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도 없는 ISA 판매에 고액 경품 경쟁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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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도 없는 ISA 판매에 고액 경품 경쟁 '얼룩'
  • 박시형 기자
  • 승인 2016.02.1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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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은 자동차·여행상품권, 증권사는 고금리 RP 내걸어…실적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박시형 기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출시를 한 달 여 남겨둔 현재, 관련 상품이 준비단계에 불과한데도 금융사들은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고객 유치 과열로 얼룩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ISA는 '만능통장'이라는 별칭을 달고 예·적금, 펀드, 주식 등 다양한 상품을 하나의 계좌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다는 시행령만 발표됐을 뿐 실체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도 투자일임형 ISA를 허용하면서 상품을 설계 중이던 은행들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상황에 놓였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사별로 ISA에 담을 상품들을 설계하고 있는데 포트폴리오 구성이나 수수료 체계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에도 일임형 판매를 허용하면서 관련 부서는 한 달 내내 밤 새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 금융사들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유치를 위해 자동차를 경품으로 내거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그럼에도 금융사들은 우선 고객을 잡고 보자는 식으로 고액 경품을 내걸고 있다.

신한은행은 ISA 가입 예약 고객에게 준중형 승용차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이 외에 의류관리기, 로봇청소기, 백화점 상품권 등을 제시했다.

NH농협은행은 다음주부터 ISA에 가입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해 당첨자에게 200만 원 상당의 골드바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우리은행은 ISA 가입자에게 하와이 상품권 경품을 검토중이고,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도 이에 상응하는 경품 이벤트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도 경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우증권,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은 사전 예약자 등에게 연 3~5%대 환매조건부채권(RP) 가입 우선권을 제공했다. 유안타 증권은 여행상품권을 걸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들이 시작도 안한 ISA 고객 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고액 경품을 내걸고 있어 마치 도박판처럼 변질돼버렸다"고 비판했다.

금융사들이 고객 유치에 혈안인 것은 ISA가 1인 1계좌만 개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ISA는 의무가입기간이 있어 최소 3~5년간은 한 곳과 거래해야 한다. 즉, 금융사 입장에서는 선점한 고객 수만큼 안정적인 수수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권에서는 ISA시장 규모가 시행 첫 해 24조 원, 5년 후에는 150조 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자동차 경품이 결코 과하지 않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반면 고객 입장에서는 고액 경품만 부각되고 있어 불완전 판매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의 성과주의가 고액 경품과 결합되면서 직원들이 제대로 된 설명없이 판매에만 치중할 수 있다"며 "이 경우 ISA 도입 취지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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