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代로 이어지는 ‘기술의 효성’…조석래 명예회장의 길 ③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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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로 이어지는 ‘기술의 효성’…조석래 명예회장의 길 ③ [옛날신문보기]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4.04.24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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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투자’ 집념…7년 만 성과 스판덱스로 1위
사법리스크는 過…3代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지난 3월 29일 영면에 들었다. 창업 2세 경영인의 부고 소식으로 재계 안팎에서 한 세대가 저물어가는 데 대한 헛헛한 실감이 돈다. 그룹의 새로운 얼굴로 나선 3세들의 어깨도 무거워지고 있다. 선대의 일대에서 공과 과를 살필 때겠다. <편집자주>

故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
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효성

지난 3월 영면에 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에 대한 평가는 기술중시 경영인으로 모인다. 선대부터 이어져 온 연구개발(R&D) 중시 기조가 3대인 조현준 회장에까지 무사히 안착한 건 조 명예회장의 공이란 게 중론이다.

다만, 오너로서의 평가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지난 2014년부터 연이어 터진 일가 대상 검찰 수사에 조 명예회장의 몫이 있어서다.

 

‘독자기술’ 경영철학 고집…타이어코드·스판덱스 등 성과로


경영인으로서 조 명예회장은 1대인 조홍제 창업주의 기술 DNA를 지켜낸 인물이란 평을 받는다.

조 명예회장이 지난 1966년 효성물산에 입사한 후 1970년 효성그룹(당시 동양나이론) 등 대표이사 사장을 맡은 이래 효성은 ‘독자 기술’을 확보한단 일념으로 연구개발에 전폭적인 투자를 지속했다.

효성의 전신인 동양나이론 시기, 1968년 나이론 타이어코드에 이어 1978년엔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개발한 것이 그 성과다.

현재까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며 그룹사 매출을 견인하는 스판덱스 제품 ‘크레오라’의 개발과 성공에도 조 명예회장의 기술에 대한 고집이 혁혁한 역할을 했다.

크레오라는 개발 시작부터 완료까지 7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업계 1위를 차지하는 데까진 다시 10년이 더 걸렸다.

지난 2000년 효성이 처음 구미공장에서 스판덱스 상업생산을 시작했을 때 붙여졌던 프로젝트명은 ‘Q-6’였다. Q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과 기대를 담은 ‘Question’의 앞글자다. 그로부터 10년 후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듀폰을 제치고 후발주자로서 역전승을 이뤄냈다.

2015년 6월 23일자 <뉴스1> 물음표 붙었던 효성 스판덱스, 세계 1위 황금알이 되다

이후 효성이 포트폴리오를 전기전자 및 정보산업, 석유화학산업,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 확대하고 해외 진출 등에 예산 비중을 높일 때도 기술 중시 기조는 흔들림이 없었다.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1993년부터 1997년까지 기간에 1996년을 제외하고 효성은 매년 다음해 R&D 예산을 높여 잡았다. 1995년 잡은 1996년 예산은 당해 대비 66.7% 증가하기도 했다.

3대인 조현준 회장에까지 이 같은 기술 중시 DNA는 이어지고 있다. 효성은 지난 2007년부터 친환경 원사 브랜드 ‘리젠(regen)’을 통해 재활용 섬유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재계의 ‘대들보’로서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조 명예회장은 31·32대(2007~2010년) 한국경제인협회(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또, 한미재계협회장과 한일경제인협회장 등도 역임하며 재계의 각종 이슈에 목소리를 냈다.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는 2000년부터 조 명예회장이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필요성을 제기한 사안이다.

이처럼 민간외교활동의 공을 인정받아 2009년 일본 욱일대수장, 1980년 덴마크 Dannerbrog 훈장 수여 등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내에서의 수상은 물론이다.

조 명예회장이 심은 이같은 ‘민간 외교관’ DNA 역시 3대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현준 회장이 한국무역협회(KITA) ‘한일 교류 특별위원회 발족식’에서 한일교류 특별위원장으로 선임된 바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과 대한민국 해외 유치 제1호 과학자인 고(故) 김재관 박사가 14일 서울국제포럼이 수여하는 ‘2022년 제14회 영산외교인상’을 받았다. (중략) 서울국제포럼은 “조 명예회장은 공학도 출신 경제계 리더로서 미국 일본 중국 유럽 등과의 경제협력 최전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자면제협정, 한·일 기술교류 등 경제외교에 헌신해 경제 대국의 초석을 놓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022년 6월 14일자 <한국경제>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영산외교인상’…“한미 FTA 등 경제외교 헌신”

 

‘형제의 난’으로 일파만파… 효성 家 사법리스크, 더이상 없으려면


물론, 조 명예회장이 심은 씨앗 중엔 과(過)도 있다. 사법리스크다.

지난 2014년 검찰은 조 명예회장을 분식회계, 탈세, 위법배당 등 혐의로 기소했다. 아들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도 효성 법인 자금을 횡령한 혐의 등 조사가 진행됐다. 관련 재판은 상고심까지 이어진 끝에 2020년에야 마무리됐다.

문제는 해당 사건이 효성가 사법리스크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됐단 데 있다.

지난 2014년 효성가 차남인 조현문 전 효성 부회장이 형 조 회장 등을 타깃으로 일명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내부고발에 나서면서 효성 오너가는 긴 법정 싸움을 겪어야 했다.

조 회장의 혐의는 최초 계열사 부당지원에서 위장 채용, 비자금 조성 등으로 일파만파 번졌다. 효성가는 일부 혐의에 대해선 아직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계열사를 동원해 자금난에 빠진 사실상 개인회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벌금 2억원을 선고받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했다. (중략) 지난달 10일 대법원이 부당지원과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가 적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중략) 대신 조 회장의 변호인들은 재판부에 양형 검토를 호소했다.

2022년 12월 8일자 <시사저널e> 효성 조현준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 인정하고 선처 호소···22일 항소심 선고

효성은 일련의 사건 원인으로 형제의 난을 꼽는 것처럼 보인다. 2대의 실수를 형제 간 분쟁의 여지를 남긴 데서 찾는 모습이다.

최근 효성이 그룹을 2개 지주사 체제로 재편한 것 역시 이런 이유가 있단 분석이다. 효성은 신설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로 3남인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을 내정했다.

다만, 일각에선 내부고발 가능성을 줄이는 것 만큼이나 내부에 고발할 만한 ‘건 수’를 소거하는 데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까지 7년째 매년 주총에서 조현준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건 등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는 국민연금은 그 이유로 내부고발이 또 있을 가능성이 아니라 조 회장의 ‘기업가치 훼손 이력’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는 지난 2020년 효성 지배구조 개선의 방안으로 이사가 배임·횡령죄로 금고 이상의 형 선고가 확정되면 이사직을 상실한다는 내용으로 정관을 변경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수탁위는 조현준 회장의 경우 기업가치 훼손 이력, 기업가치 훼손에 대한 감시의무 소홀, 과도한 겸임으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중략) 그동안 시민단체들은 조 회장이 횡령·배임 등 회사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고 기업사유화가 도를 넘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의 연임 안건 재상정 불가와 횡령 배임 시 즉시 이사직 상실을 골자로 한 정관변경을 요구했다. 하지만 효성은 이들 형제의 재선임 안건을 그대로 상정했다.

2020년 3월 19일자 <매일산업뉴스> 국민연금, 효성 조현준 회장·조현상 사장 ‘재신임’ 반대…왜?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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