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제약 9억대 '카드깡' 리베이트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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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제약 9억대 '카드깡' 리베이트 적발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4.09.16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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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사 외 도매상에도 리베이트…허울뿐인 윤리경영 동참 선언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 '케토톱' '알보칠'로 유명한 태평양제약이 3년에 걸쳐 120곳의 병원과 2800여 명의 의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리베이트 한 정황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있다. ⓒ태평양제약

제약업계의 불법 리베이트 근절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리베이트는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의약품 '케토톱' '알보칠'로 유명한 태평양제약이 3년에 걸쳐 120곳의 병원과 2800여 명의 의사들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리베이트 한 정황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

지난 7월 SK케미칼에 이어 CMG제약, 동화약품, 이번에 태평양제약까지 불법 리베이트 혐의가 발각되면서 제약업계의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진화된 리베이트로 눈속임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의약품 구매 대가로 억대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약사법 위반)로 태평양제약 대표이사 안모(56) 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또한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박모(51) 씨 등 10명과 병원 구매 담당 옥모(47)씨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함께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안 대표 등은 지난 201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병원 120곳의 의사들에게 의약품 처방 대가로 총 1692차례에 걸쳐 9억4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 대표 등은 태평양제약의 위궤양·골다공증·전립선 치료제 등 3종의 의약품 처방 대가로 전국의 대학병원, 공공의료원 등 120곳과 의사 2810명에게 리베이트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종합병원 등에 의약품 공급권을 가지고 있는 대형도매상에서 의약품이 납품될 수 있도록 해 주는 대가로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경찰은 또 리베이트를 제공받은 의사들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행정처분 기준인 300만 원 이상의 금품을 받은 의사 10명을 포함, 병원 구매과장 등 11명을 적발·입건했다.

현행 약사법 상 제약사에서 의약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제품설명회를 열 때만 의사 1명당 10만원 이내의 식음료를 제공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태평양제약은 이 제도를 악용해 마치 제품설명회가 열린 것처럼 꾸며 의사들의 회식비를 대신 내주는 교묘한 수법을 썼다. 게다가 미리 섭외한 식당에서 카드 결제 후 일부 비용을 공제하고 현금을 돌려받는 수법인 일명 ‘카드깡’으로 현금과 상품권을 마련해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등 상습적으로 ‘눈속임 리베이트’를 해왔다.

일부 의사들에게는 제품 설명과 무관한 냉장고나 노트북 같은 개인적인 물품을 비롯해 병원 야구동호회에 개당 30만~40만 원을 호가하는 야구 배트, 글러브 등을 제공했다. 이밖에 의사들의 이사 비용까지 대신 지불하는 등 노골적인 리베이트를 감행했다.

안 대표 등은 해당 의사들이 마치 판촉물을 구입한 것처럼 비용처리한 뒤 리베이트 하는 치밀한 수법을 자행했다.

냉장고·노트북 등 의약품과 무관한 개인물품도 리베이트
쌍벌제 무용지물…병원 영업정지 및 징벌적 과징금 불가피

태평양제약의 리베이트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태평양제약은 지난 2010년에도 상품권 제공 등 불법 리베이트 혐의가 적발돼 2011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7억60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처벌에도 불구하고 태평양제약 측은 다양한 수법을 통해 꾸준히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혀를 내두르게 했다.

윤리경영 선언을 외쳤던 제약업체들이 이 같은 혐의로 경찰에 잇따라 적발되면서 여론은 이들의 선언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르 내뱉고 있다. 당국에서 제제를 가하면 또 다른 눈속임으로 리베이트 할 것이라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좀처럼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불법 리베이트 행위를 두고 “제약업계가 리베이트를 근절하는 것은 고양이가 생선을 뿌리치는 격”이라며 조롱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주고받는 양쪽을 모두 처벌하는 쌍벌제가 진즉부터 시행됐지만 리베이트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의사 외에 종합병원의 의약품 납품권을 갖고 있는 도매상에도 리베이트를 제공해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다 적발된 사건으로, 의약품 리베이트 수법은 날로 다양해지고 진화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9월부터 의약품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2번 이상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을 모험목록에서 퇴출시키는 투아웃제도 시행됐지만 일부 제약사들은 여전히 리베이트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제약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제약사는 여전히 리베이트가 영업활동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의사들도 이를 불법으로 여기는 인식이 부족하다”며 “적발 시 제약사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의 소속 병원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처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업계 도덕불감증 ‘눈총’

태평양제약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11년 공정위에서 적발된 사안이 이번에 경찰 수사가 들어가며 보도된 것일 뿐, 윤리경영 선언 이후로 리베이트를 진행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윤리경영 선언 후에 내부적으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이번 리베이트 경찰 수사와 관련)현재 수사 중인 사안이라 회사 차원에서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특별히 말씀드릴 게 없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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