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만년 2등의 반란…보험사 순익 은행 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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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만년 2등의 반란…보험사 순익 은행 제쳐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2.09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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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금융권 만년 2등이었던 보험사들이 '순이익'으로 은행을 앞지르면서 금융시장에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과 경남·광주·대구은행 등 지방은행, 농협·산업·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합친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6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25개 생명보험사와 삼성·동부화재 등 31개 손해보험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은 △1분기 1조5000억 원 △2분기 1조9000억 원 △3분기 1조7000억 원 등 5조1000억 원에 달했다.

4분기에 분기별 최하 실적인 1조5000억 원만 넘겨도 지난해 순이익은 6조6000억 원으로 무난하게 지난해 은행권 순이익인 6조2000억 원을 추월하게 된다.

지난 1897년 한성은행(조흥은행 전신)과 1922년 조선화재(메리츠화재 전신)이 각각 국내 최초의 은행과 보험사로 설립된 이후 보험사 순이익이 은행을 뛰어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이익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은행들이 '이자 수익' 등 손쉬운 장사에만 치중하고, 해외 진출 및 사업다각화 등 시간을 갖고 추진해야할 업무를 소홀히 한 결과물이란 지적이 나온다.

은행들은 외환위기 전후 금리가 10~20%까지 치솟았을 당시 짭짤한 수익을 봤다. 은행이 이자수익으로 얻는 돈은 전체 수익의 90%에 달했다. 돈이 돈을 낳는 식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보험사가 은행의 순이익을 넘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2007년 은행들이 15조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둬들일 때, 보험사 순익은 3조8000억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은행들의 이런 고공행진은 세계경기 침체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추진력을 잃었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떨어졌다.

유망 중소기업 발굴보단 대기업 위주의 여신에만 치중한 점도 화를 키웠다. 지난해 은행들은 STX그룹, 쌍용건설, 동양그룹, 동부그룹 등 부실이 잇따라 터지며 수백억 원의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중국 등 해외진출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시원찮았다.

그 결과 2005년 13조6000억 원에 육박했던 은행 순이익은 지난해 6조200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보험사 순이익은 3조3000억 원에서 6조6000억 원 가량으로 두 배 늘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총자산이익률(ROA)도 손보사가 1.49%, 생보사가 0.66%지만 은행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0.32%에 불과하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지리란 점이다.

정확한 시기만 정해지지 않았을 뿐 올해 기준금리 인하는 예고된 수순인데다, 정부가 장기 고정금리대출 전환을 위해 2%대 대출상품 내놓으면 기존 고객을 지키기 위한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경쟁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소비자원의 조남희 대표는 "지금 국내 은행의 모습은 그물을 쳐놓고 가만히 앉아 물고기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어부의 모습과 같다"며 "손쉬운 이자 장사에만 골몰하지 말고 다각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자산이익률을 높이고 해외진출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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