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손보 직원, 경찰 사칭 병원 수사...환자 수술실까지 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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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손보 직원, 경찰 사칭 병원 수사...환자 수술실까지 수색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1.2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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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LIG손해보험 직원이 경찰을 사칭해 병원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실까지 뒤진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에 위치한 A이비인후과에 경찰 몇 십 명이 영장을 갖고 들이닥쳤다.

이들은 해당 병원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보험비를 청구한 혐의를 포착했다며,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까지 들어와 동영상을 찍고 간호사에게 진술서를 받는 등 고강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본인을 경찰 반장이라고 소개한 이는 원내 컴퓨터와 USB를 압수하는 등 주도적으로 상황을 통제했다.

문제는 몇 주 뒤, 병원 측이 당시 경찰 반장이라던 사람은 LIG손보 직원으로 수사권이 없음에도 공무원을 사칭해 조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하며 불거졌다.

이에 LIG손보 관계자는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보험사 직원이 경찰을 사칭했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조만간 검찰에서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은 보험사기의 여부인데 자꾸 샛길로 빠지는 모양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수사권한 없는 보험사와 경찰 간 상부상조 99% 보험사 뜻대로

이처럼 보험사 직원이 경찰을 사칭하면서까지 수사를 진행하려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부는 그 원인을 보험사는 보험사기 입증을 책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사권이 없어 경찰 공조 없인 개인정보조차 열람할 수 없는데다, 보험사기라는 분야 자체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경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 맞아든 데서 찾는다.

실제로 보험사기는 보험사가 혐의가 있는 사안에 대해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경찰에 의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문에 수사결과는 99% 보험사 의도대로 흘러들어 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경찰을 사칭한 LIG손해보험 직원이 환자가 누워있는 수술실까지 들어가 고강도 압수수색을 주도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LIG손해보험 홈페이지

기본적으로 보험사기 조사는 조사 사전단계(인지)-조사실시(기초조사)-증거수집 및 수사종결(심층조사 및 적발) 등의 과정을 통한다.

더 세밀하게 들어가면 보험사는 보험사기를 인지한 뒤 보험사고정보시스템(ICPS)나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등을 통해 기초조사를 실시한다.

그 과정에서 추가 조사 필요성이 대두되면 보험사는 혐의자별로 보험계약 및 보험금 지급서류를 취합해 혐의를 분석, 분석 결과를 토대로 혐의자에 대한 취조 및 사고현장방문과 증거 수집이 진행된다.

경찰 조사가 시작되고 나서는 보험사 SIU 직원과 조사실장이 수사지원 명목으로 투입된다. 실상 수사는 보험사가 끝내고 경찰은 이에 맞춰 허수아비처럼 움직이는 형식이다.

LIG손보 관계자도 "보험이라는 분야 자체가 워낙 어렵다보니 보험사가 수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 사실을 부인할 순 없다"고 수긍했다.

전문성 없어 자체수사?…LIG손보 SIU 보험인보다 경찰 출신 많아

여기서 의아한 점이 있다. 앞서 LIG손보 측은 경찰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SIU가 수사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사기와 밀접하게 연관된 보상 분야는 보상과 직원이 아닌 이상 일반 직원들조차 미숙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런데 LIG손보의 SIU 구성을 보면 순수 보험인보다 경찰 출신이 더 많다. 보험사 출신도 모르는 보험사기 및 보상 분야를 경찰 출신이라고 알리는 더더욱 없지만 지난해에도 LIG손보는 전직 경찰 2명을 SIU에 영입했다.

LIG손보가 SIU에 경찰을 데려오는 이유는 결국 과거 인맥을 동원해 보험사기 관련자 정보를 편법으로 조회하거나, 경찰의 지위를 빌어 수사 과정에서 소비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기 위함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LIG손보 관계자는 "경찰이 보험을 잘 모르듯, 보험사도 법적으로 보험사기를 어떻게 처리하는 지 잘 모른다"며 "경찰 영입은 보험사기 수사를 원활히 돕고자 하는 목적일 뿐,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LIG손보 측은 SIU 내부에 경찰 출신 수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별 다른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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