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숨겨놨던 신세계 차명주식과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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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숨겨놨던 신세계 차명주식과 ‘침묵’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5.11.09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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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명주식 근거 없는 의혹? 결과는 사실로 드러나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30년간 꼭꼭 숨겨놨던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이 베일을 벗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일 오후 7시 (주)신세계와 이마트 그리고 신세계푸드의 차명주식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실명으로 주식전환 했다.

실명전환 시점이 절묘하다. 신세계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지난 4일에 끝났다. 세무조사가 끝나고 2일 후에 곧바로 차명주식의 실명전환을 공시한 것이다.

실명전환 한 차명주식은 신세계 9만1296주, 이마트 25만8499주, 신세계푸드 2만9938주다.

차명주식 수는 총 37만9733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830억 원어치나 된다.

이에 따라 이명희 회장은 신세계 179만4186주(지분율 18.22%), 이마트 508만94주(18.22%), 신세계푸드(0.77%)를 보유하게 됐다.

이들 차명주식은 구학서, 이경상, 석강, 최병렬 등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 이름으로 돼 있던 것들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20~30년 전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경영권 방어목적의 차명주식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실명전환으로 차명주식은 단 1주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이 이번에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게 된 배경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가 있었다.

국세청은 지난 5월부터 신세계그룹 측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신세계 측이 이명희 회장의 차명주식 보유사실을 인정하고 이번에 모두 실명으로 전환한 것이다.

만약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면, 신세계 측이 과연 차명주식을 실명전환 했을까?

신세계 측도 차명주식의 실명전환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때문이었다고 시인했다.

신세계 측은 “해당 주식은 선대 회장으로부터 차명 보유된 주식이다. 그동안 실명 전환 시기를 잡지 못하다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전환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10월 10일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의 재벌 차명주식에 대한 봐주기 등 국세청과 재벌의 ‘정경유착’ 관계를 질타했다.

박 의원은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이 2006년도에 이미 발견됐다. 이때 정용진 신세계 대주주가 스스로 모든 걸 다 밝혔다”면서 “그런데 국세청에서 증여세액을 매길 때 주당 5000원으로 평가해 사실상 세금을 깎아줬다”고 꾸짖었다.

맞다. 당시 신세계그룹은 국세청의 세무조사 괴정에서 총수일가의 차명주식이 드러나자 3500억 원 규모의 신세계 주식 66만여주를 증여세로 현물 납부했다.

이명희 회장은 정용진 부회장에게 7000억 원 어치의 주식을 넘기며 그 절반을 세금으로 낸 것이다.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국세청 세무조사결과 후 실명전환 순서가 똑같다.

2006년 이후 10년이 지난 현재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 실명전환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보유했던 차명주식의 실명전환 공시를 금요일 장 마감 이후에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신세계 측은 아무런 해명이 없다.

또 그동안 38만주에 이르는 차명주식의 배당금을 누가 어떤 식으로 받았는지에 대한 의혹도 사고 있다. 그동안 신세계 측은 야당의원들의 차명주식 보유 의혹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이라며 부인해 왔었다.

일각에서는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신세계그룹이 차명주식의 운용을 통해 총수 일가의 조세 부담을 덜어주는 등 조직적인 탈법행위를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신세계 측은 경영권 방어가 목적일 뿐 세금탈루와 무관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정당하게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번 신세계그룹의 차명주식 보유가 금융실명제법 제재 여부에 대해 촉각도 모아지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금융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요청했고, 금융위는 조세포탈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고 답했다. 만약 국세청이 조세포탈과 관련된 명목으로 과세를 한다면 금융실명제법 위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은 “차명주식은 금융실명제법상 범죄행위이므로 세무조사가 아닌 조세범칙조사로 전환해서 형사처벌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신세계그룹의 공시 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반복되는 신세계 오너 일가의 차명주식 논란. 야당 의원들은 정부와 여당의 비호 속에 재벌들의 비리가 눈감아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국세청은 재벌 봐주기라는 오명(?)도 쓰고 있다.

어느 누구도 합당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각종 의혹에 대해 말문을 열어야 할 당사자인 이명희 회장과 장용진 부회장은 입을 다물고 있다. 야당 의원들의 의혹에 근거없는 의혹이라고 일축했었다. 그러나 사실로 드러났다. 과연 이제는 차명주식이 하나도 없는 걸까?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면세점 특허 발표를 코앞에 둔 신세계가 ‘사면초가’다. 이는 신세계가 자초한 면이 크다는 생각이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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