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호남대표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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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호남대표론'의 함정
  • 윤종희 기자
  • 승인 2016.04.19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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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종희 기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당의 외연을 축소시키는 느낌이다.

4·13 총선에서 당선된 박지원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 “광주 전남·북에 서너 차례씩 유세를 다니면서 호남을 대표해 당권이건 대권이건 도전하겠다고 했다”며 “특히 당권에 대해서는 적당한 때 의사 표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호남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당으로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길이 열려야 하며, 이를 위해 도전하겠다”고도 말했다.

“호남을 대표해 당권이건 대권이건 도전하겠다”라는 박 의원의 말 속에는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특정지역을 대표해 당권이나 대권을 거머쥐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이기 때문이다.

▲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 ⓒ뉴시스

박 의원의 이날 발언에 호남 민심도 호응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박 의원이 호남을 대표하기 때문에 지지를 보낸다면 호남인들 스스로 지역주의에 얽매여 있음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날 박 의원은 “호남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당으로 야권통합과 정권교체의 길이 열려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민의당을 ‘호남 자민련’이라고 폄하하는 세력들에 동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은 4·13 총선 정당지지율이 26.74%로 더불어민주당 25.54%보다도 높게 나왔다. 이 정도 지지율이라면 국민의당이 전국 정당이라고 말해도 틀린 게 아니다. 그럼에도 굳이 “호남의 지지를 받는 국민의당”이라는 표현을 쓴 건 답답하다. 과거 지역주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게 아니냐는 느낌까지 든다.

국민의당이 호남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는 건 좋은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호남의 지지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이다. 정답은 국민의당이 전국적으로 더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이다. 그래야 호남인들은 국민의당을 통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판단, 계속해서 높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 내부에서 수시로 ‘호남대표론’을 얘기하면 전국적 지지율은 하락할 것이고 그러면 호남도 더 이상 지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호남이 국민의당에 높은 지지를 보낸 것은 지역주의와는 상관이 없다. 호남인들로서는 새누리당을 심판해야 하는 동시에 더불어민주당도 심판해야 했다. 그래서 국민의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이걸 지역주의로 매도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주의 행태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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