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성교육, 배려하는 태도부터 가르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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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성교육, 배려하는 태도부터 가르치자
  •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승인 2016.05.26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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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호의 시사보기>국민, 정치권 막말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강상호 시사평론가)

4.13 총선을 앞두고 합리적 보수를 대표하는 원로 한 분과 식사를 하게 되었다. 교수 출신으로 청와대 수석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분인데, 유승민 파동으로 대화가 이어지자 자연스럽게 유 의원의 여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내용이 화제가 되었다. 원로 분께서 “유 의원 국회 연설 전문을 다 읽어 보았는데 문제 될 것이 없던데”라고 말씀하시기에, “교수님 저는 유 의원의 연설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태도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였다.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본질적인 문제보다 절차나 태도가 문제 되는 경우가 많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말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상대에 대한 배려의 시작이고 배려는 자신에 대한 신뢰를 높여 성공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사회 초년병 시절에 모교를 방문해서 원로 교수 한 분을 찾아뵌 적이 있다. 대화를 마치고 마침 퇴근하신다기에 차로 모셔다드리겠다며 타고 간 승용차 뒷문을 열어드렸더니 “아니야 자네 옆에 앉겠네” 하시며 운전석 건너편 문을 열고 앞자리에 앉으셨다. 그리고는 앞자리에 앉은 이유를 말씀하시는데, “내가 뒷자리에 앉고 자네가 운전을 해봐, 다른 사람들이 자네를 운전기사로 볼 것 아닌가”하시며 웃으시는 것이었다. 작은 일 짧은 순간에도 상대를 배려하셨던 그날의 일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대학 졸업 후 1년간 종합상사 선박 수출부에 근무한 적이 있다. 컨테이너 선박, 유조선, 벌크선 등 대형 선박을 수출하는 부서였는데. 외국에서 선박 발주처 회장이나 경영진이 오면 울산에 민간 공항이 없던 시절이라 김포공항에서 소형 경비행기를 타고 울산에 있는 군용 비행장으로 가서 의전 차량으로 조선소로 이동하거나,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조선소 게스트 하우스로 바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는 외국 선주 2사람을 소형 경비행기를 이용해 울산 H 중공업 조선소까지 안내하게 되었다. 경비행기의 경우 좌석 10개 중 4개는 로열석으로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되어 있었고, 나머지 6석은 요즘 지하철 좌석처럼 비행기 벽면을 등지고 앉도록 되어 있어서 다소 불편한 자리였다. 김포공항에 도착해 보니 경비행기를 탑승할 사람이 우리 일행 말고 몇 사람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 H 중공업 전무이사가 계셨다.  

로얄석이 4석인 관계로 당시 종합상사 신입사원이었던 나로서는 외국 선주 2명과 H 중공업 전무이사를 로열석에 모시고 벽면 불편한 자리에 앉으려는데 전무이사가 웃으면서 로열석을 신입사원인 내게 양보하고 자신이 벽면 불편한 자리에 앉는 것이었다. 불편해하는 나에게 전무이사는 “당신이 중요한 미션을 수행 중이지 않는가” 하면서 자신에게 신경 쓰지 말고 선주 2명을 잘 안내해 달라고 부탁까지 하는 것이었다. 대단한 유연성이었다. 갑자기 대학시절 영국 연수 중 보았던 영화 ‘쇼군’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권력의 최정상인 쇼군이 선교사의 지시대로 어색하게 사교춤을 배우는 장면이었다. 전쟁을 수행중인 쇼군이 참으로 유연한 사고를 가졌다고 생각했었다.

지난주 부부 동반 모임이 있었다. 아내의 의학 정보 스터디 그룹 모임에 남편들이 함께 한 자리였다. 남편들 중에 같은 대학 의대 교수 2사람이 있었는데,  2사람은 25년이 넘도록 한 대학에서 교수로 함께 재직한 사이였다. 그중 한 사람이 최근 은평구에 있는 한옥 마을에 새 집을 짓고 입주를 했다. 조금은 이색적인 건축이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이 많았다.  

동료 교수 한 사람이 한옥 건축과 관련하여 좀 더 알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어떤 것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것이었다. 오랜 동료 교수였지만,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질문을 할 때는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구체적으로 물어도 좋은지를 먼저 물었다. 오랜 동료 사이에도 상대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트럼프처럼 막말을 함으로써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미국 대선에서도 막말에 대한 최종 심판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 설혹 트럼프가 최종 승자가 된다 해도 그 것은 미국사회의 이야기다. 우리사회에서 막말 파동으로 정치권을 떠나야 했던 몇 가지 사례를 돌이켜 보면 우리 국민들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정치권의 막말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막말 행태를 강하게 질책하지 못하면서 어찌 국민 인성교육을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상대를 배려하는 정치인, 분열된 국민을 고려하며 통합을 지향하는 정치인, 그 들 중에서 차기 대선 후보가 결정되고 19대 대선에서 최종 승자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강상호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 정치학 박사
-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 행정자치부 중앙 자문위원
- 경희 대학교 객원교수
- 고려 대학교 연구교수
- 한국정치발전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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