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인상 도미노…내리는 것은 '눈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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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 도미노…내리는 것은 '눈물' 뿐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5.24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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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팍팍한 삶에도 서민물가는 하늘을 뚫는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다 오른다. 오를 수 있는 것은 다 오른다. 내리는 것은 두 뺨을 촉촉이 적시며 흐르는 눈물 뿐. 서민들은 한탄 섞인 목소리로 울부짓고 있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조선 중기 문신 양사언의 시조의 한 구절이다. 태산은 중국 산둥성 타이안 북쪽에 있는, 중국 본토의 대표적인 산 가운데 하나이고, 산둥성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태산은 중국 다섯 명산인 5악 중 하나로 예로부터 신성시 돼 왔다. 그만큼 크게 다가왔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최근 서민물가를 보면 태산은 저리가라다. 양사언의 싯구처럼 태산은 단지 하늘아래 뫼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서민물가는 하늘을 뚫을 기세다, 하염없이 오르고 또 오르고 있다.

서민물가의 신호탄는 하이트진로의 소주 ‘참이슬’이 장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주는 지치고 힘들 때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던 친구이자 애인 같은 존재였다. 서민들의 대표적인 생필품이었던 것이다. 그런 참이슬이 지난해 마지막 한 달을 앞 둔 11월 30일 출고가를 정격적으로 5.62% 인상했다. 출고가격은 병당 54원 오른 1015.70원으로 올라, 사상 첫 1000원대를 기록했다.

하이트진로 측은 주요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제조 판매비용 증가 등으로 원가상승 요인이 누적돼 인상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과연 그럴까. 소주는 1965년 30도의 희석식 소주가 등장 한 후 1973년 25도, 1998년 23도, 2004년 21도, 2014년 17.8도에서 최근에는 13도 안팎의 알코올 도수 소주들이 등장하면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소주의 주요 원부자재인 ‘주정’을 살펴보자. 소주에서 주정은 원료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정의 양에 따라 알코올 도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정이 덜 들어가면 알코올 도수도 낮아지고 생산원가도 떨어진다. 소주 알코올 도수가 19도에서 18도로 1도 내려갈 때 주정 투입량은 5.3% 줄어든다고 한다.

결국 소주업계의 주장은 변명에 불과하다. 시중에서는 소주 출고가가 오르기 전에 소주 값이 3000원이던 것이 그 이후에는 4000~5000원 정도로 판매되고 있다.

최근 기자도 서울의 한 술집에서 소주 값을 보고 깜짝 놀랐다.(평상시에는 술값을 묻지않고 계산을 했다.) 출고가가 단지 54원 올랐을 뿐인데 술집에서는 1000원이 오른 40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술집 주인에 따르면 요즘 모두 4000원 이상 받는다. 심지어는 5000원까지 받는 집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올해 초부터 식료품가격이 인상 행렬을 이루고 있다. 두부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풀무원이 두부와 달걀 등 40여 개 품목의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이 역시 원부자재와 임금, 물류비 등이 상승을 요인으로 꼽고 있다.

맥주가격 인상도 검토 중이다. 오비맥주가 총대를 메는 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아직 시기나 인상률은 결정되지 않았다. 오비맥주 측도 맥주가격 인상요인을 물가와 맥주 원료의 인상을 요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주요 빙과업체들이 일부 아이스크림의 납품 가격은 100원씩 오르고, 삼양식품은 일부 과자가격을 30% 인상했다. 제과업체들의 가격인상 도미도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주와 함께 서민의 대표적인 식료품인 라면도 가격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들의 가격인상 요인은 하나 같이 똑같다. 원료가 인상이 요인이다. 판박이다. 마치 대본을 그대로 외우기라도 하는 것 같다.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봉투 가격도 인상되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상수도 요금도 평균 20% 안팎씩 오른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는 시내버스와 택시 요금 등 서민의 발인 교통요금도 순차적인 인상을 앞두고 있다.

그야말로 오를 것은 다 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최악이다. 그 만큼 서민들의 삶도 팍팍하다는 방증이다. “오를 것은 다 오르는 데 내 월급만 안 오른다.” 직장들이 가장 흔히 하는 푸념이다.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것에 대한 비아냥이다.

내리는 것은 두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뿐이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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