젯밥에만 관심?…제약업계 사업다각화에 본업 소홀 '우려'
스크롤 이동 상태바
젯밥에만 관심?…제약업계 사업다각화에 본업 소홀 '우려'
  • 안지예 기자
  • 승인 2016.06.09 09: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안지예 기자)

▲ 아로골드 음료 시리즈, 옥수수수염차, 마데카 크림 ⓒ일동제약, 광동제약, 동국제약

제약업계가 최근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음료·화장품·의료기기 등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성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선다는 전략이지만 일각에서는 본업인 의약품 개발이 뒷전으로 밀린다는 지적이다. 

일동제약은 지난달 26일 비타민음료 ‘아로골드D’, ‘아로골드D플러스’와 유산균 발효음료 ‘그녀는 프로다’ 등 음료 3종을 출시하면서 음료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일동제약 측은 음료 사업을 임시적인 사업이 아닌 신시장 개척의 핵심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올해 음료 부문에서 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시에 향후 3년 내에는 1000억원대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제약사가 음료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광동제약은 이미 음료·유통사업으로 재미를 톡톡히 봤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광동제약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린 사업군은 생수영업이다. 광동제약의 주력 생수는 제주삼다수로 해당 상품은 지난해 1675억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의약품 전체 매출(1650억원)보다 20억원 가량 높은 수치다.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한 사업군은 유통영업으로, 주력 상품에는 비타500과 옥수수수염차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지난해 각각 1096억원, 479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동아제약의 박카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61년 출시된 박카스는 지난해까지 192억병이 팔렸으며 4조2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에는 2010억원을 기록하면서 연간 최고 매출을 갱신했다. 

음료뿐 아니라 화장품 시장도 제약사들이 꾸준히 문을 두드리는 영역이다. 화장품과 의약품을 합성한 신조어인 코스메슈티컬 시장의 국내 규모는 5000억원대로 매년 15%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동국제약에서 내놓은 ‘센텔리안24 마데카 크림’은 지난해 4월 론칭 후 1년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동국제약의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는 세럼, 로션 등 기초케어 라인부터 선크림, 바디제품, 남성라인 ‘옴므’까지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해당 제품은 면세점, 백화점, 할인점 등 오프라인 채널과 자체 쇼핑몰 및 다양한 온라인 채널에 입점돼 구매 편의성도 향상됐다. 

화장품 사업 진출은 실적 개선에도 영향을 미쳤다. 동국제약의 1·4분기 매출액은 27.9% 성장한 699억원, 영업이익은 68.6% 증가한 100억원이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주력 의약품이 성장한 부분도 있지만 화장품 매출이 크게 증가한 결과로 평가한다”며 “지난해 2분기부터 센텔리안 24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영업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화장품 연구개발 제조 전문업체인 코스온에 150억원을 투자했다. 종근당도 비슷한 시기에 독일 에스테틱 전문 제약사 멀츠와 손잡고 약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의료기기 사업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진입장벽이 크게 높지 않다. 한독은 지난해 11월 의료기기 신설법인 ‘한독칼로스메디칼’을 설립해 의료기기 사업 확장에 나섰다. 

한독칼로스메디칼은 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난치성 고혈압 치료용 의료기기 ‘디넥스’의 초기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받았다. 임상시험은 이달부터 본격 시작돼 향후 디넥스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제약업계의 ‘외도’에 의약품 연구개발(R&D)에 소홀해질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사업다각화에 나선 일부 제약사는 연구개발 비중이 업계 평균보다 낮아 우려가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광동제약의 경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생수·유통영업에서 발생해 이미 여러 차례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광동제약 전체 매출액의 약 30%는 삼다수에서 발생했으며 유통업 매출 비중은 23.7%에 달했다. 이에 비해 연구개발비는 전체 매출의 1.1% 수준에 그쳤다. 

동국제약은 지난해 매출 2599억원, 연구개발비는 101억원으로 연구개발비 비중이 3.9%에 머물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1조1287억원) 대비 연구개발비용(726억원) 비율은 6.4%를 기록했다. 한독의 지난해 연구개발 비중은 5.3%로 역시 한 자릿수에 그쳤다. 

지난해 상위 20개 제약사 업계 평균 연구개발 비중은 약 10%로, 이들 제약사는 평균보다 많게는 8.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같은 제약사의 사업다각화는 적은 위험 부담으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연구개발은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반면 결과는 불투명하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반면 화장품이나 의료 사업 등은 접점이 있는 분야라 투자비용 대비 매출이 눈에 띄게 올라가니 회사 입장에서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제약 산업의 핵심 가치는 신약 개발”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신약 개발에 소홀한 제약사는 결국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편견없이 바라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