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없는 송년회식, 어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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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없는 송년회식, 어디 없나요?
  • 방글 기자
  • 승인 2014.12.30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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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방글 기자)

▲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송년회에서 술은 여전히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언제부턴가 ‘문화 송년회’, ‘착한 송년회’와 같은 단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다.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를 ‘철 지난’, 혹은 ‘구시대적’ 회식 문화로 인식하고, 새로운 연말 문화를 만들자는 사람들의 의식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다양해지는 송년문화에도 불구, 회식자리는 별개로 마련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연말 음주 환경의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사오늘>은 다양해진 송년 문화와 함께 쉽게 변화하지 않는 음주문화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삼겹살에 소주가 최고지’ 고전주의형

올해 건설 회사에 입사한 이모(25) 씨는 송년회에 기대를 많이 했다. 대학생 시절처럼 돈이 없어 소주나 들이붓는 송년회와는 조금이라도 다를 것으로 예상한 탓이다. 입사 전 선배들로부터 ‘문화 송년회’ 등의 제도가 도입됐다는 이야기를 귀동냥식으로 전해들은 것도 이 씨가 공상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이 씨 회사는 올해 회식 장소로 삼겹살 집을 선택했다.

이 씨는 “문화 송년회는 다른 세상 이야기”라며 “올해도 삼겹살에 소주로 한해를 마무리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는 조모(27)씨 역시 ‘평범한 회식’ 자리를 예상했다.

조 씨는 “회식에 대해 별다른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남들 다하는 송년회가 될 것 같다”며 ‘특별할 것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가누가 잘 노나’ 파티형

젊은층이 많은 일부 기업에서는 파티 문화가 도입되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업에 종사하고 있는 손모(23) 씨의 회사는 송년회식을 위해 클럽을 빌렸다. 남들이 말하는 ‘술 없는 송년회’는 아니지만, 나름의 ‘문화’가 있는 송년회라는 입장이다.

손 씨는 “저녁 6시부터 10시, 4시간 동안 클럽을 빌렸다”며 “클럽이 운영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비싸지 않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 파티라는 틀 안에서 ‘전원 스탠딩’을 의무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며 “회사 사람들과 이색적인 공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사무직에 종사하고 있는 안모(33) 씨의 회사는 송년 파티를 위해 BAR를 빌렸다. ‘누구보다 특별하고, 신나게 놀자’고 직원들이 뜻을 모아 파티를 준비하고 진행할 TF까지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파티 형식의 송년회를 친구들이 아닌 회사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내년에 있을 송년회는 어떻게 다를지 벌써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즐거운 자리는 가족과 함께’ 가정주의형

전자부품소재 회사에 다니는 강모(47)씨는 올해도 회사 송년회에 가족과 함께 참여할 예정이다. 직원들을 위한 ‘술회식’과는 별개로 진행되는 행사다.

강 씨는 “예년과 다를 것 없이 올해도 ‘가족 송년의 밤’이 준비돼 있다”며 “호텔을 빌려 회사 직원과 그 가족들을 초대, 장기자랑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인은 물론, 아이들에게 아빠가 하는 일을 보여줄 수 있는 게 우리 회사 송년회의 장점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파스타 먹을까 패밀리 레스토랑 갈까’ 여성파워형

여성 직원들이 유독 많은 집단에서는 ‘부르주아형’ 회식 문화도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모(26)씨가 다니는 섬유 회사는 여성 비율이 8:2 정도로 높다.

이 씨는 “여성파워가 세다보니, 여성 직원들이 원하는 곳이 회식 장소로 선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송년회도 이탈리안 음식점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변화하는 송년문화, 결국은 술?

회사 저마다의 분위기대로 송년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는 건 사실인 듯 보인다. 하지만 ‘문화송년회’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탓에 송년회에 들어가는 시간만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송년회와 별개로 회식자리가 따로 마련되기 때문.

대기업에 다니는 박모(28) 씨의 부서는 지난해 문화송년회라는 명목하에 단체로 뮤지컬을 관람했다. 하지만 뮤지컬 관람 후 회식으로 이어졌고, 오히려 술자리는 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때문에 올해는 초대권이나 상품권 등으로 문화송년회를 대체하고 일찌감치 회식을 시작할 계획이다.

박 씨는 “일부 집단을 제외하고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문화송년회를 받아들이기는 힘든 것 같다”며 “오히려 두 종류의 송년회를 받아들이느라 업무 시간만 늘어나는 기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송년문화의 변화에도 불구, 연말 주류 판매량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연말은 매출이 평상시보다 17~20%가량 늘어나는 기간”이라며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문화 송년회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 탓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음주 문화가 이미 깊숙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순식간에 뒤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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