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희망퇴직 ´대리´급까지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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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희망퇴직 ´대리´급까지 확대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5.12.27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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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되는 수익성 보전 위한 고육지책…˝일시적인 현상일 뿐˝ 의견도 있어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관리자급에 한정되던 금융권의 희망퇴직 대상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EB하나은행은 4년만에 실시한 특별퇴직에서 신청 대상을 40세 이상 은행원들로 정했다.

한국SC은행도 이달 초 40세 이상 직원들로부터 특별퇴직 신청을 받아 961명을 내보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 대상자 범위를 부지점장 급에서 5급 대리로 확대했고, 내년 초에도 같은 조건으로 신청을 받을 걸로 전망된다.

카드와 보험업계도 희망퇴직 신청에 대리급 직원을 포함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2월 21일부터 3일간 7년 이상 근속 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삼성카드도 지난달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발적 '전직지원공모제'를 실시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7월 5년차 이상 직원을, 메리츠 화재는 전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작년까지만해도 극히 일부에 불과했던 저 연령, 저 연차의 희망퇴직이 1년 새 상당수 금융사로 번졌다.

▲ 관리자급에 한정되던 금융권의 희망퇴직 대상 범위가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뉴시스

이는 갈수록 나빠지는 경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분석된다.

사상최저 기준금리는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확정형 고금리 상품을 팔았던 보험업계도 저금리 때문에 역마진이 심화돼 수익이 나빠졌다. 카드사의 경우 내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있어 수익 하락이 불가피하다.

시중은행 등 금융권의 항아리형 인력구조도 구조조정 범위 확대 이유로 지목된다. 시중은행은 과·차장 이상 책임자급 직원이 60%에 이르고 있어 인건비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한 시중은행의 급여 총액은 1조2209억 원, 3년전인 2011년(9071억 원)에 비해 34.6%가 늘어났다.

메리츠 화재는 희망퇴직 배경에 대해 "고 직급, 고 연령의 인력 구조 속에서 인건비 효율성에 대한 근본적 개선없이 사업구조 경쟁력 확보나 상위권 도약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줄어든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더 보전하기 위해 직책이나 연령에 관계 없이 필요한 인력만 남기는 식으로 인건비를 아끼려는 속셈이다.

일부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직책에 따라 신청을 제한하다보니 희망퇴직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차 혹은 연령을 한도로 잡았는데 이 때문에 범위가 확대된 것처럼 보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실제로는 임금피크 적용 직원이 주로 신청하고, 연령이 낮아질수록 신청자는 적어진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동조합도 오랜 기간 희망퇴직을 미뤄오다 한 번에 하려다보니 범위가 일시적으로 넓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금융산업노조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의 경우 수년간 희망퇴직이 이뤄지지 않아 희망자가 누적된 상황"이라며 "일시적으로 대리급으로 범위를 확대해 신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당업무 :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카드사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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