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정 파탄 내지 않으려면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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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국정 파탄 내지 않으려면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4.04.1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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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2년 만에 모든 권력 야당에게 몰아줬다”
“민주당, ‘국정동반책임자’로서의 의무감 가져야”
“尹대통령, 억지로라도 ‘소통’에 적극 나설 때”
“이 나라는 당신들 私的 싸움터가 아니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22대 총선이 민주당 압승으로 끝났다. ⓒ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윤석열 정권 지난 2년은 거대 야당과 윤 정부 간의 싸움으로 점철 돼왔다. 국정은 제대로 진척되지 못했고 민생은 거의 내팽겨쳐졌다. 국민은 매일 정치권발 소음에 시달리며 살아왔다.

이번 총선 결과로 인해 양측의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개연성을 안게 됐다. 민생이 더욱 피폐화할까 걱정이다. 치명적인 여소야대의 후유증!

더욱이 지독한 정적 관계였던 윤 대통령과 이재명, 조국, 추미애 3인이 다시 정면 대결하게 됐다. 처럼회를 중심으로한 민주당 강성 의원들은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공격에 더욱 날을 세울거다. 상생을 추구하기 쉽지 않은 구도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매우 어렵다. 

국가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들의 입장만이 우선인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정치로 인해 국가 발전이 후퇴하고 국민이 고생하는 이 불행한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선거 과정에서 말썽 많던 문제의 신인들이 당선되면서 민주당 ‘처럼회’ 숫자도 늘어나고 강성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당 차원 순화작업이 긴요하다. 

윤 대통령 주변 친윤 인사들은 국정에서 즉시 손을 떼야 한다. 오늘의 사태엔 그들 책임이 가장 큰 만큼 당연하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을 완전히 재편하고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내각도 다시 꾸려 새 진용을 짜야 한다. 거국중립내각 구성은 윤 대통령 스타일에 가당치도 않겠지만 일단 검토 대상으로 올려둘 만하다. 

총선 결과를 접하며 시대 변화에 둔감한 노인 세대들도 국민들의 심각한 반윤(反尹) 정서를 실감했다고 실토한다. 윤 대통령의 팬덤 세력과 같았던 그들 노인들도 이젠 내각 총사퇴와 대통령 대국민 소통 강화(기자회견), 제2부속실 신설 등을 요구하기 이른 것이다. 

사법부 역할이 특히 중요해진 시점이다. 정치권 싸움과 관계없이, 눈치 보지 말고 계류돼 있는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과 고소·고발될 정치인들에 대한 재판을 정상적인 속도로 진행해주기를 기대한다. 국민들은 이런 때일수록 독립된 사법권의 의연한 모습을 기대한다. 차제에 용기 있는 법조인들이 사법부의 완벽한 독립을 이뤄내기 바란다. 

처럼회와 친명그룹이 ‘약해져야’ 하는 이유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여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주당 자신을 위해서다. 국정동반책임자로서, 어쩌면 이제 대통령보다 더욱 큰 무게감을 지닌 국정책임자로서 지나친 강성과 막무가내식 대정부 공격은 지양하는 게 마땅하다. 계속 그랬다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스타 정치인으로 키워냈던 정도를 넘어서 여당의 여러 명을 거물 정치인으로 키워내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민심은 특히 약자 편을 잘 든다는 평범한 이치를 깨달아야 할 때다. 

민주당은 처럼회나 이 대표 주변만을 맴도는 ‘아부꾼들’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국을 주도할 조건을 갖췄다. 쉽게 얘기해 개헌 빼놓고는 다 할 수 있는 숫자 아닌가. 여당 쪽에서 불만을 가진 ‘배신자’ 몇 명만 꼬여내면 대통령 탄핵까지도 시도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국민의힘 쪽에 반윤 인사도 여럿 있고 앞으로 윤 대통령 하기에 따라서 반윤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처럼회나 친명 그룹의 지나친 ‘활약’으로 인해 국민들의 반감을 살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대신 사안별로 조국혁신당의 강성을 활용하는 전략을 펴면 된다. 조국 대표는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검찰청을 찾아가 ‘겁’을 주고 ‘한동훈 특검’부터 발의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한동훈 특검? 한동훈이 무슨 비리에 연루되거나 직권 남용을 한 혐의가 있다는 소리는 못 들었다. 한동훈이 정치엔 미숙해도 결벽증이 있을 정도로 처신이 깨끗한 사람으로 각인돼 있다. 

