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은행, 적자에도 1조 배당 추진…정치권 로비 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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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은행, 적자에도 1조 배당 추진…정치권 로비 불사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4.12.02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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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조 배당 땐 투자금 50% 회수, 한국 철수설 불 붙여…일각에선 철수 ´안한다´ 아닌 ´못한다´ 의견 제기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최근 5년간 회사 실적과 별개로 배당 잔치를 벌여온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또 다시 고배당 논란에 휩싸였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배당금을 본사로 보내고자 전방위로 로비를 도모한 사실이 탄로난 것. 이번에는 규모도, 방식도 역대 최고다.

1일 금융감독원은 SC은행이 배당금을 영국 본사에 송금하기 위해 세부 계획을 담은 내부 문서를 발견했다.

보고서에는 SC은행이 내년 3월 주주총회까지 11억 달러(1조1000여억 원)를 두 차례에 거쳐 영국 본사로 송금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SC은행은 이 같은 계획을 관철시키고자 올해 4월부터 정부 최고위층과 금융당국 기관장들을 누가‧언제‧어떻게 접근할지와 정부에 제시할 당근책까지도 주도면밀하게 구상해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보고서에는 7월 첫째 주에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과 접촉한다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실제로 지난 7월 2일 피터 샌즈 회장은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 SC그룹의 한국사업 철수설을 부인하고, 한국에 일본‧몽골시장을 아우르는 동북아시아지역본부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당시 은행업계에서는 "피터 샌즈 회장이 MB정권에서도 SC은행 지주사 전환 문제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적이 있다"며 "SC은행은 영업을 통한 국내 영향력 확대보다 정치적 접근으로 모든 일을 쉽게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처럼 해당 문건을 둘러싼 파장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적자를 기록한 금융사가 거액의 배당을 추진하는 게 적법한지를 두고 조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해당 문서가 경영계획에 해당하는 내부 보고서이기 때문에 불법이라고 보기에는 애매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SC은행 역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쉬이 결론이 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배당금에 용역비는 별도…SC은행 10년 간 1조 넘게 본사 송금
SC은행 "고배당 한 적 없고, 용역비는 정당한 대가일 뿐"

SC은행은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당장 배당금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혈안 되어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C은행은 △2009년 2500억 원 △2010년 2000억 원 △2011년 2000억 원 △2012년 2000억 원 등 4년 간 총 8500억 원을 배당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009년 4326억2600만 원 △2010년 3223억5200만 원 △2011년 2559억5700만 원 △2012년 1947억7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2014년에는 적자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인 1조 배당을 추진했다 발각됐다.

▲ SC은행이 적자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배당금을 본사로 보내고자 전방위로 로비를 도모한 사실이 지난 1일 탄로 났다. ⓒ뉴시스

또한, 지난 5월에는 내역이 불투명한 용역비(MR·관리비용 분배계정)를 명목으로 SC은행이 본사에 7200억 원 넘는 돈을 송금한 사실도 밝혀졌다.

근 10년 간 1조 원이 넘는 돈을 본사로 송금한 셈인데, 이는 SC그룹이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뒤 한국에 투자한 4조6000억 원의 25%에 달한다. 만일 이번 1조 원 배당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SC그룹은 투자자금의 50%를 남짓을 회수한 게 된다.

이 같은 지적에 SC은행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C은행은 본사 차원에서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4조6000억 원이지만, 10년 간 SC은행이 SC금융지주에 배당한 금액은 8500억 원, SC금융지주가 영국 본사에 배당한 금액은 3100억 원 남짓해 고배당 논란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용역비에 대해서도 정당한 대가일 뿐, 편법‧불법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자 SC금융지주는 올해 말 본사에 송금할 배당금을 1조 원에서 1500억 원 안팎으로 줄이는 방안을 두고 금융당국과 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난이 들끓는 이유다.

최근 인력 감축‧지점 폐쇄 등 구조조정 단행
배당금 회수도 최근 5년 몰려 있어 한국 철수설 의혹 거세

이 같은 고배당 잔치와 함께, SC은행은 지난 2011년부터 수익성이 높은 지점을 제외한 나머지 지점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해 왔다. 그렇게 2011년~2012년 2년에 거쳐 40개 지점이 폐쇄됐고, 2012년~2013년에는 전 직원의 15%에 달하는 850여 명을 명예퇴직이라는 명분으로 내보냈다.

올해 1월에도 SC은행은 150명에 대한 명예퇴직을 진행했다. 아울러 지점 50개를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인력 구조조정은 더 이상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점포 폐쇄가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은행권 평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업계 내부에서조차 'SC가 한국에 와서 한 일은 고배당과 구조조정뿐'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다 일각에서는 영업이익이 좋았던 제일은행 인수 초기를 제쳐두고 최근 5년 동안 배당이 몰려있어 SC은행이 한국 철수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앞서 SC그룹 회장이 직접 한국 철수설을 부인했지만 SC은행 당기순이익과 현금배당금총액간 상관관계가 역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한다.

특히, 2009년과 2012년 SC은행 당기순이익은 각각 4326억2600만 원, 1947억700만 원으로 반토막 났지만 같은 기간 현금배당성향은 57.79%에서 102.72%로 뛰었다.

SC금융지주도 2010년 2769억8200만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고 1000억을 배당해 현금배당성향이 36.10%에 불과했지만, 2012년에는 1825억3100만 원 당기순이익에 1200억 원을 배당해 현금배당성향이 65.74%를 기록했다.

한편으로는 SC그룹이 한국 철수를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침체기에 빠진 국내 금융시장에서 SC은행을 내놔도 마땅히 살만한 곳이 없어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마디로 철수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고' 있다는 얘기다.

2일 <시사오늘>은 SC은행과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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