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들의 '국가 헌신' 발언과 공수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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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오너들의 '국가 헌신' 발언과 공수표
  • 장대한 기자
  • 승인 2015.11.18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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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범법 재벌'에만 관대한 대한민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장대한 기자)

"죄를 뉘우치고 있습니다. 사회와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죄를 짓고 수감된 대기업 오너들이 재판장에서 항상 하는 말이다.

오는 19일 장세주 전 동국제강 회장의 1심 판결이 다가오는 가운데 재벌에 대한 면죄부가 이번에도 통할지 업계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 전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올해 3월까지 회삿돈 210억 원을 횡령, 해외 원정도박을 벌인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장 전 회장의 결심 공판에서도 여지없이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얘기가 나왔다.

이 자리에서 장 전 회장의 측근들은 그의 감형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 모 이사는 "동국제강이 사운을 걸고 진행하는 브라질 제철소 사업이 장 전 회장의 부재로 지연되고 있다"며 "장 전 회장이 브라질 현지 인사와 신뢰관계가 두터웠던만큼 그의 부재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고 전했다.

남 모 고문도 "장 전 회장은 기업 성장이 국가 헌신이라는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며 "브라질 제철소 사업을 성사시켜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 전 회장이 도박을 한 혐의는 있다. 또한 만인에게 평등한 법 앞에서 개인의 인품이나 능력은 중요하지 않으며, 잘못이 분명하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16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지난 10일 열린 공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CJ를 세계적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이 회장의 변호인도 유전병 악화를 이유로 오는 21일 만료되는 구속집행정지 기간의 연장을 요청했으며 "신장이식 수술 후 제대로 관리받지 못해 사실상 10년 남짓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며 법원에 선처를 호소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이미 질병을 이유로 2년 3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구속집행정지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재벌 특혜'라는 말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재벌에는 유독 약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도 팽배하다. 이 회장이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대법원이 배임액 산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적용이 잘못됐다며 파기환송해 재판이 다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번에도 징역 5년에 벌금 1100억원을 구형했지만 재판부가 집행유예라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민들은 다음달 15일 내려질 판결에 엄정한 처벌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는 일찌감치 내려놓은 모습이다.

항상 수감된 재벌들은 잘못을 구할 때 '자신들을 풀어만 주면 국가 경제를 살리고 부양하겠다'는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다.

경기 침체 극복과 국가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뉘앙스 자체가 어쩌면 국민들의 더 큰 분노를 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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