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 룰 꼼수'?…누구를 위한 변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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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 룰 꼼수'?…누구를 위한 변경인가
  • 홍세미 기자
  • 승인 2015.02.03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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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돌이켜 보면 선거 룰 변경이 결과 바꾸기도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홍세미 기자)

▲ (왼쪽부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이인영 박지원 당대표 후보 ⓒ 뉴시스

새정치민주연합이 전당대회를 앞두고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진 모습이다. 새정치연합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2일, 전대를 6일 앞두고 선거 룰을 변경하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전대위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일반 당원·국민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 없음' 선택을 유효투표로 인정하지 않기로 표결을 통해 결정했다.

이는 곧 문재인 당대표 후보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지지후보 없음'선택을 투표 수로 계산하지 않았을 때 1위와 2위의 득표율 차이가 더 많이나기 때문.

예를들어 기호 1, 2, 3의 후보가 각각 20%, 30%, 40%를 받고 '지지후보 없음'이 10%를 기록했을 때 이들의 득표율은 그대로 20%, 30%, 40%가 된다. 하지만 만일 '지지후보 없음'을 유효투표로 보지 않는다면 기호 1번은 22.2%, 기호 2번은 33.3%, 기호 3번은 44.4%가 된다. 즉 1등인 기호 3번과 2등인 기호 2번의 차이가 더 벌어지게 되는 것.

박지원 당대표 후보는 즉각 반발했다. 박 후보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친노의 횡포"라며 "전대 보이콧도 고려해보겠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 뉴시스

원희룡과 나경원의 '희비'를 갈랐던 '룰 변경'

선거 룰을 바꾼다는 것은 결과를 뒤집을 정도로 중요하다.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원희룡-나경원 의원의 단일화 과정에서도 '룰 변경 꼼수'가 보였다는 것이 중론이다.

당시 한나라당 경선 룰은 '당원 50% + 일반시민 50%(여론조사)'였다.

하지만 단일화를 앞두고 갑작스레 룰이 변경됐다. 당시 변경된 룰은 나경원 의원이 주장하던 경선 방식이다.

일반시민 50%를 반영하는 룰을 '일반 시민 중 한나라당 지지층 50%'로 바꾼 것. 서울시장 단일화 경선은 결국 서울시 책임당원 1000명과 서울시민 2000명 중 한나라당 지지자를 대상으로 경선이 이뤄졌다.

나경원 의원이 '한나라당 지지층'으로 국한한 여론조사를 주장한 것은 원희룡 지사가 '소장파'기 때문이다. 보수적인 한나라당 지지층에겐 '혁신'을 선도하는 소장파는 그다지 호응이 없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는 한 라디오에 출연 "내가 조금 불리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단일화해야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자신이 불리하더라도 단일화가 대의를 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진흙탕 싸움을 보인다면 자신과 나 의원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는 것. 때문에 원희룡 지사가 한 발 물러나 나 의원의 주장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결국 나경원 의원은 근소한 차이(1.2%)로 승리했다.

당시 원희룡 지사의 측근인 이기재 보좌관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6개월 간 준비했던 우리는 승리가 목말랐지만 한 달 반 전 후보 대열에 합류한 나 의원은 완주만 해도 정치적으로 남는 장사였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보좌관은 "'속 타는 것은 원 의원'이란 점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속 자신이 이길 수밖에 없는 룰을 고집했다"며 "원 의원은 마지막 협상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일반 시민 중 한나라당 지지층 50%' 룰을 수용했다.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이상한 규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나 의원이 원 의원에게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조사 대상이었기 때문에 나 의원 측이 이를(한나라당 지지층으로 국한한 것) 끝까지 고집한 것"이라며 "원 의원은 '2위를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 후보단일화 외에는 반전카드가 없다. 동료 의원들이 단일화를 위해 뛰고 있고 보수계 원로들이 나섰으니 양보해서 단일화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만일 한나라당의 본래 룰으로 진행했다면 결과는 알 수 없다. 이렇듯 선거에서 룰을 어떻게 짜는지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전대 룰을 변경하는 것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큰 사안"이라며 "당시 원희룡-나경원 의원의 단일화 경선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 새정치연합 전대 룰도 6일 전 변경됐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변경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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