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당권 경쟁, 친박과 비박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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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당권 경쟁, 친박과 비박의 딜레마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4.18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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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유승민 의원 ⓒ 뉴시스

참패(慘敗). 제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받아든 성적표다. 목표가 180석이었든 145석이었든,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며 원내 제1당 자리까지 내준 결과가 완벽한 패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제 새누리당은 너덜너덜해진 패선을 이끌고 제20대 국회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재출항 준비가 쉽지 않다. 차기 선장을 누가 맡아야 할지부터가 고민이다. 친박계는 친박 인사를, 비박계는 비박 인사를 차기 당권의 주인공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나, 양측 모두 앞장서 나서기에는 부담이 있다. 친박계도 비박계도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일단은 친박계의 당권 장악이 점쳐진다. 비록 총선에서는 패했지만, 오히려 당내에서는 친박계의 비중이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제19대 국회에서는 비박계의 비율이 친박계보다 더 높았다. 2014년 7월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로, 2015년 2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하지만 ‘공천 파동’으로 비박계 현역 의원들이 대거 낙천·낙선하면서 친박계는 새누리당의 다수 계파가 됐다. 비박계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이나 ‘진박 감별사’ 최경환 의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문제는 여론이다. 〈시사오늘〉이 〈R&B 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5일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조사한 결과(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응답자의 68.2%가 새누리당 참패의 책임이 친박계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관련기사 - [시사오늘 여론조사②] 새누리 참패는 '친박 책임'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3554). 총선 패배를 딛고 당 쇄신을 이끌어내야 하는 차기 지도부가 친박계로 구성된다면 여론의 질타를 피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이와 같은 목소리가 작지 않다. 하태경 의원은 18일 TBS 〈열린아침 김만흠입니다〉에 출연해 “이한구, 최경환, 김무성 대표 정도는 책임질 위치에 있고, 세 사람 다 2선 후퇴하고 백의종군 하겠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는 이혜훈 당선자가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공천파동의 주력인 주류들”이라며 친박계를 겨냥하기도 했다. 박근혜 정부의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당권 장악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비판적인 여론 때문에 쉽게 나서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반대로 비박계는 인물난으로 머리가 아프다. 총선 책임론을 거론하며 친박계에 맹공을 가하고 있으나, 마땅한 대안이 없다 보니 답답한 눈치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5선’ 정병국 의원과 심재철 의원 등은 그간 눈에 띄는 활동이 없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당내 지분 구조가 친박계로 쏠린 까닭에 ‘확실한’ 대안을 내세워야 하지만,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전무하다.

자연히 유승민 의원의 행보에 눈이 쏠린다. 당초 친박계는 유 의원의 복당이 ‘절대불가’라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총선에서 대패하고, 원내 제1당 자리까지 내주면서 마냥 강경론을 내세우기도 어렵게 됐다. 실제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는 이미 이들의 복당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유 의원의 차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낮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 의원이 복당과 동시에 세력을 규합, 차기 당대표를 노리는 것이 비박계로서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다만 새누리당의 역학구도에서 친박계가 유 의원의 부상을 지켜만 보고 있겠느냐는 목소리도 들린다.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년 가까이 남아 있고, 총선을 통해 새누리당의 권력구조는 친박계 우위로 재편됐다. 유 의원이 비박계 대표로 나설 경우, 친박계가 역풍을 감수하고서라도 발목을 붙잡을 공산이 크다는 이야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8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친박계는 총선 패배 책임론 때문에 나서기가 어렵고, 비박계는 내세울 수 있는 인물이 마땅치 않다”며 “유승민 의원이 있지만, 유 의원은 친박계가 강하게 비토할 가능성이 높아 비박계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카드”라고 지적했다. 총선 후폭풍으로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려워진 새누리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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