조국 대표가 그렇게 국회를 자기의 사적 복수를 하는 곳으로 착각하고 밀어붙일 때 민주당은 그런 상황을 밀었다 당겼다 하며 잘 활용만 하면 ‘손 안 대고 ... 있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굳이 힘을 낭비하고 인심을 잃어가며 처럼회나 친명을 내세울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이제 유연하고 여유 있게 대여 관계를 꾸려갈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보다 더 높은 자리, 실질적인 국정운영자 위치에 등극해 있다. 

尹 대통령이 스타일을 바꿔야 하는 이유

우리 헌정사에서 임기 내내 여소야대의 불리함을 김수해야 했던 대통령은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 이후 윤 대통령을 포함한 8명 중 5명이 여소야대로 임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임기 중 총선에서 모두 역전에 성공했고,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총선에서는 패배했으나 총선 이후 '야당 의원 빼오기'로 여대야소를 이뤄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내내 여소야대의 짐을 짊어지고 가야 할 ‘팔자 사나운’ 첫 대통령이다. 

국정운영 주도권이 민주당에 넘어가면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동력은 당연히 약해지게 돼있다. 게다가 앞서 언급했듯이 숙적인 이재명, 추미애, 조국이 야권의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그들은 윤 대통령을 향한 칼끝을 치울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공공연히 탄핵까지 언급해왔다. 게다가 민주당이 막말의 대가들까지 여럿 영입함으로써 윤 대통령으로서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의 전황을 맞고 있다. 

야당뿐만이 아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당선 일성으로 “그 당 대표였던 (자신이) 왜 당을 옮겨 이렇게 출마할 수밖에 없었을까라는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곱씹어 보라”라고 힐난하는 등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거의 사면초가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억지로라도 ‘스타일’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레임덕은 시작됐다. 여당 내에서도 곧 반윤 정서가 빠르게 확산될 거로 보인다. 이제 공천권한도 없고 거대 야당에 밀리는 대통령한테 풍향계 성능 좋은 정치인들이 충성할 이유가 있을까? 윤 대통령으로서는 섭섭해 할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일 일이다. 인재들도 이제 용산행을 별로 내키지 않아 할 거다. 검사 출신으로 ‘의리를 지키고 충성심을 보인’ 마지막 인사가 한동훈 정도가 아닐까 싶다.

한마디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여당 내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받을 처지다. 

그렇다고 해서 윤 대통령이 별안간 스타일을 확 쪼그려뜨릴 수는 없을 거다. 뚝심과 맷집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는데…. 또한 그게 그의 특장점이기도 했다. 시스템으로, 조직 운용의 묘를 살려 야당과 협치를 꾀해 나가는 게 지금으로선 위신을 살리고 국정을 제대로 운용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그런 맥락에서 앞에서 거국내각 얘기를 꺼내본 거다. 전통적 의미의 외교, 국방 분야를 대통령이 책임 지고, 내치는 책임 국무총리 지휘 아래 내각을 꾸려보라는 제언이다. 야당 몫 각료도 영입할 수 있으면 더욱 좋고. 

총선에 패하자마자 너무 재촉하는 것 아니냐고? 그렇다면, 친윤들 중에서 다른 좋은 대안을 내는 걸 기다려보기로 하자. 

尹, 밖으로 많이 뛰어야 하는 이유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1126조 원으로 사상최대가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당연히 외신을 타고 각국으로 나가며 코리아 신용등급이 떨어지게 됐다. 

지구촌 상황은 언제나 그래왔지만, 특히 요즘 들어 많이 위태로워지고 있다.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관계가 날로 높아가고 우크라이나 사태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로 인한 북·러 밀착이 심각한 정도에 이르고 러시아는 우리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 사퇴, 국무총리 사퇴, 대통령 비서실 전원 사의’ 이 굵직한 한국의 뉴스는 벌써 외신을 타고 지구촌 주요뉴스로 퍼져나갔다. 

우리 친구들은 불안한 한국의 정정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며 한국과의 외교·통상 문제 외 신용관계를 세심하게 재볼 거다. 북·중·러는 신이 나서 깎아내릴 궁리에 몰두할 테고.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면 대통령이나 여야가 허구한 날 안에서 티격태격할 여유가 없다. 

윤 대통령은 국제무대에서 ‘스타일리시한 사람’이라며 제법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대일 관계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쥐며 경색됐던 한일관계를 풀어가는 등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올렸다.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외교 분야 치적은 손꼽을 만 하다. 

밖으로  많이 뛰며 외교 분야에서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 

김형석(金亨錫) 논설위원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 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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