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을 말하다④]특이점 도래한 헌법…“시대 변화 반영하라”
[개헌을 말하다④]특이점 도래한 헌법…“시대 변화 반영하라”
  • 박근홍 기자
  • 승인 2016.06.26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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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구조만 논의? 'NO'…기본권 확대 '절실'
'공무원 노동3권'·'사회적 약자'·'정보기본권'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 박근홍 기자)

20대 국회발(發) 개헌 논의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으로 개정하는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개헌에 관심이 쏠려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권력구조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 주목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행 헌법이 사회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법에 '특이점(과학용어, 인간이 기술의 진보를 따라잡지 못하는 한계점)'이 왔다.

▲ '개헌만이 살길이다.' 시민의 기본권 확대 개헌 청원하는 시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주최 토론회 ⓒ 뉴시스

기본권 확대 필요성 대두

1987년 이후 우리나라는 급격한 변동을 겪었다. 군부정권이 완전 종식돼 권력이 민간으로 이양됐고, 세계화·정보화 시대가 도래했다. 또한 경제적 풍요를 누리게 된 동시에 양극화 현상이 심화됐고,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사이 우리 사회에는 법의 보호가 절실한 새로운 기본권들이 발생했다. 확장된 국민 권리, 경제환경의 변화, 사회구조의 급변 등으로 인해 현행 헌법상 근거규정이 없는 기본권이 출현한 것이다. 헌법에 담긴 시대정신이 1987년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시대정신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외국인에 대한 기본권이다. 세계화 시대로 들어오면서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의 경제 주체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현행 헌법에서는 이들을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입법의 '흠결'인 셈이다.

기본권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치권도 공감하는 인사들이 많다. 우윤근 신임 국회 사무총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기본권 분야를 보면 생명 존중, 환경권 등의 중요성이 강해지지 않았느냐. 30년 동안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헌법을 총체적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한 언론에서 "권력구조 하나만 갖고 논의해선 안 된다. 우리 헌법이 시대적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사오늘>은 법적근거 마련이 시급한 기본권들 가운데, 반드시 주목해야 할 세 가지 기본권을 짚어봤다.

공무원 노동3권 보장

우리 헌법은 노동자들의 생존권 확보를 위해 국민들에게 노동기본권, 즉 노동권과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경우, 헌법 제33조 2항에 의거해 노동3권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변화한 시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규정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로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헌법 조항은 군사독재정권의 유물이다. 본래 우리 헌법은 4·19 혁명 이후 공무원에게도 단결권을 폭넓게 인정했다. 그러나 박정희가 5·16 쿠데타 직후 해당 조항을 도입했다. 공무원을 효과적으로 관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이념적 대립을 야기했다. 실례로 지난해 국정교과서 정국 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시국선언을 내자, 보수시민단체에서 "공무원집단행위·단체활동을 금지하는 규정을 어겼다"며 이들을 고발하기도 했다. 공무원연금개혁 정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속출했다.

해외에서는 대부분 국가가 공무원의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거나, 일부 제한하더라도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협의 기구와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지난 24일 <시사오늘>과 한 통화에서 "현행 헌법에서 공무원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규정은 기본권을 침해하는 구시대의 산물이다. 시대가 변화한 만큼 개정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체적 규정 마련

▲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살인 사건 피해자를 추모하는 시민들. 강남역 살인 사건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보호 필요성을 논의케 했다 ⓒ 뉴시스

최근 사회적 약자(노인, 아동, 여성, 장애인, 빈곤층, 소수자 등)를 대상으로 하는 강력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헌법상 선언적 권리규정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사회 곳곳에서 들린다.

특히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아동과 노인의 기본권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과, 심화된 양극화 현상을 희석하기 위해 경제적 약자에 대한 불평등을 제거할 수 있는 상세한 규정이 절실하다는 게 중론이다.

우리 헌법은 제34조 3~6항에 '여성의 복지와 권익 향상',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에 대한 국가의 보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 의무를 담고 있다. 추상적이고 불안전한 규정이라는 지적이 많다.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지난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헌법 34조는 조문만을 근거로 국가에 대해 사법적 구제를 요청할 수 없다"며 "사회 변화에 맞춰서 입법 내용을 적시에 수정하지 않으면 헌법 34조는 선언적인 조문, '장식품'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2009년 10월 '헌법개정 논의의 아카이브(주최 굿소사이어티)' 토론회에서 "헌법 제34조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는 방안이 그동안 (헌법학계에서) 논의돼 왔고,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수단으로 노인의 사회적 보장의 구체화 등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알 권리·정보기본권 '주목'

▲ 박근혜 정부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경제 활성화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의 '정부 3.0'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 대한민국 정부

정보화 시대가 도래하면서 정보에 대한 기본권을 헌법에 명시해야 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아날로그 시대의 산물이다. 디지털 시대, 인터넷 시대에 걸맞게 개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통제권, 국민 알 권리에 대한 명문화, 표현의 자유의 현대화 등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는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에서 그 근거를 찾고 있지만, 이들 새로운 정보기본권에 대한 제대로 된 헌법상 근거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는 논리다.

이에 덧붙여, 문화의 시대라는 21세기 흐름에 발맞춰 정보기본권을 광의의 문화적 기본권으로 변환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된다.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바 있는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헌법 제21조에 대한 개헌논의(2006, 헌법학연구)'에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할 수 있는 열린 구조로 헌법 체계를 규정하기 위해 기존의 21조를 광의의 문화적 기본권으로 변환시키는 방안'과 '언론·출판의 자유를 매체환경의 변화에 맞게 현대적인 의미의 표현의 자유로 확대하는 동시에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기본권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소개한 바 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가 정보를 국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부 3.0'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헌법 제21조 개정 논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나 새누리당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지난주 <시사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여당이 국민 알 권리를 정책으로 주장하고 있으니 정보기본권에 대한 논의를 반대한다면 한입으로 두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 및 재계를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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