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배치]대중외교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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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대중외교와 소통
  • 윤슬기 기자
  • 승인 2016.08.09 0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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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심각성 회피 말고 소통 채널 열어야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윤슬기 기자)

▲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해 10월 31일 오후 청와대에서 2015~2016 교류협력계획과 인문교류공동위원회 미래발전계획을 체결하고 있다.ⓒ뉴시스

정부의 사드배치로 중국 반발이 거세지면서 ‘사드 배치에 따른 대중외교의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외교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과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라고 자평했던 박근혜 정부는 ‘사드 배치’라는 미국을 의식한 외교 전략으로 대중외교에 자충수를 둔 꼴이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북아균형자론’은 미국에게 한국이 중국과는 가까워지고 미국과는 거리를 두려는 시도로 읽혔다. 이는 결국엔 어느 쪽의 마음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끝났다. 이러한 참여정부 당시 균형외교 실패, 즉 국내외에서 고립되며 제대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외교적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현 정부의 대중외교의 실패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의 노골적이고 거친 언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말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세안 지역안보포럼에서 왕이 부장은 우리 정부의 사드배치 결정에 대해 강력한 항의를 보여 한국이 처한 외교적 환경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사드 배치 확정으로 대(對)중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이미 우리 외교의 허점이 많은 부분 드러났다. 특히, 국제 문제로 확대된 사드 배치 문제는 소통을 통한 갈등 관리 실패에서 기인한다. 특히 외교부의 외교정책과 안보정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번 사드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발전된 양국 관계에 비해 외교적 내실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률 동덕여대 중국학과 교수는 지난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정양석 의원 주최로 열린 ‘한‧중 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현재 한중관계에 대해 “2013년 양국정부가 거의 동시에 출범하며 양국 정상 간 긴밀한 관계가 한중관계를 견인했지만, ‘역대 최상의 우호관계’와 ‘중국경사론’처럼 서로 상충된 의미로 되는 것 자체가 한중관계가 직면한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며 “한국은 중국과 최상의 관계를 강조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과 일본의 우려와 경계를 해소시키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중관계가 수시로 돌출되는 이해관계 상충에 따라 급속히 냉각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대해 양국의 외교적 관계가 아직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 외교 상황의 심각성을 회피하거나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정부의 사드 배치는 국내방어용이라는 설명이 중국에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음에도 외교적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중국 관광객의 40%가 취소하거나 중국이 비자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등 중국의 경제 보복이 현실화하고 있어 한국 경제와 외교에 미칠 파급효과가 작지 않다. 그러나 우리 외교부는 ‘중국을 설득하겠다’는 이야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난 4일 정연국 대변인의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확인 할수 있다. 정 대변인은 이날 중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질문에도 “외교 문제에 대해서 제가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필요하면 외교부에서 답변할 것”이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중국 인민일보의 박 대통령 실명 비판에 대한 입장에도 “그 역시”라고 했다.

특히 중국과 전략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소통 채널로 구축된 고위급 대화도 단 1회만 개최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사드 배치와 관련된 논란에서 사전, 사후에 양국 간 소통 채널이 부재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이동률 교수도 “양국 정상회담은 상호 방문을 포함해 6차례나 이뤄진 반면 전략적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소통 채널로 구축된 고위급 전략대화는 1회 개최에 머물렀다”며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는 대화채널의 제도화가 여전히 미비하다”고 주장했다.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한국 외교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력한 반발과 보복조치, 국내 여론 분열 등 사드 배치 결정이 초래할 부작용을 정부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하고 외교적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최종건 교수는 9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한국 외교의 가장 큰 문제는 외교적인 문제를 외교로 풀려고 하기보다 군사적 문제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지적하며 “한‧중 관계는 사드 배치가 진행되면 될수록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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