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들, 시내면세점 유치 관전포인트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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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들, 시내면세점 유치 관전포인트 3가지
  • 김하은 기자
  • 승인 2015.06.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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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조건·경영능력·상생노력 등 거론돼…대기업들 사업권 따내려 사업계획서 무리수 ‘눈총’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하은 기자)

유통 대기업들이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를 위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대기업에 배당될 단 2장의 면세점 입찰 티켓을 따내기 위해 지난 6월 1일 입찰 막바지까지 열띤 경쟁을 벌였다.

이번 면세점 입찰 경쟁에 뛰어든 유통 기업은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한화갤러리아, 롯데면세점, 현대백화점, 신세계, 이랜드, SK네트웍스 등 7곳으로, 관세청이 내놓은 평가 항목인 경영능력과 입지선정, 상생노력 등에 방점을 찍고 차별화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 유통 대기업들의 서울 시내면세점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온라인커뮤니티

1. 입지조건 - 주차공간·관광객 이동 용이·편의시설 구축 등

신청 막바지까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했던 부문은 바로 입지선정이다. 시내면세점 심사 점수표상 비중은 15%로 그리 높진 않지만, 가장 중요한 선정기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관광인프라 조성, 주변 상권 활성화, 교통(주차공간 확보) 등은 향후 시내면세점 선정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요소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다.

국내외 소비자들의 발길을 잡는 명당을 선택한 기업은 어디일까.

우선 국내 면세업계 1위이자 7개 후보 기업 중 가장 늦게 입찰 후보지를 결정한 롯데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 이른바 유커가 많이 몰리는 서울 동대문 피트인을 후보지역으로 확정했다. 동대문은 명동과 함께 쇼핑메카로 유명세를 떨친 지역이기 때문에 관광인프라 조성에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면세점 경험이 전무한 현대백화점의 경우 유일하게 복합문화쇼핑공간인 강남 코엑스를 면세점 입찰 후보지로 선택했으며,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의 상징 ‘63빌딩(한화생명 건물)’을 면세점 후보지로 최종 낙점했다. 현대백화점은 무역센터 일대가 관광특구로 지정된 것을 입지 조건의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고, 한화갤러리아 역시 여의도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을 면세점 부지로 지정해 거리상 공항과 가까운 점과 여의도 일대의 관광 인프라도 뛰어나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 신라면세점’은 쇼핑 랜드마크인 명동·동대문 상권을 버리고 용산을 선택하는 이례적인 행보를 나타냈다. 이들은 독과점 부담과 면세사업 운영능력 전무라는 각각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합작법인을 설립, 아이파크몰에 영업면적만 1만3200㎡(약 4000평)의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광버스도 한 번에 1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확보했다. 시내면세점 1순위에 랭크될 정도로 파급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또한 서울시가 용산역 일대 개발을 다시 활성화 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HDC 신라면세점은 서울 서남권과 도심의 연결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KTX로 영·호남권까지 커버가 가능한 점을 고려해 용산을 최종 부지로 확정했다.

신세계그룹의 면세점 별도법인 신세계디에프는 백화점 본관을 통째로 면세점 입지로 결정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중국인 관광객 유동이 잦은 명동 상권의 상황을 반영해 본관(명품관)을 면세점 후보지로 선택한 신세계는 최근 850억 원 가량을 들여 매입한 SC은행 건물도 관광편의시설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20년 숙원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밖에 워커힐 면세점을 운영 중인 SK네트웍스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케레스타(옛 거평프레야)를 후보지역으로 확정했고, 이랜드는 홍대입구 인근 서교자이갤러리를 면세점 부지로 결정했다.

▲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좌)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우)이 합작법인 ‘HDC 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호텔신

2. 주변 상권과 상생 의지 - 중소·중견 브랜드 입점·면세점 수익 사회 환원 '강수'

관세청이 내놓은 면세점 입찰 심사기준 중 30%를 차지하는 경제사회발전 공헌도, 즉 지역사회와의 상생면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다.

한화갤러리아는 ‘갤러리아 63플랜’이란 사회환원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복지관·도서관 등 비영리 사회복지 시설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무료 지원하는 한화그룹 차원의 ‘해피 선샤인’ 프로그램을 면세점이 속한 영등포구 시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중소·중견기업인 중원면세점과 동일 장소에 동일한 콘셉트로 매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면세 복합 타운 운영을 통해 영업 노하우를 전수, 취급 상품과 매장의 구분으로 매출 경쟁 구도가 아닌 상호 협력으로 운영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또한 동대문점의 매장의 국산품 및 중소·중견 제품 매장은 서울 시내점 평균 국산품 구성 비율, 중소 중견 제품 구성 비율의 2배 높은 수준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면세점 사업 첫 시도임에도 과감하게 모두투어 등 중소기업들과 연계해 합작법인 ‘현대DF’를 설립, 여행사와의 상생 항목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최근에는 면세점 운영으로 얻은 영업이익의 20% 이상을 매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면세점 입찰을 위한 강력한 승부수를 띄웠다.

