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닉네임]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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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주자 닉네임]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5.20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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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안철수·오세훈·김무성·반기문·유승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별명(別名)이란 사람의 외모나 성격 따위의 특징을 바탕으로 남들이 지어 부르는 이름을 일컫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별명이 이름보다도 더 정확히 개인의 개성을 드러내는 셈이다. 〈시사오늘〉은 총선 이후 조금씩 행보를 넓히고 있는 여야 잠룡(潛龍)의 별명을 통해 각 후보의 장단점을 들여다봤다.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 뉴시스

‘노무현의 그림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노무현의 그림자’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 수많은 별명 중 무엇이 가장 마음에 드느냐는 질문에 “‘노무현의 그림자’가 가장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노무현의 그림자’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계승자인 문 전 대표의 개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별명인 셈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그림자’가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별명인 ‘달님’에서도 나타나듯, 아직 문 전 대표가 자신만의 뚜렷한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달님’은 문 전 대표의 성(姓)인 문(文)을 영어(moon)로 변환한 1차원적 언어유희(言語遊戱)로, 개인의 특성이나 삶의 궤적이 잘 드러나는 별명은 아니다.

대선 패배에서 비롯된 ‘문죄인’이라는 별명에서도 문 전 대표의 성격이나 태도를 읽어내기는 어렵다. 때문에 그가 대권을 쥐기 위해서는 ‘노무현의 계승자’와 ‘사람이 좋다’는 이미지 외에 정치인으로서 내세울 수 있는 확고한 영역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 뉴시스

‘간철수’에서 ‘강철수’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별명은 ‘간철수’였다. 정치적 고비 때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후퇴와 철수를 반복했던 안 대표의 행동을 비꼬아 ‘간만 보다 후퇴한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서울시장 경선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제18대 대선 후보에서도 사퇴했으며, 신당 창당을 추진하다가 돌연 민주당과 합당하는 등 결단을 내리지 못했던 탓이다.

반면 ‘강철수’는 ‘간철수’가 변했다고 해서 얻은 별명이다. 과거와 달리 안 대표는 당 혁신을 외치다가 벽에 부딪히자 과감히 탈당을 결행, 신당을 창당했다. 제20대 총선에서는 당 안팎의 야권 연대 요구를 과감히 거부하고 ‘마이 웨이(my way)’를 외치며 38석을 획득, 3당 체제를 이뤄냈다. 총선을 계기로 정치인으로서의 리더십 확보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다만 안 대표가 ‘수위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강한 이미지 형성에 몰두한 나머지, 장점이었던 부드럽고 순수하며 신중한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는 것. 안 대표가 제19대 대선 때의 안풍(安風)을 재현하려면 ‘간철수’와 ‘강철수’의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 뉴시스

‘보수의 잔 다르크’냐 ‘5세 훈이’냐,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

정계 복귀 후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누르고 여권 차기대선 주자 1위로 올라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보수의 잔 다르크’로 불린다.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시장직을 건 주민투표를 실시했던 경험 때문이다. 보수가 전통적으로 정부지출을 축소하고 시장의 기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설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상급식 철폐를 내걸었던 오 전 시장의 결단은 보수층의 지지를 받기 충분한 ‘승부수’였다.

반대로 진보 진영에서는 오 전 시장을 ‘5세 훈이’라고 부른다. 무상급식 조례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하자, 시정 질문을 포함한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하고 주민 투표를 선언한 오 전 시장이 ‘삐친 다섯 살 아이 같다’고 비꼰 것이다. 오 전 시장의 성(姓)과 이름 첫 글자를 연결시켜 ‘5세’로, 이름 마지막 글자를 ‘훈이’로 지칭한 비판적 언어유희(言語遊戱)다.

무상급식을 거부하며 시장직까지 내던진 ‘정치적 승부수’는 오 전 시장에게 두 가지 별명을 안겨줬다. 그러나 극과 극의 별명에서 느낄 수 있듯, 너무 한쪽으로 쏠려버린 오 전 시장의 스탠스는 대권 레이스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시각이 많다. 

▲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무대’와 ‘무졸’ 사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별명은 ‘무대’다. 어떤 이유로 ‘무대’로 불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설왕설래(說往說來)가 있지만, ‘무성 대장’의 줄임말이라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무대’라는 별명은 듬직한 외모에 강한 추진력과 호방한 성격,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보스 기질까지 갖춘 김 전 대표를 잘 표현한다는 평가다.

그러나 김 전 대표에게는 ‘무졸’이라는 별명도 있다. ‘무졸’은 ‘무성 졸병’의 줄임말. 당대표 자리에 오른 후 ‘후퇴 정치’를 반복해온 그를 비꼬는 말이다. 김 전 대표는 2014년 10월 중국 방문 중 개헌 이야기를 꺼냈다가 하루 만에 사과했고, 여의도연구원장에 박세일 전 의원을 임명하려고 했다가 친박계가 반발하자 물러섰으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때도 계파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김 전 대표가 다음 대선에서 뜻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무졸’로 격하된 이미지를 반전시켜야 한다는 충고가 들린다. 

▲ 반기문 UN사무총장 ⓒ 뉴시스

아무도 그를 모른다, ‘기름장어’ 반기문 UN사무총장

반기문 UN사무총장의 별명은 ‘유만(油鰻)’이다. 기름장어라는 뜻.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시절 기자들의 까다로운 질문을 요리조리 잘 빠져나간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다. UN사무총장직을 수행하면서도 반 총장은 ‘조용한 리더십’을 고수했다. 외신은 반 총장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며 독재자들의 잔혹 행위에 침묵한다고 비판했지만, ‘기름장어’와 같은 유연함은 반 총장의 변치 않는 캐릭터다.

문제는 전국민의 관심이 쏟아지고 꼼꼼한 검증이 이뤄질 대선 국면에서도 ‘의뭉한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다.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지지율을 유지해왔던 반 총장이 자신만의 비전을 보여줘야 할 대선 국면에서 힘을 발휘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관료와 정치인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에는 차이가 있는 만큼, ‘기름장어’와 같은 반 총장의 성향이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무소속 유승민 의원 ⓒ 뉴시스

‘미스터 쓴소리’ 유승민 의원

유승민 의원은 ‘미스터 쓴소리’로 불린다. 2005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그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새누리당’으로 당명 개정을 결정하자 반발, 박 대표의 눈 밖에 났다. 2015년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에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는 발언으로 박 대통령에게 정면으로 맞서기도 했다. 이런 궤적은 유 의원에게 ‘원칙주의자’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선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유 의원의 성향이 대선 주자로서는 약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도 ‘불편하다’,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기 때문. 대선을 준비하려면 부드러움과 유연함을 가미, 세를 불리기 위한 스킨십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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