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VS보험사, 지급결제 놓고 치열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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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VS보험사, 지급결제 놓고 치열한 전쟁
  • 김유현 기자
  • 승인 2015.03.05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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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유현 기자)

금융당국이 제한적이나마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와 은행 간 소리 없는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다.

보험사들은 지급결제 허용이 최근 당국의 규제완화 기조에 부합할 뿐 아니라, 고객 편의까지 증대할 수 있으니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다. 반면, 은행들은 재벌계 보험사들이 금융권을 잠식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며 결사반대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장 10여명이 보험사 지급결제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에게 업계 의사를 전달하자, 다음날 보험사 사장 9명이 바로 정무위원장과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각 은행장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필두로 첨예한 로비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보험사의 지급결제가 가능해지면 고객들은 보험사 계좌에서 급여 이체,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사실상 보험사가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게 되는 것인데, 은행권 안팎에서는 이렇게 되면 은행과 기업 간 장벽을 세운 은산분리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권은 특히 삼성생명을 경계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생명의 자산은 214조 원으로 웬만한 은행보다 컸다. 당기순이익도 1조4000억 원으로 은행업계 1위인 신한은행(1조5000억 원)에만 다소 뒤질 뿐 여타 은행들에 비해서는 월등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삼성생명이 어지간한 시중은행을 제치고 소매금융 강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이른바 삼성은행 논란이다.

그러나 보험사 입장은 전혀 다르다. 금융업종 간 칸막이를 허물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금융정책의 근간인데, 은행들이 이를 무시하고 밥그릇 챙기기에 집착하고 있단 말이다.

더구나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으로 소매금융 부문에서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혜택은 금융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과거 증권사에 지급결제가 허용된 뒤 고객들이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이용하면 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던 것처럼, 같은 효과가 보험사에서도 기대된다는 부연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은행이 독점하고 있는 월급통장을 유치하려면 당연히 보다 높은 금리로 유인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고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커지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도 "세계적으로도 은행의 지급결제 기능을 다른 산업에 개방하는 추세에 이다"며 "업종 간 칸막이 허물기와 핀테크 발전 등 한국 금융의 미래를 위해서도 보험사 지급결제를 허용할 당위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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