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제 혁파' 꿈꾸는 국민의당, 선거구 합의는 'OK'…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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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제 혁파' 꿈꾸는 국민의당, 선거구 합의는 'OK'…왜?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2.23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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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권 의원 '입김'·더민주 '견제 심리' 작용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거대 양당제 혁파'를 지향하는 국민의당이 23일 비례대표 축소를 골자로 한 여야의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 합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내놔 이목을 끌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타결한 선거구 획정기준에 따르면,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수는 현행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었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는 현행 54석에서 47석으로 7석 줄었다. 농촌 대표성 확보를 위해 비례대표 의석이 축소된 것이다.

소선거구제 하에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들면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 통로는 그만큼 좁아지기 마련이다.

현재 17석의 지역구 의석수를 보유해 소수 정당으로 분류되는 국민의당에게도 불리한 합의다. 더욱이 '기득권 양당 담합체제 혁파'와 '다당제를 통한 새로운 정치경쟁 체제 확립'이라는 당 비전에도 맞지 않다.

실제로 국민의당과 같은 소수 정당이면서 거대 양당제 혁파를 꿈꾸는 정의당은 이번 합의에 대해 "비례대표 의석을 빼앗아 거대 양당에 유리한 지역구 의석만 늘렸다. 대통령을 등에 업은 여당의 폭력적 몽니와 제1야당의 무능이 함께 빚어낸 정치의 퇴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이에 대해 "양 기득권 정당의 직무유기로 선거구 획정이 늦어진 것은 개탄스럽지만 이제라도 타결돼 다행"이라며 "향후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해 총선이 차질 없이 치러져야 할 것"이라고 다소 긍정적인 논평을 내놓았다.

국민의당은 여야 합의 이전부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지역구 253석, 비례대표 47석'에 당론으로 동조해 왔다. 헌법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를 시급히 마무리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특히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19일 정의화 국회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선거구 획정이 계속 지연되고 헌법까지 모독하는 상황이 된 건 기득권 양당 구조의 폐해를 국민께 그대로 보여주는 일이다. 의장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치를 부탁한다"며 사실상 직권상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 23일 선거대책위원회 연 국민의당 지도부. (왼쪽부터) 천정배 공동대표, 김한길 선대위원장, 안철수 공동대표, 이상돈 선대위원장 ⓒ 뉴시스

이처럼 국민의당이 자신들의 지향점과 다른 선거구 획정안을 지지한 배경에는 다분히 선거공학적인 이유가 깔려있다는 게 정계의 중론이다.

우선 당내 호남 지역구 의원 11인의 여론이 그쪽으로 향했다는 후문이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호남에서 지역구 5석 가량이 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러나 이번 여야 합의에 따라 호남에서는 2석만이 줄게 됐다. 호남 탈당파를 중심으로 당이 꾸려진 국민의당으로서는 출혈이 최소화된 것이다. 국민의당 황주홍(전남 장흥·강진·영암), 유성엽(전북 정읍) 의원의 지역구가 인구 미달 지역으로 통합 대상이다.

아울러 광주, 전남, 전북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현역 의원들 입장에서는 농촌 대표성을 확보하는 데에 자신들이 일조했다는 것을 지역에 강조해야 차기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점 역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번 합의 과정에서 더민주가 당론으로 내세운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관철됐다면 국민의당의 입지가 크게 위축됐을 공산이 크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 기준으로 특정 정당 전체 의석수를 결정한 뒤 여기서 지역구 당선자 수를 뺀 의석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비례성을 높여 소수 정당의 원내 진입을 원활하게 한다.

이 같은 선거 개혁의 공을 더민주가 가져간다면 기득권 양당제를 혁파하기 위한 대안은 자신들밖에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국민의당으로서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다. 개혁성에서 더민주에 밀리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의 한 중앙 당직자는 23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이 제시한 안에 동조한 게 아니라 선거구 미획정 사태로 혼란에 빠진 국민들을 위해 빠른 해결을 요구한 것"이라며 "앞으로 국민의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많은 정치 개혁 방안들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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