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 정치권 '조선업' 편애, '동남권 표심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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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해운업] 정치권 '조선업' 편애, '동남권 표심 달래기'?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5.12.30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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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협회, "정치권, 조선·해운업간 상생관계 고려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 거제 조선소 ⓒ 뉴시스

정치권의 특정지역 '표(票)심 달래기'로 국내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미래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올해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 모두 극심한 진통을 앓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올해 3분기 누적적자는 총 7조1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조선 3사가 사상 처음으로 일제히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동반 적자를 낸 것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4조3000억 원에 육박하는 부실이 드러나면서 '회생 불가론'마저 수면 위로 올랐다.

이같은 조선업계 불황에 정부는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지난 10월 대우조선해양에 4조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수주 및 인력 운영 계획, 임금동결 등 인건비 절감, 유동성 확보 계획 등이 포함된 자구계획서를 요구, 회사의 경영 상황을 철저히 관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해운업도 장기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있다.  

극초대형 선박 확보 경쟁에서 밀린 국내 해운업체들은 현재 원가절감 압박과 세계적인 공급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관련기사: [위기의 해운업]조선은 '사랑' vs 해운은 '괄시'…왜?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8936)

이에 따라 해운수입은 2008년 51조8000억 원에서 지난해 36조4000억 원까지 떨어졌다. 외항해운업계 적자 규모는 2011년 이후 매년 2조에서 2조5000억 원가량 이어지고 있으며 이자 손익이 매년 1조 원 이상으로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서 정부 주도의 지원책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아 주장한다.

실제로 모범사례인 일본의 경우, 국부펀드를 통해 해운사에게 이자율 1%의 1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고, 해운사들은 이 자금을 자국 조선소를 통해 대형 선박을 발주하는 데 사용했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조선업 편애'가 동남권(부산·울산·경상도) 표를 의식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조선 관련 산업은 동남권에 몰려있다. 

부산발전연구원이 지난 25일 내놓은 '동남권 조선·조선 기자재 산업의 현황 및 투입·수요구조 분석' 연구보고서는 국내 조선 관련 산업에서 동남권이 차지하는 압도적인 비중과 위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선박(조선·기자재) 산업의 권역별 입지계수를 분석한 결과, 동남권은 무려 4.70이었다. 전라권(0.69) 경북권(0.05) 수도권(0.01) 등에 비해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 것이다. 입지계수는 특정 지역의 특정 산업이 전국에 비해 어느 정도 특화돼 있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기준치(1)보다 높을수록 해당 지역의 특화도가 강하다.

특히 조선업은, 저인력으로 고수익을 내는 해운업과 달리 대규모 인력을 채용해 운영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다.

동남권인 거제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은 지난 2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거제도 옥포에는 현재 7만 5천 명에서 8만 명까지의 근로자가 있는데, 각 2인에서 4인 정도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면 조선업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제도 옥포항에는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단일 조선소인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가 있다. 대우중공업 전신인 대한조선공업 옥포조선소가 1973년 옥포에 들어서면서 한적한 어촌은 지역경제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조선업 활황과 함께 인구가 급속히 유입되면서, 1989년에는 옥포항 남쪽의 장승포와 함께 장승포시로 승격됐고, 1994년에는 바로 옆 거제군과 통합해 거제시로 승격하는 등 번영 일로를 달렸다.

정부가 조선업계 경기에 민감한 지역 민심에 유독 신경을 쓰는 이유는 동남권이 전통적으로 여권 텃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의 금융당국 인사가 조선업 관련 민심을 살피기 위해 직접 동남권을 찾은 일도 있었다.

지난 2013년, 신제윤 당시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부산을 찾아 지역 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표면적으로는 선박금융공사 설립 문제와 STX 조선 구조조정 등과 같은 현안을 설명하겠다는 것이었지만, 실상은 조선업 위기와 관련해 지역 민심을 달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동남권 내에서는 조선업이 지역 일자리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무조건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득세하던 차였다.

해운업계에서는 정부의 '조선업 살리기'에는 국내 조선업과 해운업계 간 상생 관계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선주협회측은 지난 29일 <시사오늘>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해운과 조선은 따로따로 띄어놓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되며 반드시 연결해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선주협회측은 이어 "여러 조선업체의 부실이 드러나면서 국책은행이 신속하게 엄청난 자금을 쏟아 붇고 있는데, 조선업체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우선 해운에 대한 지원을 통해 신조선박을 발주하도록 유도해서 해운과 조선을 동시에 살리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김한표 의원 역시 "지역경제에 조선업의 영향이 큰 건 사실이지만 조선업이 정말 살기 위해서는 3박자가 다 맞아야 한다"면서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해운업도 살아나야 하고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조선업 자체 기술도 개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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