신세계디에프는 본관을 관광버스로 찾아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주요 타깃인 만큼 교통 체증을 예방하기 위해 획기적인 교통 대책을 내놓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기업이익 사회환원과 함께 서울 남대문 일대를 관광벨트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SK네트웍스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동대문 주변상권을 모바일 네트워크로 연계해 면세점 방문고객에게 동대문 상권정보와 각종 혜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모바일 원패스’ 서비스를 구축해 주변 상권과의 동반성장을 꾀한다.

HDC 신라면세점의 경우 재무건전성면에서는 합격점을 받았으나, 대기업 가문의 만남이기 때문에 상생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따랐다. 이에 HDC 신라면세점 측은 용산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면세점과 전자상가를 편하고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연결 시설을 리뉴얼한다. 뿐만 아니라 노후된 상가 개보수도 지원하는 등 침체된 전자상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이랜드는 2만여 명의 홍대 상권 상인들과 협업을 통해 젊음의 거리 홍대 상권의 특징을 살린 차별화된 면세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뉴시스

3. CEO 경영능력 - 면세점 운영 경험·면세점 부지→관광지 탈바꿈 가능성

심사기준 중 또 하나의 중요 요소인 운영인 경영능력(30%)에서도 유통 대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HDC 신라면세점은 서울이 세계적 쇼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심형 면세점 ‘DF랜드’를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면세점 운용 경험이 있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탁월한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일본 도쿄의 ‘아키하바라’를 모델삼아 용산이 IT·전자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도록 시너지 효과를 낼 전망이다.

국내 면세점 업계 선두인 롯데면세점은 명동 다음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동대문 상권을 더욱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이 단체보다는 개인 또는 소수로 방한하는 경향이 많아지면서 상권 내 편의시설 구축이 절실해졌다고 판단, 원활한 관광을 돕기 위해 연중무휴 야간 매장을 운영하고 여행객 전문 식당가 및 편의시설을 확대·운영 할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앞서 제주면세점 운영에서 검증된 면세점 운영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가장 평가점수가 높은 ‘특허보세 구역 관리 역량’을 강조해 이번 면세점 유치권을 따내겠다는 포부다.

현대백화점은 첫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 케이스지만 중소·중견기업을 주주사로 참여시켜 상생 협력모델을 구축한 유일한 기업이다. 국산품 매장의 70% 이상을 이들의 매장으로 꾸미고 루이비통, 구찌, 불가리 등 80여 개 해외브랜드의 입점의향서(LOI)도 미리 획득하면서 면세점 운영 계획에 박차를 가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 오랜 유통사업 경험을 토대로 매장 구성능력과 서비스능력을 갖춘 면세사업을 이뤄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매입한 SC은행 건물의 관광 편의시설화와 함께 관광안내소 설치, 관광 거리 만들기, 식당가 정비 같은 방법으로 지원에 적극 나설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ICT기술력과 인프라를 통해 ‘면세점 3.0’을 구현한다. 매장 면적의 50%를 K-브랜드 (한국 패션·뷰티·제품 등)를 중심으로 구성함으로써 진정한 한류 K-문화를 선도하고, 심야 쇼핑을 선호하는 동대문 관광객의 특성을 고려해 오전 9시30분에서 새벽 2시30분까지 매장을 운영하는 이른바 ‘올빼미 면세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랜드는 세계 최대 면세점을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 듀프리(Dufry)와 손을 잡는 ‘강수’를 띄웠다. 첫 면세 사업인 만큼 선진화된 면세점 업체와 협력해 물류와 유통 운영의 단점을 극복하고 중국 등 해외 사업을 통한 기업 브랜드를 내세운다는 전략이다.

▲ 왼쪽부터 순서대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성수 이랜드그룹 회장 ⓒ뉴시스

피도 눈물도 없는 대기업 간 무분별한 경쟁…부작용 초래

지난 1일 시내면세점 입찰이 대기업 7곳, 중소기업 14곳으로 최종 마감됐다. 관세청은 7월 중순께 있을 면세점 선정을 위해 외부전문가를 절반 이상 포함시키고, 평가방식을 까다롭게 세분화했다. 공정성을 가리기 위함이다. 그러나 예상 밖에 대기업들의 피튀기는 면세점 입찰 경쟁이 과열되면서 ‘재벌가 나눠먹기’ 등 안배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대기업 7곳 중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DF가 면세점 유치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분석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갈수록 면세 위주의 관광산업이 성장하는 추세라 대기업들의 면세점 입지 전쟁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대기업들이 면세 사업권을 따내려고 무리수를 두는 행동은 소비자의 신뢰도 잃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업 자산과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되는 등 큰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식음료 및 유통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생하게 꿈꾸면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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