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두콩의 재무설계>골프선수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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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두콩의 재무설계>골프선수의 허와 실
  • 채완기 자유기고가
  • 승인 2015.11.2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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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채완기 자유기고가)

LPGA 투어 2015 시즌 최종대회인 'CME그룹 투어챔피언십'에서 미국의 크리스티 커가 우승한 가운데 박인비 선수는 6위를 차지했다.

비록 대회에서 우승은 못했지만 박인비는 올해 평균 타수 1위를 확정했으며 명예의 전당 포인트에 1점을 보태 자격 요건인 27점을 채웠다.

내년 투어만 무리없이 뛴다면 10년 활동 요건도 충족시켜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각종 대회에서 박인비와 경쟁을 벌이는 대만의 청야니는 포인트가 모자라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대회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한 멕시코의 오초아 선수는 활동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해 아직 명예의 전당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음을 감안하면 박인비 선수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금까지 LPGA 투어 명예의 전당에 오른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가 유일한데 그 뒤를 박인비 선수가 잇게 되는 것이다.

앞서 1998년 IMF가 대한민국을 뒤흔들던 시절, US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발휘한 박세리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국민들은 마음의 위안을 삼았다.

어른들 틈바구니에 끼어 경기를 지켜보며 "세리 언니처럼 되겠다"는 꿈을 키워온 1986년~1988년 생의 여성 골퍼들도 많다. 이들은 일명 '박세리 키즈'라고 불리기까지 한다.

그 중에는 명예의전당 가입을 앞둔 박인비도 있고, 지금 투어에서 뛰고 있는 잘 나가는 선수들의 이름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지금은 '인비키즈'들도 무럭무럭 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하지만 투어 프로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며 그들의 속내를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다고 볼 수 없다.

필자는 "친구들 만나면 돈 많이 번다고 매번 밥값을 내지만 솔직히 부담스러워요. 수입은 숫자일 뿐 빛 좋은 개살구거든요"라는 인터뷰를 한 KLPGA 투어 프로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올해 상금 1억 원을 넘겨 내년 출전권을 보장 받은 20대 초반인 선수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한데, 왜 개살구 소리까지 나오는 것일까?

특히 1억 원이면 동년배의 친구들은 쳐다보지도 못하는, 대기업 직장인보다도 많은 수입이다.

게다가 메인스폰서 지원금 3000만 원, 서브스폰서 지원금 2000만 원을 합친 1년간 총 수입은 1억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2015년의 마지막 대회인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정 프로의 모자에는 스폰서 로고가 없듯이 메인 스폰서 지원금조차 없는 선수들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메인 스폰서 지원금만 몇 억씩 받는 특정 선수들의 얘기는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또한 지출내역을 살펴보면 실제로 남는 게 없다.

지출내역 목록을 보면 △세금 10% △골프를 잘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전지훈련비 2000만 원 △전문 코치 레슨비 2400만 원 △트레이너비 1200만 원 △개인 캐디비 1개 대회당 100만 원(27개 대회 출전시 2700만원) 등이다.

모두 다 합치면 투어에 필요한 총 비용은 9300만 원이다. 이조차 눈에 보이는 것만 계산한 경우다.

온전히 운동을 위한 비용만이 9300만 원으로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도 필요하다. 대충 따져도 2000만 원 정도 예상된다.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투자한 것을 생각하면 마이너스다.

고등학교에서 골프를 지원하는 학생이 월 200만~300만 원은 족히 들어간다고 하니 연간 3000만 원 정도 산출된다.

프로에 입문해서 상금없이 비용만 들어가는 세월도 감안해야 하고, 그 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부모님의 인건비는 값을 매길 수 조차 없다.

박인비 선수가 명예의 전당에 입문하는 것은 전적으로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골프 선수로서 대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더군다나 우리나라처럼 골프를 치는데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환경에서는 더 힘들겠다는 생각이 든다.

꿈은 현실이 될 때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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