눈이 멀어 장기화되다보니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게 돼 결국 카드론까지 추가로 받아버렸습니다.”

A씨도 리볼빙 이용으로 낭패를 본 사람 중 한명입니다. 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이라는 정식 명칭보다 ‘리볼빙’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이 서비스는 사실 한국에 도입된지 꽤 오래 됐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자리잡은 리볼빙 서비스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들어온 건 1999년으로 무려 25년 전입니다. 다만 도입 후 10여년간 리볼빙 서비스는 한국에 제대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일시불 또는 할부가 친숙한 경제습관으로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소액결제액에 대한 할부가 불가능한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신용카드 할부결제 서비스가 잘 구축돼 있어 리볼빙 사용 유인 효과가 극히 미비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의 리볼빙 제도는 사실상 할부 대용으로 보기도 합니다. 이같은 점이 우리나라와는 다르죠. 우리나라의 경우 부담스러운 결제액을 나눠낼 때 이용하는게 할부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연체액을 이월하는 용도로 리볼빙을 이용하니까요.

이는 리볼빙의 장점이자 두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당장 신용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감당못할 부채를 이월하는 리볼빙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데이터상 차주의 신용에는 문제가 없죠. 리볼빙 약정에 따른 금액은 착실하게 지불하고 감담 못하는 부채를 또 이월해버리니까요.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다른 시각에서 리볼링 서비스를 보기 때문에 부작용이 우려됩니다.

실제로 국내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들 일부는 ‘폭탄 돌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우려하는 부분도 이 지점입니다. 결제금을 감당 못한 신용카드 이용자가 리볼빙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연체가 발생하고 금융사들은 곧바로 이를 파악하게 됩니다. 리스크가 크지 않은 시점에서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응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리볼빙 이용시에는 이같은 신속한 대응이 어렵습니다. 잠재된 리스크가 얼마나 클지 쉽게 짐작할 수 없죠.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리볼빙 잔액은 2020년말 5.4조원, 2021년말 6.1조원, 2022년말 7.3조원, 지난해 11월말 7.5조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금융취약계층들이 증가한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중 얼마나 많은 차주들이 무계획적으로 리볼빙을 사용하며 감당하지 못할 부채를 폭탄 돌리기로 막고 있을지 현재로선 알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당국에서도 리볼빙 서비스를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리볼빙 서비스를 ‘고금리 대출성 계약’으로 정의하고 지난해말에는 소비가경보를 발령해 이용에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죠.

여기에 더해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는 리볼빙 설명의무 등을 강화하는 개정약관도 마련했죠. 지난해 11월1일부터 시행된 개정약관에는 리볼빙 설명서 의무화에 따른 관련 내용이 추가되고 리볼빙 관련 설명을 고객이 이해했다는 사실을 서명, 녹취 등을 통해 확인하는 의무도 담고 있습니다.

고객이 알아야하는 주요정보는 리볼빙 수수료율, 최소결제비율 및 약정결제비율, 일시상환방법 등을 비롯해 이월잔액이 발생할 경우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는 위험성도 여기에 포함되죠.

즉 리볼빙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사용할 경우 부담하는 리스크를 특히나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카드업계 입장에서도 고객들에게 굳이 리볼빙 사용을 권장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리볼빙이 우회 대출로 인식되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리볼빙 급증은 카드사 입장에서도 건전성 리스크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리볼빙은 이월될수록 원금과 이자규모가 커진다는 점에서 사용시 특히나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리볼빙은 미처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인해 결제금액 감당이 어려울 경우 연체로 인한 신용점수 하락을 막기 위해 카드대금 일부를 다음달로 미루는 게 그 도입 취지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카드결제금액(부채)을 상환가능한 액수만큼만 결제한뒤 나머지 금액을 이월하며 리스크를 분산해 당장의 신용하락 리스크를 막고 이를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갚아나가는 게 이상적인 리볼빙의 형태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현명하게 소비패턴과 보유자산, 그리고 수수료 등을 고려해야하죠. 사실, 정말 현명한 소비라자면 복잡한 리볼빙 서비스 대신 할부를 이용하겠지만요.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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