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구호용품에 생리대 제외…국민정서에 反하는 국민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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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구호용품에 생리대 제외…국민정서에 反하는 국민안전처
  • 김인수 기자
  • 승인 2016.06.29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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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게 생리고 의식주와 같은 필수품” 비난
안전처, “불편사항 등 현장에서 들은 내용 수용, 발전방안 마련”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김인수기자)

다음달 8일부터 재난에 따른 이재민에게 지급하는 재해구호용 응급구호세트 구성품목에서 생리대가 제외돼 논란이 일고 있다.

29일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7월 8일부터 생리대를 비롯해 메모지, 볼펜, 비옷, 손전등, 손거울 등 6종이 재난구호용 응급구호세트 품목에서 제외됐다. 대신 바닥용 매트, 슬리퍼, 귀마개, 안대 등은 새로 추가됐다.

재해구호세트 구성목록은 지난 2011년 홍수ㆍ산사태ㆍ화재 등 재난 현장 수요를 고려해 물품을 비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이재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안전처가 만들었다. 이번 구성품목 수정은 5년 만이다.

안전처 재난구호과 관계자는 이날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지난해 말 응급구호세트 구성품목을 정할 때 생활수준과 만족도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에 설문조사와 지자체 담당자 그리고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공통부분을 찾아 결정했다”면서 “생리대는 오래보관 할 경우 변질의 우려성이 있고 위생상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개인별 취향이 다르는 등 의견사항을 조정해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번 국민안전처의 재난구호용품에서 생리대 제외에 대해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서 모 씨는 이날 <시사오늘>과 통화에서 “생리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데 긴급 상황 시 생리를 하면 불편함이 배가 될 것 같다”면서 “생리대가 없으면 걷는 것조차 힘들고 그게 옷에 묻은 걸 들켰을 때 수치감도 들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당연히 필요한 건데 긴급구호용품에서 제외시킨 의도가 궁금하다. 다시 지정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20대 여성 변 모 씨도 “여성들에게 생리대는 의식주와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한번 꼭 필요한 필수품이다. 재난 시에는 미처 챙기지 못할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다시 긴급구호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다.

안양에 거주하는 50대 남성 송 모 씨는 “여성 생리대의 특성을 무시하고 재해구호용 응급구호세트에서 제외된다는 것은 탁상행정이다”라며 “생리대는 국가가 면세로 해 준 생활필수품이다. 정말 필요한 기저귀. 생리대. 성인용 기저귀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안전처가 생리대를 구호용품에서 제외할 당시 생활수준을 고려했다는 것에 해서도 납득이 어렵다. 설문조사 대상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지난 5월 생리대 가격을 인상한다는 발표가 전해지자 인터넷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서 휴지나 신발깔창, 신문지 등으로 생리대를 대용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올라온 것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20대 남성 박 모 씨는 “생리대는 여성들의 필수품임에도 가격이 높게 책정돼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럼에도 안전처가 이를 구호물품에서 제외하는 건 국민감정을 외면하는 처사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안전처 관계자는 “일단 7월 8일부터 시행해 보고 생리대 뿐 아니라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계속 모니터링하고 이재민들의 불편사항이나 지자체공무원들이 현장에서 들은 내용을 수용해서 발전방안을 만들려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산업2부를 맡고 있습니다.
좌우명 : 借刀殺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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