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여왕 박근혜 움직일까
스크롤 이동 상태바
선거의 여왕 박근혜 움직일까
  • 최신형 기자
  • 승인 2010.05.17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세 요청 단칼에 거절...친이계 모시기에 골머리
오는 6·2 지방선거에서 ‘선거의 여왕’ 박근혜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자 한나라당 지도부와 당 후보들이 박 전 대표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당 안팎으로 박 전 대표의 선거지원 유세를 요구하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그럴 계획이 없다’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한 발 빼고 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7일 이석원 달성군수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 참석, “선거는 당 지도부 위주로 치르는 게 맞다”며 선거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친박계에 대한 선별적 지원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럴 계획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같은 박 전대표의 발언은 선거 공약 이행 등에 대한 아무 권한이 없는 비당직자인 자신이 유세에 나설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친박계 홍사덕 의원도 지난 12일 MBC 라디오<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지금은 당 대표가 아니라 평의원인데다 세종시 때문에 약속을 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며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돕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전 대표는 당 대표 시절엔 ‘도와 달라, 그러면 이렇게 보답하겠다’ 또는 ‘이 사람을 뽑아주면 함께 어떻게 일을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 그 약속을 꼬박 꼬박 지키니까 거기서 생긴 신뢰 때문에 표가 나오는 것이지 자신이 나선다고 표가 나오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고 홍 의원은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친이계를 중심으로 불만 섞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전대표가 한나라당 후보 지지를 위한 유세에 나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뉴시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이자 친이계 핵심인 정두언 의원은 지난 10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전망대>에 출연, “선거는 지도부 위주로 해야 된다는 말 자체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전국적으로 한나라당 박 전 대표의 지원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을 못 하겠다고 하면 얼마나 실망이 크겠느냐”면서 “박 전 대표의 위치나 국민적인 지지로 봐서 박 전 대표가 지원해주면 선거에 엄청나게 유리하기 때문에 후보들이 요청을 하는데, 그 후보들의 요청을 외면하는 것도 사실 자연스럽진 못하다”며 애둘러 비판했다.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에 대해 긍정에서 중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지원 여부에 대해 “어려운 지역에서 박 전 대표에게 호소하지 않겠느냐”며 “그런 지역에서 박 전 대표가 지원에 나서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SBS 전망대>에 출연, 이같이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사흘 뒤인 지난 10일에는 평화방송(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해서는 “박 전 대표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며 다소 신중한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친이계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에게 지원유세에 대한 러브콜을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는 등 강온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정병국 사무총장은 공개적으로 “이번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향후 정치방향을 보더라도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당에선 박 전 대표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조성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친박계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오세훈 시장도 지난 4일 평화방송(PBC) 라디오에 출연 “경선 결과 나오고 난 다음에 박 전 대표로부터 축하전화를 받았다”고 전하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빠른 시일 내에 뵙고 정중하게 도움을 요청드릴 생각”이라며 박 전 대표 협조를 간접 요청했다.

오 시장은 실제 지난 1월 박 전 대표를 찾아가 재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고, 이 자리에서 차기 대권에 나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전달, 박 전 대표의 암묵적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 오는 7월 은평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고 있는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지난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生家)를 방문한 것을 두고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에게 도움을 요청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박근혜 축전 도용
 
박 전 대표에 후보자들의 러브콜 논란은 급기야 거짓 축전 정치까지 비화됐다.

지난 10일 한나라당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측이 보내지도 않은 박근혜 전 대표의 '축전'을 도용한 것.

박 예비후보는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박 전 대표가 피습당한 뒤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다로 전세가 역전, 박 후보가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고 당선됐다.

그래서였을까. 박 후보는 보내지도 않은 축전을 박 전 대표가 보냈다며 전문을 읽었다.

사회자가 읽은 박 전 대표의 축전은 “지난 4년간 박성효 대전시장이 많은 일을 한 것을 잘 알고 있다, 앞으로도 대전의 깨끗한 변화를 위해 더욱 노력해 달라, 대전을 향한 저의 마음은 한결같다, 꼭 승리하길 바란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4년 전 박 전 대표가 했던 ‘대전은요’, 2008년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라는 말에 이은 ‘꼭 승리하기 바란다’라는 박 전 대표의 ‘한 마디 정치’를 이용한 것이다.

이 일을 두고 박 전 대표가 선거지원 유세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자 박 전 대표 측은 지난 11일 “이번 선거에서 축전이나 축하영상을 보낸 적이 없다”고 밝히며 사건진화에 나섰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와의 인연을 이용해 선거 전략을 쓰는 ‘박근혜 마케팅’ 불씨를 끄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의화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중앙선대위 ‘살려라 경제! 희망캠프 회의’에서 “부산을 포함해 각 지역 무소속 후보들이 명함에 구 친박연대라고 적거나 친박이라고 해서 박 전 대표를 이용해 얄팍하게 한 표를 얻으려 하는데, 선관위 제재가 필요하다”며 “미래연합이 박 전 대표 사진을 광고에 이용한 데 대해서도 당 차원에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박근혜 마케팅 차단에 나선 이유는 박 전 대표가 당의 지방선거 지원에 일체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박근혜 마케팅이 표심을 파고들 경우 한나라당의 득표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친박 “이미 할 역할은 했다”
 
그렇다면 왜 박근혜 전 대표는 선거지원 유세를 거부하고 있을까.

신뢰와 원칙을 앞세우고 있는 박 전 대표로선 친이계와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세종시 6월 당론설을 밀어붙이려고 하는 상황에서 선거지원을 나서긴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
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지원유세를 통해 가장 크게 효과를 낼 수 있는 지역은 사실 충청권과 영남인데, 충청권에서 공천 받은 후보들이 대부분 세종시 수정안을 지지하는 후보들인 상황”이라며 “세종시 원안을 고수하고 있는 박 전 대표가 지원유세를 할 수 있겠느
냐”며 반문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당 대표 시절에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상황에서 무슨 면목으로 유세를 다니겠느냐”며 “그런 상황에서 박 전 대표의 성격상 충청권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친박계 내부에선 박 전 대표에 대한 선거 지원 유세 요청이 지방선거 결과의 책임을 박 전 대표에게 떠넘기기 위한 고도의 포석이라는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그동안 선거 때만 되면 통과의례로 박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다가 선거가 끝나면 등 뒤에서 칼을 꽂는 행태에 친박계가 상당히 불쾌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 일각에선 친이계와 관계가 껄끄럽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이미 할 역할은 다했다’는 의견도 있다.

선거전에 이미 구 친박연대인 미래희망연대와 합당을 했고, 친박연합이 친박이라는 이름을 선거 마케팅에 이용하려하자 명칭사용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점, 그리고 영남권에서 출마 의사를 밝힌 친박계 인사들의 출마를 만류한 점 등 이미 물밑에서 지방선거를 위한 역할은 다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엄연한 당내 대주주면서 녹록치 않은 지방선거를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과 영남 등 박빙의 승부가 전개될 경우 당 지도부가 승부처를 중심으로 선거 지원을 요청하면 박 전 대표의 지원 유세도 자연스럽게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것.

다만 박 전 대표가 움직인다 하더라도 전폭적인 유세보단 일부 후보들을 선택 지원하거나 ‘말의 정치’를 통한 간접적 지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과연 박 전 대표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언제나 그는 말한다. 원칙과 신뢰의 중요성을.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그녀의 선택에 그녀의 행보에 전 국민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