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탄생 막후②> 金-安 깜짝 빅딜 배경엔 김덕룡-권노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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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신당 탄생 막후②> 金-安 깜짝 빅딜 배경엔 김덕룡-권노갑
  • 김병묵 기자
  • 승인 2014.03.14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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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동행 배후론´의 세 가지 단서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병묵 기자)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새정련)의 깜짝 통합의 막후에는 누가 있었을까.

야권 통합은 양측의 핵심인사들도 발표 직전까지 몰랐던 사안이다. 그렇다면 이번 통합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련 중앙운영위원장 단둘이 합작한 작품일까? 그럴 가능성은 적다. 다른 목소리를 내던 두 정치집단이 대표 간 결단으로 하나가 되는 사례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통합 과정까지 많은 이들의 수고와 조력이 필요했을 것이란 추측이 더 현실적으로 들린다.

다양한 가설이 도는 가운데 통합신당의 창당 배경에는 야권의 정치 원로 모임 ‘국민동행’이 움직였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왼쪽)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뉴시스

민주-새정련 통합만큼 놀라운 상도동-동교동 합작

국민동행의 정식 명칭은 ‘민주와 평화를 위한 국민동행’이다. 국민동행은 지난해 말 야권 정계 원로들과 종교계, 시민사회 저명인사들이 창립한 정치권 외곽단체다.

국민동행은 과거 한국정계를 양분했던 상도동계와 동교동계가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상도동계의 거물 한나라당 김덕룡 전 원내대표와 동교동계의 맏형격인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이 손을 잡았다. 만약 90년대였다면 민주당-새정련 통합은 저리가라 할 충격이 일었을 사건이다.

국민동행은 출범 이후 눈에 띄는 행보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핵심 인사들은 물밑에서 범야권을 위한 정중동(靜中動)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리고 얼마 뒤인 3월, 통합신당 출범이 발표됐다. 범야권을 위한 국민동행의 등장, 그리고 야권의 갑작스런 통합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시사오늘>은 통합신당과 국민동행의 관계를 짚어봤다.

단서1. 안철수의 후견인은 김덕룡

지난해 국민동행 출범 직후, 한나라당 김덕룡(DR) 전 원내대표가 안 의원의 정치세력화를 돕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정가에 나돌았다. MB정부에서 고위공직을 지냈던 한 인사는 지난해 11월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지난달(10월) DR을 만났는데 그가 '현재 우리나라 정치가 아주 엉망이라 정계개편이 있어야 한다. 현재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유력한 인물은 안철수뿐인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어 “DR이 ‘우리가 힘을 합쳐 한번 밀어주자’고 한 것으로 보아, 그가 곧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분위기다”라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김 전 대표는 새정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의 공개적인 행보는 야권 전체를 향한 조언과 정권을 향해 일침을 가하는 것이 다였다. 국민동행도 중립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김 전 대표가 안철수의 숨은 ‘멘토’라는 의혹은 수면 밑으로 들어갔다.

김 전 대표 측은 “공식적인 일정과 언론에 공개된 부분 이외의 일은 없었다”고 일축했다.

단서2. 국민동행 주요 임원, 민주+새정련

국민동행의 주요 임원 상당수가 민주당과 새정련 측 인사로 구성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민주당은 권노갑, 정대철 고문에 이어 이부영 전 의원까지 상임고문이 세 사람이나 국민동행에 대표 급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민주당 정대철 상임고문은 안 의원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국민동행 창립대회를 비롯해 개소식 등에서 기자들은 정 고문에게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실 것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이에 정 고문은 “민주당 상임고문인 나에게 느닷없이 안철수 신당을 묻는지 모르겠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시사오늘>과 인터뷰에서 “야당이 너무 약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년 6월 지방선거를 비롯해 정치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당의 연대 연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돕고 싶다”고 전했다.

이계안 전 의원과 김효석 전 의원은 새정련의 공동위원장이다. 대전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선병렬 전 의원과 전북지사 출마를 선언한 조배숙 전 의원 역시 새정련 소속이다. 이들은 국민동행 멤버이기도 하다. 우연히 모였다기엔 의미심장한 구성원이다.

단서3. “권노갑 고문님만 믿고 갑니다”

통합신당 창당발표 사흘 뒤, ‘이번 통합 창당 선언에 권노갑 민주당 상임고문의 손길이 미쳤다’는 내용의 기사가 났다. 6일 <동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발표 직후 안 의원은 권 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고문님만 믿고 갑니다”라고 말했다. 권 고문과 안 의원은 앞서 지난달 13일 여의도에서 저녁을 함께 하며 신당 창당에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고 알려졌다. 권 고문은 이 자리에서 “더 큰 곳에서 새 정치의 뜻을 펼쳐야 한다”며 “민주당과 50 대 50으로 통합신당을 만들면 된다”고 설득했다. 회동은 안 의원의 제안으로 성사됐으며 약 2시간에 걸쳐 권 고문이 신당 창당의 당위성을 설명했다는 후문이다.

국민동행의 상임 공동대표인 권 고문의 조언이 안 의원의 마음을 움직였고 신당 창당에 이르렀을 공산이 크다. 이를 뒷받침하듯 3일엔 권 고문과 막역한 사이인 민주당 설훈 의원이 신당추진단장을 맡았다. 권 고문과 설 의원은 동교동계 선후배 사이로 최근까지도 매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 설 의원은 통합 중간에 새정련 윤여준 의장과의 껄끄러운 관계가 부각되며 통합 추진 일선에서는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 국민동행 창립대회장에 참석한 (왼쪽부터)무소속 안철수 의원, 김한길 민주당 대표, 민주당 권노갑 상임고문, 김덕룡 전 한나라당 대표 ⓒ뉴시스

노병들의 경험, 야권의 역전승 발판 될까

국민동행이 통합신당 창당의 배경에서 움직였다는 추측은 이상의 단서들을 통해 더욱 선명해진다. 그러나 여전히 '왜?' 라는 의문이 남는다. 일각에서는 야권의 위기 앞에서 정치 선배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발휘, 일종의 ‘훈수’를 뒀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강원택 교수는 “정치는 경험이 중요하다. 정치도 프로의 영역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을 깨끗한 인물이라며 치켜세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상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민동행은 격동의 한국 정계를 온몸으로 헤쳐 온 원로들의 모임이다. 쌓여있는 경험치는 실로 ‘정치달인’의 경지다. 국민동행은 정치 초년생인 안 의원과 낮은 지지율로 위기에 허우적대는 민주당에게 맞춤과외를 해 주기에 충분하다. 다가오는 6·4 지방선거라는 시험에서 그 효과가 얼마나 날지 시선이 쏠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시사오늘>과의 만남에서 “처음부터 야권의 교통정리를 염두에 두고 국민동행이 출범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정치경험이 전무한 안 의원과 민주당의 가교 역할을 통해 여권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전했다.

한편 국민동행 측은 “국민동행이 기초공천제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 야권에 (통합)압박과 구실로 작용했을 수 있다”면서도 “직접적으로 (통합신당 창당에)관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담당업무 : 게임·공기업 / 국회 정무위원회
좌우명 : 행동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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