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안철현변호사의 Law-in-Case>
  • 안철현 변호사
  • 승인 2010.06.28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리권의 존재 여부 반드시 확인해야...
영상물을 제작하는 경우 통상 제작회사는 프리랜서로 작업하는 감독에게 영상물의 제작을 의뢰하면서 총제작비를 지급한다. 그리고 의뢰를 받은 감독은 다시 스텝들을 모으고, 그 스텝들과 함께 영상물을 제작한다.

그런데 이와 같이 영상물을 제작함에는 감독과 스텝들만으로는 모든 작업을 완료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감독은 제작회사로부터 받은 제작비를 가지고 감독과 스텝들이 할 수 없는 일부 작업들을 다른 업체에 의뢰하게 된다. 일종의 하청을 준다고 볼 수 있겠다.
 
예를 들면 영상물 제작의 후반작업이라 할 수 있는 컴퓨터그래픽 또는 편집 작업 등이 이에 속한다.

이런 사안에서 제작회사는 감독과 프로젝트계약을 체결해 총 제작비를 지급하면 감독은 그 제작비를 가지고 스텝들에게 돈을 지급하기도 하고, 후반작업이 필요한 경우에는 후반작업을 수행하는 용역업체와 별도로 개발용역계약을 체결하여 용역비를 지급한다.

여기에서 감독이 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용역업체가 제작회사에 대해 직접 용역비를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사실 이런 질문은 식상하기도 하거니와 이것만으로 정답을 이끌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좀 더 정답에 접근할 수 있는 힌트를 주자면 제작회사는 감독에게 의뢰하면서 회사의 명함을 사용하도록 허락하였고, 그 감독도 용역업체와 개발용역계약을 하면서 계약당사자를 감독 개인이 아니라 제작회사의 감독으로 작성하였다.

제작회사에 소속된 감독인 경우에는 간명하여 당연히 제작회사에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세하여 소속 감독이 없는 회사의 경우에는 프리랜스로 작업하는 감독에게 의뢰하면서 제작이 끝날 때까지 회사의 명함을 사용하도록 한다.
 
이런 경우 제작회사 입장에서는 용역업체와 직접 계약한 사실도 없거니와 이미 감독에게 모든 제작비용을 지급하였는데, 회사 소속도 아닌 감독과 계약을 체결한 용역업체가 용역비를 지급해 달라고 하면 십중팔구 거절하게 마련이다. 반면 용역업체의 경우에는 감독이 제작회사의 명함을 사용하는 등으로 보아 당연히 그 회사 소속 감독인 것으로 알았고, 계약도 회사와 한 것이므로 당연히 회사가 부담하여야 한다고 할만하다.

여기에 용역업체가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바로 '표현대리'라는 법리다. 제작회사의 경우 감독에게 회사를 대리하여 용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 건 아니다(이것을 '무권대리행위'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대리인이 무권대리행위를 한 데에 본인에게도 책임의 일부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본인에게 책임을 지게 함으로써 본인 이익의 희생 하에 상대방을 보호하고 거래의 안전을 꾀하려고 한다.

위 사례에서도 이런 표현대리법리에 따라 제작회사에서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어 용역업체는 제작회사에 대해 용역비지급청구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실상 소송에서 주장과 입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런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여기에서 더 중요한 것을 짚어 보자면 이렇다. 후반 작업업체는 만연히 제작회사에 청구가 가능하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 감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사전에 대리권의 존부와 관련하여 제작회사와 감독의 관계를 확인하거나 아예 제작회사를 계약 당사자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안전하거나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한편 제작회사의 입장에서는 명함을 만들어 준 잘못 하나로 이중으로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억울하다. 따라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감독의 작업이나 계약관계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위험방지를 위해 제작비를 한꺼번에 지급할 것이 아니라 일부라도 예치하는 등의 사전 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위 사례처럼 제작회사는 감독이 잠수해 버리면서 비용을 이중으로 지불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하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