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집정부제]현실론vs.회의론…이견, ‘뚜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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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집정부제]현실론vs.회의론…이견, ‘뚜렷’
  • 정진호 기자
  • 승인 2016.06.27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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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는 내각제, 프랑스는 대통령제로 봐야
이원집정부제는 국민감정 고려한 레토릭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정진호 기자) 

▲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한 바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 뉴시스

“다음 대선의 모든 후보들이 대통령의 권한집중을 해결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공약하고 제정당들도 당파적 이해를 떠나 뒷받침해야 한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대통령 권력을 축소하고 연정을 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개헌을 한다면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내각제를 혼합하는 이원집정제가 바람직하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

‘개헌론’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5년 단임제를 대체할 제도로 이원집정부제가 거론되고 있다. 오래 전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을 주장한 바 있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물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차기 대권 후보로 고려하고 있는 친박계와 ‘대통령’보다는 ‘총리’에 가까운 야권 중진들도 이원집정부제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원집정부제가 실현 가능한 제도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외치와 내치의 기계적 구분이 불가능한 현대 국가에서 외치는 대통령이, 내치는 총리가 담당한다는 것부터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이원집정부제 국가인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조차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원집정부제 국가와는 거리가 있다.

우선 오스트리아의 경우 대통령제를 가미한 의원내각제 국가에 가깝다.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국가 원수로서의 상징성이 있고, 연방 수상 임명권, 내각·의회 해산권 등을 갖고 있지만 그게 전부다. ‘왕국’이지만 여왕은 상징성만 갖고 실질적 권한은 대부분 수상이 보유한 ‘순수 내각제 국가’인 영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로 신율 명지대 교수는 27일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서 “일부에서는 오스트리아가 이원집정부제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건 잘못된 이야기”라며 “단지 대통령을 직접 선거로 뽑는 것이지, 오스트리아도 의원내각제”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대통령과 총리에게 권한이 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총리가 대부분의 권한을 가진 의원내각제 형태로 운영되는 국가라는 의미다.

프랑스는 대통령제에 내각제적 요소를 가미한 형태다. 알려진 대로, 프랑스의 총리는 행정부를 총지휘하고, 원칙적으로 대통령에게는 총리 해임권도 없다. 하지만 실제로 프랑스는 대통령의 의사에 따라 총리가 사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이 실질적 해임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총리가 대통령의 뜻과 다른 방식으로 내각을 지휘하기는 어렵다.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과 총리가 다른 정파로 구성될 때만 의미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1986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과 자크 시라크 총리, 1993년 미테랑 대통령과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 1997년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등 세 차례의 ‘동거정부(코아비타시옹)’에서 대통령과 총리의 반목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후, 프랑스는 2000년 국민투표로 대통령 임기를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춰 동거정부 성립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사실상 강력한 대통령제에 가까운 국가로 변신한 것이다.

과거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프랑스의 이원집정부제에 대해 “시라크 대통령 때 사회당 조스팽 총리가 나오면서 프랑스가 이원집정부제의 표본인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후 프랑스 총리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프랑스는 어떻게 보면 미국보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나라”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방 사립대 교수도 “이미 우리나라는 제도적으로 프랑스처럼 대통령제에 의원내각제 요소를 갖춘 나라다. 지금처럼 대통령이 총리를 ‘방탄 총리’로 쓴다면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를 도입해도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그냥 내각제를 하자는 것”이라면서 “직선제를 원하고, 국회에 대한 신뢰가 낮은 국민감정을 고려해서 이원집정부제를 말하고는 있지만,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을 영국의 여왕처럼 만들고 통치는 총리가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원집정부제는 결국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의 문제로 회귀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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