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전쟁', 중국산 김치의 한국 정복…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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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전쟁', 중국산 김치의 한국 정복…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4.10.27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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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김치산업, 누적적자 660억 원…대량급식소, 90% 이상 중국산
시중 식당에서 푸대접 받는 김치…이유는 중국산의 국내산 둔갑?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근홍 기자)

▲ 우리 민족 고유의 식품, 김치 ⓒ 뉴시스

우리 민족 고유의 식품, 김치

"순무를 담근 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김치는 겨울 내내 반찬 되네. 뿌리는 땅 속에 자꾸만 커져 서리 맞은 것 칼로 잘라 먹으니 배 같은 맛이라네." <동국이상국집, 이규보(1668~1241)>

우리 민족이 젓갈, 장 등 발효 식품을 즐겨먹기 시작한 것은 삼국시대 이전부터라고 전해진다. 중국 문헌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살펴보면 "(고구려)그들은 소금을 이용해 채소를 먹었다. '장양'(채소 식품의 발효기술)이 뛰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 역사상 최초로 '김치'가 등장한 때는 앞서 이규보의 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고려 중엽 무렵이다. 이후 조선 중기, 임진왜란을 거쳐 고추가 한반도에 들어오게 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김치의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고대 중국의 채소 숙성 식품 '저'를 우리 김치의 원형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한반도에서는 중국과 다른 독자적인 방법으로 김치가 뿌리내렸다는 것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없다.

이처럼 2000여년의 시간을 거쳐 우리 민족만의 전통 식품으로 자리매김한 김치, 한국 김치가 최근 들어 중국산 김치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2010년 이후 우리 김치산업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5년간 누적적자만 총 660억 원에 이른다. 원인은 중국산 김치. 중국산 김치가 한국 시장을 정복하고 있다.

국내김치산업, 누적적자 660억 원…대량급식소, 90% 이상 중국산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공개한 자료 ⓒ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

2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째 우리 김치산업은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5년간 누적적자가 총 660억 원에 이른다. 원인은 중국산 김치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2010년 이후 매년 20만 톤이 넘는 김치가 중국으로부터 수입됐다. 아직 김장철에 접어들지 않은 올해는 지난 9월까지 약 16만 톤의 중국산 김치가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산 김치는 일반 국민에게 판매되기 보다는, 주로 시중 식당을 비롯, 병원, 학교, 기업 등에서 대량급식용으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민국김치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일반식당과 대량급식소에서는 90% 이상 중국산김치를 쓰고 있으며, 특히 고속도로휴게소에서는 95%이상이 중국산 김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시중 식당에서 푸대접 받는 김치…이유는 중국산의 국내산 둔갑?

국내김치산업의 피해는 이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뿐만이 아니다. 대량의 중국산 김치가 국내시장에 풀리면서 '김치'라는 식품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증가하고 있는 것.

▲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원산지 거짓 표시한 업소 적발 사례 ⓒ 뉴시스

올해 8월에 발간된 <월간외식경영>에 따르면 시중 식당에서 김치가 소비자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산 김치일 것 같아 품질이 의심스럽다', '식당 김치는 맛이 없어서 잘 안 먹게 된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렇게 '김치는 맛이 없고 비위생적'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게 되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내김치산업과 배추농가에 큰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27일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산 김치 수입은 2011년 우리 관세청이 수입통관절차를 간소화하게 되면서 크게 늘었다. 정밀검사는 절반으로 축소됐고, 서류검사만으로 끝나는 통관물량이 늘었다. 중국산 김치에 대한 품질 적합·부적합 판별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관세청의 판별 및 단속 인력도 부족하다. 교역규모나 입출국자 규모를 따졌을 때, 10여 년 전보다 업무량이 최고 7배까지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인원은 4,521명(1992년)에서 고작 49명 늘은 4,570명(2013년)에 그쳤다.

최종 소비자단계인 시중 식당 등에서 수입김치가 국산으로 둔갑한다면 현실적으로 이를 단속하기 어렵다. 식품의약안전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배추김치 원산지 거짓표시 적발 건수는 657건이고, 그 양은 총 3,299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우리 대표 먹을거리 김치가 중국산에 의해 제자기를 지키지 못한다면 우리 농업의 희망은 없다"며 "FTA확대로 농가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데 관련 부처가 김치문제를 확실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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