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영입' 김종인, 더민주에 '양날의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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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영입' 김종인, 더민주에 '양날의 검'?
  • 오지혜 기자
  • 승인 2016.01.18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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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장악력 원하는 김종인, '친노'와 긴장감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오지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김종인 선대위원장 ⓒ 뉴시스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더불어민주당이 김종인 박사를 선대위원장으로 영입, 기대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당내 주류인 친노세력의 불안도 함께 높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총선 맞춤용 슬로건으로 '유능한 경제정당'을 내건 문재인 더민주 대표가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인 김 위원장을 영입한 것을 놓고 당 내외 분위기가 긍정적이다.

더민주 전병헌 최고위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경제전문가로서 아주 비중 있는 분"이라고 치켜세웠고, 정청래 최고위원도 "경제민주화님 환영한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도 "김 박사를 영입하다니 오랜만에 더민주당이 예뻐 보인다"고 극찬했으며, '더민주의 조언자'라고 불리는 조국 교수도 "김 박사가 박근혜 대통령 지지를 반성하고 돌아왔기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김 위원장의 영입이 '제1야당의 새로운 도약'으로 비치는 반면, 당내에는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당내 주류인 친노(盧)세력과 김 위원장 간의 '장악력 줄다리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묘한 기류가 감지된 것은 김 위원장이 입당 첫날부터 쏟아낸 '돌직구' 발언 때문이다.

김 선대위원장은 '공동 선대위원장 여부'에 대해 "단독 선대위원장으로 한다는 전제하에 수락했다"며 선을 그었다. 또 '야권 대통합'에 대해서는 "당이 싫다고 박차고 나간 사람들에게 정력을 쏟아부으면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일축했다. 앞서 문 대표가 가능성을 시사한 내용에 모두 부정적 의견을 밝힌 것이다.

쐐기를 박은 것은 문 대표의 사퇴 가능성에 대한 답이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를 빨리 가동할수록 문 대표가 곧 사퇴할 것으로 본다"면서 "문 대표가 사퇴할 것이라 믿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사퇴 가능성에 대해 매번 모호한 태도를 취하던 문 대표의 등을 떠민 꼴이 된 셈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문 대표의 표정에는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문 대표는 "김 위원장을 선대위 원톱으로 모셨다"면서 "공동 선대위 부분은 김 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한발 물러섰고, 사퇴 발언에 대해서는 "그 정도 이야기했으면 됐다"는 확답을 피했다. 

총선에서 더민주당의 결정적인 '무기'로 영입된 인사가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세력에 '날'을 세울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확인된 순간이다.

김 위원장의 거침없는 행보에 친노세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서로간의 정치적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1981년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은 이래 '문재인계'로 해석될 만한 정치집단과 교류한 적이 없다.

김 위원장은 노태우 정권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경제개발계획 실무위원 등을 맡았다. 또 11·12대 국회 때 민정당 소속으로, 14대는 민자당, 17대는 새천년민주당 이름으로 4선 국회의원(비례대표)를 지냈다.

새천년민주당을 제외하면 모두 보수 정당이며, 당시 새천년민주당이 반노(盧) 진영이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은 현재 친노세력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영입 첫날부터 '문 대표 사퇴' 등 거침없는 발언으로 당 장악력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2012년 대선 당시 뼈아픈 기억이 있다.   

▲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새누리당 김종인 선대위원장 ⓒ 뉴시스

김 위원장은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당시 후보측 인사로 영입, '경제민주화' 이슈를 독점해 중도층을 견인했다. 그의 말마따나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들어 김 위원장이 주장한 경제민주화 공약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고 아무런 직책과 역할도 맡지 못했다. 결국 그는 "경제민주화가 될 것처럼 얘기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미안하다"며 2013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 위원장이 그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김 위원장이 더민주 영입 초반부터 '단독 선대위원장의 역할'과 '친노세력과의 선긋기'를 강조한 것도 '2012년 대선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맥락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1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문 대표의 허수아비 비슷하게 갈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당 사정은 나도 웬만큼 안다"고 강한 발언을 이어갔다.

담당업무 : 국회 및 야당 출입합니다.
좌우명 : 本立道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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