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성폭행으로 출산, 숨겼다고 무조건 혼인취소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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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행으로 출산, 숨겼다고 무조건 혼인취소 안돼”
  • 최준선 기자
  • 승인 2016.02.22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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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대한민국 최초 판례…모든 여성에게 영향 미칠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최준선 기자)

결혼 이주여성이 한국에 오기 전 성폭행당해 출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더라도 남편이 혼인취소를 청구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는 A씨(41)가 베트남 국적인 아내 B씨(26)를 상대로 낸 혼인 무효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혼인을 취소하고 B씨가 위자료로 300만 원을 주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전주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두 사람은 국제결혼중개로 2012년 2월 B씨의 모국인 베트남에서 결혼했다. B씨는 같은 해 7월 한국에 입국해 시집살이를 하다가 이듬해 1월 A씨의 계부에게 성폭행 당했다.

이 사건으로 계부는 징역 7년이 확정됐으나 형사재판 과정에서 B씨의 과거 출산경험이 드러났다.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가 맞선 당시는 물론 결혼 이후에도 출산 사실을 숨겼다며 혼인 취소와 함께 위자료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민법상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법원에 혼인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이에 B씨는 시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는데도 A씨가 방치했다며 이혼과 위자료 1000만 원을 청구하는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출산 전력은 A씨가 B씨와의 혼인의사를 결정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에 해당하기에 A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았더라면 혼인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로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B씨는 열세 살 때 베트남 소수민족 남자에게 납치돼 성폭행을 당했다. 이른바 '약탈혼'을 당한 것인데 8개월 만에 친정으로 도망친 뒤 아들을 낳았다. 그 뒤 남자가 계속 찾아왔고 결국 아들을 데려갔다고 B씨는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폭행으로 출산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무조건 사기 결혼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B씨의 주장처럼 B씨가 아동성폭력범죄의 피해를 당해 임신을 하고 출산을 했지만, 곧바로 아이와 관계가 끊어지고 이후 양육이나 교류 등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러한 출산경력을 단순히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원심은 임신과 출산 경위, 자녀와의 관계 등을 충분히 심리해 (출산경력) 고지의무와 위반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하며 “혼인취소 사유와 혼인취소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 책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등 21개 단체는 논평을 통해,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혔다.여성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국염 공동대표는 이날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성폭행으로 인한 출산 경험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혼인을 취소할 수는 없다는 판결은 대한민국에서 최초로 나온 판례”라면서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모든 여성에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한 대표는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폭행을 당하고 임신을 한 것과 같은 특수상황에 대해 그 동안 우리 사회가 고려하지 안 한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이번 대법원의 온당한 선고 취지가 남은 재판에서도 수용돼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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