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로 보는 홍콩ELS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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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사태로 보는 홍콩ELS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4.01.11 07:00
  • 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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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판매 주장으론 투자원금 전액반환 어려워
DLF 사례땐 치매환자·난청 고령 고객 80% 배상
착오취소땐 100% 배상 가능하지만 입증 어려워
헤리티지펀드는 수익 시현 불가·이면계약등 문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가입으로 원금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15일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가입으로 원금 피해를 보게 된 투자자들이 지난해 12월15일 금융감독원 앞에 모여 집회를 열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홍콩H지수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이달부터 만기를 맞은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H지수 ELS 상품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로, 한때 고점을 찍었던 홍콩H지수가 급격히 하락하며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일부 투자 피해자들은 ELS판매사(은행·증권사 등)들이 충분한 위험성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금융사를 규탄하면서 투자원금이라도 돌려달라며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불완전판매’ 주장으로는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기 어렵습니다. 왜그런지, 지금부터 과거 유사한 형태로 진행된 사모펀드 사태를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사모펀드 사태 중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는 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제대로된 위험을 고지하지 않고 상품을 판매한 ‘불완전판매’ 사례입니다.

배상비율을 결정하는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분조위에서는 상품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와 판매자간 행태에 따라 배상비율에서 일정 포인트를 가감을 하게 됩니다. 분조위에서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투자금의 일부를 배상비율에 따라 금융사에 배상하도록 권고하죠.

지난 2019년말 나온 분조위 결과를 보면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고령(80세)의 치매환자에게 초고위험상품을 불완전판매한 행위에 대해 투자원금의 80%를 돌려주도록 배상비율을 결정했죠. 이마저도 당시 분조위 배상비율 중 가장 높은 비중이었습니다. 다른 사례의 경우 불완전판매가 인정됐지만 판매사 배상비율이 40%에 불과했죠. 가입자가 젊고 다른 금융상품 투자 경험 등이 있다는 점이 배상비율 감축 요인으로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펀드 투자 책임은 일반투자자에게 100% 있지만, 판매사의 과실 비율을 정해 일정 비율만큼 투자금을 돌려주는 게 불완전판매라고 하겠습니다.

반면 100%로 판매사 배상비율이 결정된 사례도 있습니다. 독일 헤리티지 펀드입니다.

여기서는 판매과정상 설명부족 등의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론이 났습니다. 두 결정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존재합니다.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고의성만 입증되면 ‘사기’에 해당합니다. 과장을 좀 보태서 표현하면 헤리티지 펀드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은 사기인 셈이죠.

실제로 헤리티지 펀드는 사기성이 짙은 부실투자 상품으로 금융당국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분조위는 해당 상품 제안서에 기재된 내용 대부분이 거짓 또는 과장이었기 때문에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되는 것은 물론 투자 및 회수 자체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수익이 날 수 없는 구조의 펀드를 판매했다고 본 것이죠.

심지어 이면계약 내용도 존재했습니다. 당초 해당 상품은 투자 이후 2년간 약 5.5%(국내 판매사 선취수수료 2.5%+싱가프로 운용사 운용수수료 3%)의 수수료만 지급한다고만 설명했지만, 금감원 조사 결과 이면계약상 실제 수수료는 무려 24.5%에 달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초고액 수수료를 지급하면 시행사가 투자를 예정했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는 결론을 내린 금감원과 분조위는 일반투자자에게 ‘자기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즉,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착오를 일으키게 만든 판매사에 100%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죠.

다시 홍콩 ELS 사태로 돌아와서 살펴보자면 분조위에서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판단하기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ELS 사태는 홍콩H지수 급락으로 손실이 불가피해진 경우입니다. 처음부터 수익실현이 불가능한 상품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투자자들이 주장할 수 있는 건 ‘위험성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일부 사례의 경우 고령의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한 것 등이 있는데 이는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보다는 ‘불완전판매’로 볼 소지가 높습니다.

DLF 사례로 볼때 홍콩ELS 배상비율도 최대 80%선에서 결정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모펀드 투자 피해자들이 사태 발발 이후 현재까지도 투자원금 전액 배상(보상)을 주장하며 집회를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가 나오지 않는 이상, 판매사로부터 투자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요? 드문 사례이지만,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투자증권 정일문 부회장(당시 사장)은 2021년 6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 사모펀드 판매 책임을 인정하고 투자손실액 100%를 고객들에게 돌려주겠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정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오로지 고객에 대한 바른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금융시장의 선진화를 우리가 선도하겠다는 의사표현”이라고 설명했죠.

아쉽게도, 이처럼 판매사가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에 나선 건 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결국 홍콩ELS 투자자들 역시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

‘제2의 사모펀드 사태’로 불리는 홍콩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수 없는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제2의 한투증권이 나올지도 지켜볼 대목입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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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ny684@naver.com 2024-01-11 20:14:14
고객에게 설명을 아니하고 위험한 상품을 가입하게 해서
원금을 손실을 입게한 국민은행은 책임져야합니다
돈잃고 피눈물 흘리는 ELS가입자를 금융당국은 외면하지마세요

죽어야하나... 2024-01-11 19:55:14
남의 재산을 반토막 내놓고 성과급을 챙긴 SC제일은행의 PB... 제 인생의 악인입니다

대한민국 2024-01-11 17:36:40
금감원이 판매를 허용했다면 도대체 실제 은행에서 어떤식으로 판매했는지도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말만 불완전판매가 아닙니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하랬더니 똑같이 팔면서 지들 면피용으로 써먹고, 아주 무서운 집단이 은행이다!!! 니들한테 다 돌아갈것이다!!!

대한민국 2024-01-11 17:25:46
금융 전운가들은 홍콩증시 위험성 인지샜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들을 왜 가입시켜서 피 토하게 합니까? 은행은 알았을 거잖아요!!! 가입시켜 수수료 받았으니 단물 다 빠졌다 이겁니까!!!! 제대로 된상품 판매하려면 제대로 하던가!!!! 왜 은행들은 손 놓고 있고 고객들은 피해를 보게 하냐구!!! 이게 금융소비자 보호냐???

농협ELS불완전판매 2024-01-11 14:14:11
은행이 수수료 벌자고 고객에게 위험성 수수료 설명고지의무를 위반하고 투자성향도 조작한 불완전판매입니다 은행은 피해자의 손해액을 배상하고 제발 금감원은 은행 관리 감독 강화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