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의료비가 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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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의료비가 새고 있다?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5.0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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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의료비지출 세계 1위...의사수 OECD 최저 진료량 최고
최근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에 대해 낮은 의료비로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과도한 의료비 지출에 대한 비판이 심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지난 4월 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원격진료 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등을 골자로 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자 의료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건강연대가 지난 4월 6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9년 건강보험 총급여비용은 전년대비 12.8% 증가한 39조3390억 원이다.
 
▲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하며 범국민운동본부가 보건복지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뉴시스

문제는 매년 평균 수가인상률 2%를 제외한 나머지 10%이상은 의료공급자들이 진료총량을 늘린 결과라는 것. 게다가 비급여 환자가 부담한 부분을 더하면, 총 의료비지출액은 60조 원을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5년엔 우리나라 GDP대비 국민의료비가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2024년엔 세계 최고의 의료비를 지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2007년 GDP대비 6.8%에 불과했던 국민의료비가 2015년엔 10.2%로 10.5%인 OECD국가 평균수준을 추월함은 물론, 2024년엔 16.8%로 OECD국가 평균인 11.54%보다 4.54%더 높아져 1인당 국민들이 지출하는 의료가 세계1위라는 것.

이는 1998년부터 최근 10년간 GDP대비 국민의료비 증가율 추이, 우리나라 평균 5.2%, OECD국가 평균 1.55%로 산정한 결과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율 속도가 OECD국가의 그것보다 3배나 빠르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역행하는 대한민국 의료체계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국가 최저수준, 진료총량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2007년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 당 1.7명으로 터키 1.5명에 이어 최하위다. OECD국가 평균 3.1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외래진료 건수는 OECD국가 중 일본에 이어 2위로 최고수준인, 그야말로 기형적 모양을 하고 있다. 1위인 일본도 연간 외래진료 건수가 2002년 14.1회에서 2006년에는 13.6회로 줄었다. OECD국가평균도 2002년 6.9회에서 최근엔 6.8회로 감소했지만, 우리나라는 2002년 10.6회에서 2006년 11.8회로 증가, 세계추세에 역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무분별한 병상 증설 역시 우리나라 의료계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전국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급성기병상은 2001년 10만8224병상에서 2007년 12만5840병상으로 1만7616병상이 늘어났다.
 
게다가 OECD국가들이 불필요한 의료비증가 억제를 위해 병원의 신규설립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최근 5년간 종합병원이 283개에서 311개로, 병원은 967개에서 무려 2배인 1880개로 증가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병원 간 몸집 불리기 경쟁의 가속화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의료체계에 불합리한 진료비 지불제도도 한몫 하고 있다. 지난 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를 보면 위암 수술비는 500만원까지, 같은 골절 수술도 4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차이의 원인은 진료행위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고 점수당 단가를 곱하여 진료비를 산정하는 행위별 수가제. 결국 병원으로선 진료행위를 늘려 이익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건강연대측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보장성은 60%대 초반을 못 벗어나면서도 OECD국가들보다 월등히 많은 의료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연대 측은 이 같은 기형적인 국민의료비 지출의 원인으로 병상수의 과잉공급, 불합리한 진료비지불체계, 외래진료 늘리기 등 과잉진료, 과도한 약제비 비중을 꼽았다.

시민사회단체는 그간 국민의료비 지출에 대한 관리수단 없이 급격한 노인인구 증가와 고가의료기술의 현실화, 보험재정 위기 등 의료비지출구조에 대한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건강연대는 이를 위해 “총액계약제 실시를 통한 의료의 질 향상 촉진, 붕괴된 의료전달체계를 위한 주치의제도 도입, 그리고 쌍벌죄 도입을 통한 약가 거품을 제거해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여기서 말하는 쌍벌죄란 리베이트를 뇌물로 간주,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는 것을 ,총액계약제란 의료기관이 보험자와 미리 합의한 연간 보험진료 추정 금액 한도 안에서 의료행위를 허용하는 제도를 말한다.
 
쌍벌죄, 정부-의료계 일촉즉발
 
그동안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해온 쌍벌죄 등 의료공공성 강화 대책에 대한 입법화가 추진됐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리베이트 쌍벌죄 법안이 지난 4월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최영희 의원은 “쌍벌죄 도입은 끈질겼던 의약품 리베이트 수명의 종지부를 선언하는 획기적인 일”이며 “리베이트의 종말은 제약산업 전반을 흔드는 의약분업에 이은 또 다른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연대는 “지난 2009년도 3/4분기 약제비 비중이 전체 보험급여비의 29.64%인 11조7000억 원을 차지, 전년대비 29.4%인 10조 3000억 원보다 더 높아졌다”며 “이는 OECD국가의 평균 약제비 비중인 17.6%의 1.7배”라고 꼬집었다.

이어 “2003~2008년 증가율은 무려 13.6%로 OECD국가의 평균보다 2배가 넘는다”면서 “쌍벌죄 없이는 약가거품을 빼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집단 반발할 태세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4월 25일 정기대의원총회 결의문을 통해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의사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선량한 의료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고 단지 의사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무시당하고 중하게 처벌하겠다는 현행 쌍벌죄 입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밝혔다.

또 “국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불편을 안겨주고 있는 졸속 의약분업의 실패를 인정하고 경제적이고 편리한 선택분업을 조속히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총액계약제 논의 중단, 저수가 현실화” 등을 주장했다. 이들은 의사들의 최소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회시위, 휴폐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등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의료계 간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이제 정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보험재정 위기에 대한 근원적이고 본격적인 대책수립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첨예한 대립, 조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정부·국회·시민사회단체 등이 주체가 된 태스크포스 등을 통한 공진화 시스템을 만들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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