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의 청년 지원 기부가 진정성이 ‘물음표’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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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의 청년 지원 기부가 진정성이 ‘물음표’인 이유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10.26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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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통령이 청년희망펀드 1호 기부하자, 총수들 잇따라…눈치보며 돈으로 때운다는 의구심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최근 잇따라 재계의 총수가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펀드’ 지원을 위해 수 백 억원의 금액을 기부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재계 그룹 총수 중 첫 번째로 22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명의로 200억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임원들 50억원을 포함해 삼성에서 25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3일 후인 25일에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사재 150억원을 기탁했다. 그룹 임원진도 동참해 50억원을 쾌척했다.

다음날인 26일에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0억원의 사재를 출원하기로 했다.

LG와 SK 등 다른 재벌총수와 그룹의 기부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한 가운데 재벌 총수들의 청년 일자리 지원을 위한 기부는 반가운 일이며, 적극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에 대해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물음표’다.

재벌 총수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왜 이렇게 삐딱하게 꼬였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들어도 어쩔수 없다.

무조건적으로 환영을 하기에는 조금은 무리가 있는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거금을 내놓는 것을 보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국무회의는 지난 9월 15일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 고용을 위한 ‘희망펀드’ 구상을 지시했다. 국무위원들과 사회 지도층이 앞장서 청년 고용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같은 달 21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박근혜 대통령이 일시금 2000만원과 매월 월급의 20%를 청년희망펀드 1호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연봉은 2억504만원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각계 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희망펀드 모집을 주도하고, 직접 나서 청년일자리를 위해 돈을 내놓은 마당에 대기업들이 그냥 지나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바로 이것이다. 대통령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의 직접적인 권한은 기업에 있다. 직접 고용을 하면 된다.

그런데 이들 기업들은 고용에 직접 힘쓰기 보다는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금으로 돈을 내놓자, 이들 또한 돈으로 때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은 정부의 사업에 동참을 안 할 수 없는 상황도 작용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롯데그룹의 경우에는 경영권 분쟁으로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정부사업인 면세점 특허권 사수도 걸려 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있어, 정부의 사업에 적극 동참을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다.

재계 총수들의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희망펀드 기부가 마냥 순수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다.

대통령과 정부에 앞서 청년들에게 진정으로 ‘희망’을 주는 실천이 아쉽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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