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마이웨이 행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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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마이웨이 행보’ 왜?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4.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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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당 화합’ VS 친박계 ‘이이제이 전략’
‘정치는 살아 꿈틀거리는 생물이다’, 그리고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라는 상투적이지만 흔히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이는 정치에 대한 현실론적 답이기도 하고, 권력의 아편에 취한 군상들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최근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말을 몸소 보여준 이가 있다. 바로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4선, 부산남구을).

한때 친박계 좌장으로 불렸던 김무성 의원이 이번엔 친이계 주류의 지지를 얻으며 한나라당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 의원은 지난 26일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여야 관계가 풀리고 국회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려면 정치권에 대화와 타협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이어 “정권재창출을 위해 이명박 정부가 실패해선 안 된다”면서 “실종된 정치를 복원하기 위해 욕심에 차지 않더라도 양보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계파 갈등으로 화합하지 못하는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일에 계파가 장애물이 돼서는 안 되고 주류건, 비주류건 간에 열린 가슴으로 상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원내대표 재도전은 지난해 4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친이계 중심으로 제기됐던 ‘김무성 원내대표론’이 무산된 이후 정확히 1년여 만이다. 

당시 스탠퍼드대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 중이던 박 전 대표가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에 나는 반대”라며 반발, 결국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은 물거품이 됐다. 

그리고 친이-친박 간 화합카드를 두고 정치적 승부를 던졌던 당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재보선 참패에다 당 분란 책임론까지 더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이렇듯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이와 친박계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경우에 따라 계파갈등이 증폭될 수 있는 김무성 원내대표론을 한나라당 친이계는 왜 꺼내들었을까.

▲ 지난 26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의원(왼쪽), 오른쪽은 정책위원장에 출마 선언한 고흥길 의원.     © 뉴시스
친이계, 지방선거 이후 포섭의도?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에 대해 친이계는 표면상 ‘당 화합 차원’이라고 주장한다.

김 의원 역시 출마선언을 통해 계파갈등 종식을 강조, 친이-친박의 분열과 대립이 아닌 상생의 정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4월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 9월 세종시 원안과 수정안을 두고 친이, 친박이 퇴로 없는 전쟁을 펼쳐 분당상황까지 치닫게 된 점 등을 비춰볼 때, 다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와 친이계 주류 간 모종의 거래를 통해 주도한 비장의 카드라는 분석이 그것.

특히 친이 직계 핵심 의원들과 함께 주호영 특임장관과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이 김 의원의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전해져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정부여당, 특히 친이계가 MB정부 중반기에 상생의 정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며 “바로 김무성 카드가 상징적으로나 당 내부적으로 친박을 안을 화합의 카드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겉으로 당 화합을 강조하지만, 김무성 추대론이 바로 지방선거 이후 세종시 수정안 등 정국현안에 대해 친박계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카드”라고 단언했다.

"자칫 친이-친박 간 권력 헤게모니로 인한 분당 가능성이 친이-친박 간 분열과 반목으로 계속될 소지도 크지만, 그 것의 원인제공은 친이계가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MB가 세종시 수정안 등 정국현안을 불도저식으로 밀어 붙일때 나오는 결과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무성 의원이 화합 카드로서 여전히 유효하고, 또 세종시 수정안을 주장하는 등 MB정부 국정 후반기에 상당한 지원군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나라당 차기 원내 사령탑은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될 개헌, 행정구역개편, 정치관계법 개정, 각종 민생법안 처리, 그리고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그 만큼 여권 내 권력 헤게모니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더우기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 선언 이후, 한때 출마를 고려했던 친이계 정의화 의원과 중립성향의 황우여, 이주영의원 등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검토중이고, 친이계 고흥길 의원은 김무성 의원의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원장직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권력의 무게 추는 이미 김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 지난 3월 18일 본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표(왼쪽)과 김무성 의원.     ©
박근혜 전 대표 여전히 침묵모드

박근혜 전 대표는 한때 동고동락했던 김무성 의원의 원내대표 경선 출마 선언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18대 총선 직전인 2008년 3월21일, 한나라당 공천에서 고배를 마신 김무성 의원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며 격려한 박 전 대표의 발언에 비춰보면, 이번 침묵은 사실상 김무성 원내대표에 대한 반대의사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하지만 김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지난번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안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해 암묵적 지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출마에 대해 박 전 대표에게 사전에 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이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친박계는 친이 주도의 국정운영에 계속 끌려 다닐 공산이 큰 상황에서 박 전 대표는 계속 ‘모르쇠 전략’을 구사할 수 있을까.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원칙주의자 박근혜 전 대표 성격상 김무성 원내대표론에 대해 찬성 혹은 반대에 대해 명확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박 전 대표를 포함, 친박계는 김무성 원내대표 카드로 친이계가 자신들을 흔들지 모른다는 일종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오는 5월 4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 박 전 대표가 절차상 하자를 이유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하지만 2년 후 총선과 대선에서 친박계를 대상으로 공천개혁 운운하며 상생부를 들이댈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친박계 의원들의 동요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박 전 대표의 딜레마가 있다.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키는 원칙주의자 박근혜와 차기 대권주자로서 정책적 대안과 MB를 견제해야 한다는 부담감 사이에 있는 박근혜의 딜레마.

박 전 대표의 딜레마처럼 친박계 대다수 의원들 역시 숨죽이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친이계의 이이제이 전략이 아니겠느냐”며 “박근혜 전 대표가 반대할 줄 뻔히 아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출마, 친이계가 이걸 고리로 우리를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계 의원은 “김 의원의 원내대표 출마는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라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며 다소 말을 아꼈다.

과연 친이계의 김무성 카드는 당 화합을 넘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을까. 

또 지방선거 이후 세종시 수정안 등을 백년대계론을 앞세워 밀어붙일 이명박 대통령과 차기대권을 꿈꾸는 박근혜 전 대표 사이 우리 국민들은 어느 쪽에 힘을 실어줘야 할까.

어쩌면 바로 여기가 우리 국민들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아닌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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