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의 총선진단>새누리당의 읍소 전략과 표 구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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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한의 총선진단>새누리당의 읍소 전략과 표 구걸
  •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 승인 2016.04.07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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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김재한 국제경영전략연구소장)

대구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들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미워도 버리지만은 말아 달라"는 읍소와 함께 "이번 선거가 잘못되면 박근혜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는 말로 위기의식을 자극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새누리당 최경환 대구·경북 선거대책위원장과 조원진 후보 등 새누리당 대구지역 출마자 11명은 지난 6일 오후 대구시내 두류공원에 모여 '대구시민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일제히 사죄의 절을 했다.

그들은 호소문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이렇게 힘든 선거는 없었다"며 "새누리당이 잘못했고 피눈물나게 반성하고 있으니 부디 용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대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박근혜 정부는 성공해야 한다"며 "대구는 새누리당의 심장이며 심장이 잘못되면 생명이 위중한 것처럼 대구가 잘못되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환 후보는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노래도 있지 않느냐"며 "회초리 많이 때려주시고 이번 총선 제대로 돼 박근혜 정부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조원진 후보는 "박근혜 대통령이 식물대통령이 돼서야 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보는 국민들과 대구시민들은 씁쓰레한 기분일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오만한 권력’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까지 의기당당하고 자신만만하며, 자신들이 아니면 이 나라가 되지 않는다고 활개를 치던 친박들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은 그들의 모습은 마치 표를 찍어달라는 구걸 행위와 마찬가지로 보인다.

대구 출마자들이 언급한 "박근혜 대통령, 식물대통령 만들 거냐"는 이야기는 읍소가 아닌 협박으로 들린다. 며칠 전까지 국민과 여론을 무시하고 친박이 아니면 안 된다고 설쳐대던 그 모습, 어디로 갔는가? 신문과 방송에 떠들던 그들의 모습을 다시 보는 국민들은 어떤 기분일까? 이번에 대구 유권자들이 그들에게 속고, 현명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영원한 역사의 죄인으로 남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문수 후보는 앞서 혼자 수성구 범어사거리 선거사무소 인근에 멍석을 깔고 "새누리당이 공천에서 보여드린 모습이 너무나 오만했다. 당의 중진 정치인으로서 먼저 종아리를 걷겠다"며 100배를 하기도 했다. 새누리당과 친박의 오만함을 어찌 국민들은 알고 새누리당과 그 관계자들은 몰랐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매번 선거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할 것인가도 묻고 싶다. 매번 대통령의 힘을 빌려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가?

국회의원은 각각이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하수인, 거수기가 되는 것이 최대 목표인 그들에게 표를 주는 유권자가 많다면 그것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

국회 본연의 역할이라면 법률안 제·개정, 국가의 예산안 심의·확정,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권, 국무총리 및 국무위원 임명 동의안 처리, 대통령·국무총리·국무위원 등 탄핵소추의결권,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 등 행정부의 업무를 감시하고 견제하고 균형적인 업무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상호 보완적인 입장에 있다는 의미다. 마치 행정부와 국회가 같은 업무를 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자들에게 국회의원을 맡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을 일 잘하도록 하기 위해 여당, 새누리당, 그것도 친박계 의원들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에도 맞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바라는 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일과 행정업무는 행정부의 일방 독주에 의해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행정부의 업무를 감시·감독하고 견제하는 역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행정 업무의 우선순위가 바뀌고 잘못된 정책이 시행될 경우 이를 바로 잡아주고 견제해주는 역할을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것이 행정부에게나 국민들에게나 이로운 것이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이라는 노래처럼 정에 이끌린다면, 우리 정치의 발전은 영원히 없을 것이며, 오만한 권력에 대한 심판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대구는 물론 전국의 유권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세력, 오만한 권력으로 행세했던 자들이나, 그들에게 빌붙어 개인적인 출세를 하고자 하는 출마자들에게 냉정하게 단 한 표도 주지 않아야 한다.

역사는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역사는 순환되며 재반복의 과정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이뤄진다. 작금의 정치 현실은 우리 국민들이 비이성적인 감정에 의해 올바르게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지난날의 반복에서 비롯됐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4월 중순 이후에 일어날 새누리당의 당권 경쟁의 모습을 보고, 또 후회하는 모습을 다시 연출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 외부 필진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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